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들은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가치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2020 서울 사회적경제 전략캠페인 '바이소셜X서울 [SE:크리에이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밀레니얼 사회적경제 크리에이터, SE:크리에이터는 사회적경제와 가치소비를 주제로 한 콘텐츠 창작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로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합니다. SE:크리에이터 5인의 가지각색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경제와 가치소비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은 엄정아고요. 나이는 28세, 사수자리에 B형, 울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입니다. 올해 초까지 ‘랄라블라’라는 드러그스토어에서 영업부서 매장관리직으로 일했고요. 현재는 서울에 살며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을 조금씩 시도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언제부터 판매나 영업, 마케팅 쪽으로 관심이 갖게 됐나요?

▶스무 살 때, 집 근처 마트 시식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때 제품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나름 판매 전략까지 준비해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담당 팀장이 저에게 “니가 뭘 하겠냐, 시간만 떼우고 가겠지”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 순간 나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줘야겠다 생각했고, 이틀만에 팔 물량을 하루 반나절만에 다 팔았어요. 그러자 저를 무시했던 팀장이 저를 붙잡고 다음에 또 와 주면 안 되냐고 하더라고요. 그 때 뭔가 희열을 느꼈고, 너무 뿌듯했어요. 그 후 말하는 것에 더 많이 재미를 느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영업직으로 가서 고객들을 자주 만났죠. 

Q. 사람들을 많이 대면해야 하는 일이라 쉽지 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흔히 영업은 힘든 직종으로 여기고, 어쩌면 한국에서 선호직이 아닐 수 있는데, 저에게는 매일매일이 달랐어요. 사람마다 성취감을 느끼는 부분이 다를 텐데, 저는 누군가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을 때 상대방이 그 제품을 구입하고 만족해 하며 쓰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편이에요. 사실 영업직은 제품에 대한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돼요. 드러그스토어에 제품이 몇 백 개 이상 되는데, 그걸 다 공부해서 고객에게 꼭 맞는 제품을 추천해 주고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너무 좋았어요. 

Q. 좋아하는 일, 안정적으로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첫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았어요.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제품을 판매하는 일은 물론이고 매장 내 안내 멘트를 직접 작성하고 목소리를 녹음해 방송하거나, 매장 안을 예쁘게 꾸미기 위한 디스플레이 기획을 한다거나….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었어요. 여기에 너무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고, 무언가 배울수록 더 욕심이 났죠.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애를 쓰고 노력했는데,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요. 안정적인 월급에 일의 만족도도 높다 보니 자꾸 안주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더 발전하려면 안정에서 벗어나 불안정해야 성장하지 않을까 싶었죠.

Q. 이야기를 들어 보니, 도전하는 것에 겁먹거나 거부 반응은 없는 편인가 봐요.

▶맞아요. 뒷일을 생각하지 않아서 그럴 거예요.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를 떠올려 봐도, 만약 그때 스스로 모든 걸 책임지고 감당해야 하는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미리 생각했다면 안 올라왔을 수도 있어요.

​Q. 스스로를 생각할 때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3가지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낙천적이고, 열정적이고, 막무가내예요. 저는 사람들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제가 말을 안 듣는대요. 그리고 친구들이 저더러 몽상가라고 해요. 가진 것에 비해 꿈이 크다고…. 예전에는 그런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어요. 그냥 좋게만 생각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친구들과 내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은 대학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다 결혼하고, 저축도 열심히 하고, 다 그렇게 살아요.

그런데 저는 서울에 와서 퇴사를 하고나서부터는 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니니, 가진 것에 비해 너무 큰 꿈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생각이 자꾸 바뀌는데, 그래도 지금은 꿈을 더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번 SE:크리에이터 활동도 그런 면에서 도전하게 되었고요.

Q. SE:크리에이터로 처음 올린 블로그 글에서 ‘디퍼런트’라는 책을 소개했는데, 그 책에서는 다른 생각을 해야 길이 보인다고, 그래야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다르다는 것에 너무 고민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다른 생각을 해야 길이 보인다. 그래야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책 '디퍼런트' 중 -

▶저 역시 그 말이 좋았고 그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았는데 현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괴리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구나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최근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가 있나요?

▶회사를 그만둔 이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이것저것 검색도 하고 뉴스도 보곤 했는데, 그때 포스트 코로나, 뉴딜정책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됐고, 특히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과 관련해 좀 더 찾아보다가 사회적경제라는 걸 알게 됐죠. 저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러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영상을 접하게 됐는데 너무 멋져 보였고, 자부심 같은 게 느껴졌어요. 그분들 역시 불안정하지만 꿈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에 동질감이 느껴졌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이번에 활동 주제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소개하는 사회적경제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본인의 최근 관심사를 다룬 거군요?

