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들은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가치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2020 서울 사회적경제 전략캠페인 '바이소셜X서울 [SE:크리에이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밀레니얼 사회적경제 크리에이터, SE:크리에이터는 사회적경제와 가치소비를 주제로 한 콘텐츠 창작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로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합니다. SE:크리에이터 5인의 가지각색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경제와 가치소비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스물 일곱살 김청솔입니다. 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특수학교에서 1년 정도 교사로 일을 하다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우간다로 해외 봉사를 다녀왔어요. 원래는 올해 11월쯤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3월에 급하게 귀국을 했고, 조금 쉬다가 지금은 프리랜서 형태로 복지관 내 치료센터에서 ‘인지치료사’ 일을 하고 있어요. 인지치료는 쉽게 말하면 장애학생 혹은 발달지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1:1 개별학습 혹은 과외라고 보시면 돼요.

Q. 특수교육이 흔한 직종은 아닌 것 같은데, 전공을 택한 계기가 있나요?

▶ 원래 교육직에 관심이 있었는데 고3 때까지만 해도 특수교육 분야는 전혀 몰랐어요.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저에게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셔서 찾아봤는데, 그때 처음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알게 됐어요. 제 성향을 생각했을 때 괜찮겠다 싶었어요. TV에서 장애인 관련 다큐멘터리나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걸 보면 항상 후원의 대상이나 불쌍한 이미지로 노출되는데, 저는 불쌍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싫더라고요. 단어 자체가 자신보다 아래의 존재로 보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요….

Q. 실제로 본인의 성향과 적성에 잘 맞던가요?

▶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 맞아가는 것 같아요. 힘든 점도 있지만 이 분야의 일을 하면서 얻는 보람이나 성취감이 더 크다고 느껴요. 꼭 교사를 하진 않더라도 장애인 관련이나 특수교육 분야에서는 계속 일하고 싶어요.

Q. 최근에 고민하고 있거나 관심 갖고 있는 주제가 있나요?

▶ 아무래도 특수교육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까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원이 많이 필요한 분야인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해 어려움이 많아요. 특히 코로나19로 학교를 안가는 학생들이 많아졌는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들의 경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부모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더라고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고, 또 장애인들의 자립이나 취업 문제에 대한 생각들도 많이 하게 돼요.

Q. 사회적경제나 가치소비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 직접적으로 접할 일은 없었지만,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다큐멘터리나 특별활동을 통해 조금씩 관심을 갖고 공감하게 됐어요. 주변에서 얘기하기를 제가 공감 능력이 있는 편이라고 해요. 저는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환경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지구 사랑해’라는 수신호도 만들고, 몰래 교실 에어컨 온도를 올리거나 끄고 다니기도 했어요.

Q. 해외 봉사활동은 어떤 계기로 떠났나요?

▶ 대학 다닐 때 대학사회봉사협의회, 월드브랜드봉사단이 주관하는 해외 봉사 프로그램 ‘청년 중기봉사단’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5~6개월 프로그램인데, 미얀마에 있는 보육원에 파견돼 방과 후 수업을 했어요. 대학생 시절에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재밌고 좋은 경험이었고, 계속 기억이 남아서 나중에 졸업하고 전문가가 되면 또 다시 봉사단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마침 KOICA에 공고가 떠서 지원을 했고, 2019년 3~4월 교육을 받아 5월 초에 출국했어요.

Q. 구체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 현지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하거나 교실을 짓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별 교육이 필요한 몇몇 학생들을 데리고 개별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일반 보편교육에도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 특수교육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누가 장애인인지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에요. 학생 수는 1120명 정도 되는데 결석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데 하루는 전교생에게 가치소비를 통해 기부된 가방이 전달된 적이 있었어요. 그 날은 전교생이 다 등교했어요. 그만큼 그들에게 특별했던 거죠.

