영화 컨테이젼의 포스터/사진=collider.com

"아무도 접촉하지 마라"  "누구와도 얘기하지 마라"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의 카피다. 2011년 개봉된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가 감독한 이 영화는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해 사회가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상황을 박진감 있게 그려낸 공포 영화다. 잠깐의 접촉만으로 감염돼 100%의 치사율을 보이지만 드디어 백신을 개발해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 영화의 시놉시스다.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한 여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심한 발작을 일으키며 죽고 이어서 그의 어린 아들마저 죽는다. 한순간에 불행을 맞은 그녀의 남편은 사인을 말해 달라고 의사에게 무섭게 다그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이른다.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10년 전에 나온 영화가 지금의 실상과 너무도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 소름이 끼친다.

이야기는 한 다국적 기업이 공장을 짓기 위해 산지를 개간하면서 숲을 파괴하여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농가의 돼지우리로 날아든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박쥐의 분변을 돼지가 먹었고 그 돼지를 도축한 고기를 요리하던 주방장이 손을 깨끗이 씻지 않은 채 손님과 악수한 것이 바이러스 감염의 발단이었다. 동물에게만 있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고 그것이 순식간에 인간에게 옮겨서 번져나가 수백만 명이 생명을 잃는 나비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전염병은 신의 저주인가? 14세기에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었을 때 속죄를 부르짖는 사이비 종교가 극성을 부렸고 인도 뱅골 지방의 풍토병인 콜레라가 조선에 전파되어 집집이 통곡소리가 이어졌을 때는 하늘의 진노를 풀고자 억울한 누명을 씌워 가둬 둔 죄수를 모두 석방하기도 했다. 19세기의 결핵은 사랑의 질병으로 미화돼 소설 속 비련의 주인공들은 거의가 결핵환자였다. 20세기의 에이즈는 성도착과 도덕적 방종에 내려진 천형이라고 했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는 아시아 오지에서 발생한 역병이 유럽으로 번지고 세계로 퍼져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운명에 놓이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이미지=express.co.uk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두 달이 지나도록 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감염자가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국인들이 마치 이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인 듯 각국이 다투어 입국을 사절하고 있다.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낄 때는 고통의 끝을 알 수 없을 때다. 외부와 차단된 채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는 관상 바이러스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다. 초기에 은폐하지 않고 적절히 대처했더라면 이처럼 심각해지기 전에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새로 나타난 바이러스의 발견을 처음 알린 의사와 시민기자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문책하고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수산시장을 폐쇄하면서는 "수리중"이라고 관영 통신은 허위보도했다. 그런 중에 우한 시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감염됐고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괴물은 무서운 속도로 맹위를 떨치며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 됐다. 쉬쉬 하다가 결국에는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됐다.

전에 없던 새로운 병원체의 발생이 빈발해 지고 있고 있는 가운데, 시중에는 전염병 발생 100년 주기설, 30년 주기설 등이 점술가의 예언처럼 떠돌고 있다. 인과관계에 대한 아무런 고증도 없이 거짓에 진실을 섞어서 마치 역사의 필연처럼 그럴싸하게 들린다. 일각에서는 인류에게 닥칠 대재앙을 경고하기도 한다.

전염병과 바이오 공격이 핵폭탄 보다 더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방역과 의료수준이 발달하여 옛날처럼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않는다. 2003년 사스 발생시 백신개발에는 20개월이 소요됐고 2015년 지카 퇴치 백신은 6개월 소요됐다. 이번 코로나19용 백신이 임상실험을 거처 보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연구진과 당국의 지혜와 헌신으로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비방과 묘책이 있기를 기다려진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과 일본에 정박중인 유람선에 갖혀 있던 우리 국민들까지 급히 데려와 우리 보건당국이 적절히 간호하고 치료해서 초기 대처에 성공하는 듯 하던 중, 느닷없이 벌어진 슈퍼 전파로 인해 나라가 아수라장이 됐다. 우리 여행자들이 외국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철저한 위생관리와 청결유지를 너무나 강조하다 보니 오랜 만에 만난 친구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도 망설여지고, 헛기침을 할 땐 옆 사람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피안의 불처럼 그들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이웃 나라의 신종 바이러스가 이제 나의 일상속 까지 들어와 답답함을 느낀다. 아서라, 시나브로 음습한 겨울이 가고 화창한 봄이 찿아오듯, 머지 않아 그 고약한 불청객도 사라지고 이 걱정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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