▶맞아요. 저도 지금 사회적경제에 대해서 공부하고 알아가는 입장이긴 한데 의미 있는 주제이지 않나 싶었어요. 근데 사회적경제는 파고들면 들수록 너무 내용이 방대하고 설명할 게 많아서 어렵고, 정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Q. 지금까지 파악하고 이해한 사회적경제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나에게 사회적경제는 어떤 건지 한 마디로 정의해주세요.

▶제 기준으로 봤을 때 가치라는 것은 모호한 건데 작은 가치일지라도 혹은 대단한 가치가 아닐지라도 그것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것이 사회적경제 아닐까 싶어요. 나의 꿈, 나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나에게 사회적경제는 도전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사회적경제의 일원이 되거나 창업 아이템을 발굴해서 소셜벤처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나요?

▶실은 스물 한 살에 울산시에서 지원사업을 받아 창업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대학생이었고, 친구와 함께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한 1년 정도 사업을 운영하면서 선배 창업자들에게 멘토링을 통해 많은 부분들을 배웠던 것 같아요. 서울에 온 목적 중에 경험을 쌓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아직 창업에 필요한 소스나 전문적인 것들을 많이 갖추지는 못했지만, 서른 살까지는 경험을 쌓고 30대가 되면 1인 창업에 도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Q. 관련 정보들을 교류하거나 같이 공부하는 커뮤니티 혹은 친구들이 있나요?

▶서울청년포털사이트를 통해서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소통도 하고 정보도 얻고 있어요. SE:크리에이터 프로젝트도 서울청년포털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혼자 활동할 때는 내 안의 고민들을 표출하지 못하고 담아만 두니까 외롭기도 하고 답답한 부분들도 있었는데,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삶의 질이 올라가더라고요.

Q. SE:크리에이터 활동을 통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제가 이전에는 SNS를 거의 안 하고 살았거든요? 이번 활동 덕분에 처음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보게 됐어요. 유튜브도 시청하는 입장이지, 영상을 만들어 본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데 동영상 제작하는 것도 관심을 갖고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브랜드 이름이 모호하거나 잘 모르는 기업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제는 잘 모르는 브랜드라 하더라도 바로 배제하지 않고 나의 바운더리 안에 놔두는 넓은 소비 성향을 갖추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치소비 아이템들이 우리 일상에 그리 밀접해 있지 않다는 거예요. 아는 사람만 찾아서 소비하게 되는 구조랄까요? 제가 일하던 드러그스토어에도 친환경 제품들을 모은 진열대가 있었지만, 그런 제품은 포장재들이 화려하지 않고 단조롭다 보니 눈에 잘 띄지 않고,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것 같아요. 

Q. 그렇기 때문에 가치소비를 더욱 알리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활동 중에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사회적경제 제품 중 몇 가지를 선정해서 가치소비 아이템으로 소개하는 기획이 있는데, 다 좋아 보이고 다 의미 있는 것들이라 과연 내가 이 수많은 제품들 중에서 어떤 것을 소개해야 좋을지, 어떤 식으로 소개해야 할지, 그 부분이 너무 고민 되더라고요.

Q. 밀레니얼 세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가치소비 아이템을 하나만 꼽으라면요?

▶동네 책방이요. 제가 워낙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언젠가 일을 그만두고 고민이 많았을 때 친한 언니와 함께 지역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서로 책을 사준 경험이 있는데, 그게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사실 저는 가치소비나 사회적경제가 궁극적으로는 자급자족하는 형태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다수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지역 안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 지역 특색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그걸 이용하는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가장 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지역의 사회적경제 제품들이 지역 안에서 소비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게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지역의 소기업들이나 동네 책방 같은 작은 상점들을 추천해 주고 싶어요.

Q. 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추천할 만한 책이 있을까요?

▶사회적경제 관련 책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인생책이 있기는 해요. ‘얼굴 빨개지는 아이’라고 인간관계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20대 직장인들의 고민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담은 ‘나를 지나쳐 주세요’와, 마지막으로 ‘쇼코의 미소’라는 이별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Q. 활동 이후에 나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여요?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전 아마도 다양한 제품들을 소개해 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해 보고 싶은 일 중에 하나인데, 그 과정이 어렵긴 하겠지만 도전해 보려고요. 사실 이번 활동이 그 발판이 되어 준 거예요.

​글/사진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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