Q. SE:크리에이터 콘텐츠로 올린 국제개발 분야 사회적기업 이야기를 굉장히 흥미롭게 봤어요.

▶ 제품을 구입하면 후원이나 기부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흔히 접하지만, 직접적으로 와닿는 기회는 사실 많이 없잖아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제가 직접 경험을 해보니까 확 와닿는 게 있더라고요. 이전에는 솔직히 내가 이 기업의 제품을 소비한다고 해서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얼마나 되겠냐는 합리적 의심과, 가방 가격이 디자인이나 퀄리티에 비해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우간다 학생들에게 가방이 전달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이 정도의 가치가 돌아간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가치만큼 좋은 품질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처음 사회적기업이 시작할 때는 일반 기업보다 생산 여건이나 홍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가격 면에서도 뒤쳐질 수밖에 없을 테고요.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초기 사회적기업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가치소비를 가까이에서 경험한 입장에서 나에게 가치소비란 무엇인가요?

▶ 글쎄요. 즉흥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 요새는 배달이 일상화해 있잖아요. 조금만 움직이면 집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올 수 있는데도,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배달을 시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기업에서 할인 쿠폰을 주고 프로모션을 하면서 소비하라고 유혹을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유혹이 있더라도 소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에게 불필요한 소비는 내가 불편해도 하지 않는 것! 소비를 할 때 조금 더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Q. 그럼 평소에 소비를 잘 안 하시는 편인가요?

▶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외에는 잘 안 사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뭔가 소유하기 위한 소비보다는 경험을 위한 소비를 주로 하는 것 같아요. 여행이나 정기후원,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아깝다고 여겨져요.

Q. SE:크리에이터 활동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 해외봉사 당시에 같은 단원으로서 만났던 분이 알려주셨어요. 이런 활동이 있는데 참여해 보면 어떻겠냐고…. 처음에는 아무래도 다른 일도 하고 있으니 시간이 많이 할애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활동 시작하고 나니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어떤 부분에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 마음 한구석에 관심만 가지고 있던 것을 직접 실행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주변에 “봐 주세요”라고 올리면서 더 당당하게 ‘나 이런 것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아무래도 가치소비를 한다거나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한다는 게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일이라 주변에 요구하고 권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공개적으로 알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고맙게도 친한 지인들이 동참해 주고 있어서 뿌듯하고, 멋있다고 해주는 친구들도 있으니 자존감도 올라가는 것 같아요.

Q. 이번 활동을 통해 경험해본 가치소비 아이템이나 실천방법 중 추천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 불필요한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재활용 용기를 사용해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숍’이나 ‘리필 스테이션’을 추천해요. 아무리 소비를 줄여도 생필품은 구입을 할 수밖에 없는데, 내용물을 다 쓰고 나면 플라스틱 용기들이 큰 쓰레기로 남잖아요. 그런데 제로웨이스트 숍에서는 아직 너무 멀쩡해서 버리기 아까운 용기를 활용해 꼭 필요한 만큼만 제품을 담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재활용하기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가져다 주면 치약짜개 등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기도 해요. 그 아이디어가 획기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Q. 지역마다 제로웨이스트 숍이 많아지면 좋겠는데, 아직 주변에서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 서울이 가장 인프라가 좋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저도 그점이 아쉬워요. 그래도 최근에 대기업에서도 리필 스테이션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되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많이 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대기업 것이니까 개개인 못지않게 대기업들의 변화도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Q. 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결국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가 아닌가 해요. 이번 활동이 나의 소비 생활이나 가치관에도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준 점이 있을까요?

▶ 나의 소비성향이나 가치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원래 물욕이 많은 편도 아니고 명품을 구매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라,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기준 없이 비슷비슷하게 여겼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중에서도 가치 있는 것을 사야겠다는 가치관이 정립된 것 같아요. 특정 기준으로 소비를 하니깐 그에 맞지 않는 것은 충동적으로 사지 않게 되고, 구매한 것에 대해서는 더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우리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 세상을 바꾸는 일은 특별한 누군가가 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씩 관심만 가지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불편을 감수할 줄 알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글/사진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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