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브랜드를 다수의 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브랜드(co-brand)’가 주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 지위가 확고하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 비용 및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협력사 간 기술·정보를 공유해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서울시 중소기업 지원기관 서울산업진흥원(SBA)에서는 서울의 우수한 중소기업과 제품을 알리기 위해 공동브랜드를 적극 활용 중이다. 그동안의 성과와 특징, 차별점 등을 분석해본다.
서울메이드(SEOUL MADE)’는 서울의 산업 변화 과정을 압축한 브랜드로, 유형의 제품을 넘어 무형의 콘텐츠까지 포괄한다./사진제공=SBA
서울메이드(SEOUL MADE)’는 서울의 산업 변화 과정을 압축한 브랜드로, 유형의 제품을 넘어 무형의 콘텐츠까지 포괄한다./사진제공=SBA

“손으로 만드는 제조업에서 머리로 만들어내는 창작으로의 변화를 담아낸 브랜드.”

지난해 12월 서울산업진흥원(SBA)에서 출시한 ‘서울메이드(SEOUL MADE)’는 서울의 산업 변화 과정을 압축한 브랜드다. 서울의 성장을 이끌어온 베이비붐 세대(1950~1960년대 출생)의 오랜 노하우와 장인정신 등 산업 가치를 지키고, 현재 서울을 만들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 출생)의 확고한 취향이나 스타일 등을 포괄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1970~1990년대 ‘성실함의 시대’라 불렸던 산업화 시기, 서울의 산업은 지역 내에 국한됐으며 봉제·출판·인쇄·조립·금속·가구·식료품 등 제조업 위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창작의 시대’가 오고 국제화 시기와 맞물리면서 서울의 산업은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됐다. 또한 손으로 제조하던 유형의 ‘제품’ 중심에서 게임·애니메이션·축제·영화·공연·패션·라이프스타일 등 머리로 만들어내는 무형의 문화, 상품, 산업, 콘텐츠 등 전반을 아우르는 ‘창작’으로 뻗어나간다.

젊고 활기찬 ‘서울’ 이미지 연결해 ‘MZ세대’ 공략

서울메이드(SEOUL MADE) 심볼 및 워드마크. 주요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감정을 직관적으료 담아냈다./사진제공=SBA
서울메이드(SEOUL MADE) 심볼 및 워드마크. 주요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감정을 직관적으료 담아냈다./사진제공=SBA

브랜드 이름에 ‘SEOUL’을 내세운 건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가치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흔히 서울을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젊고 활기차고 트렌디하며’ ‘일을 잘하면서 흥이 많고’ ‘창의적이고 문화로 가득하다’ 등 긍정적 이미지를 서울이 만드는 제품이나 콘텐츠에도 연결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SBA에서 진행한 ‘서울메이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200명 중 절반 이상(57.4%)이 “서울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다”라고 답했다. 서울메이드 측은 “‘KOREA’와 ‘SEOUL’을 놓고 보면, KOREA는 한국전쟁, 휴전국, 혼란한 시대 상황을 빠르게 극복한 경제성장 등 부정과 긍정이 공존하는 측면이 강한 반면, SEOUL은 문화, 패션, 기술을 선도하는 도시로서 긍정의 이미지가 커서 브랜드 효용가치가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연장선에서 서울메이드가 주요 목표로 삼은 소비자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1990~2000년대 출생)를 포괄하는 이른바 ‘MZ세대’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성을 추구하면서 소신껏 발언하고 행동하며 국적에 상관없이 비슷한 유행과 취향을 즐긴다. 온·오프라인을 끊임없이 오가며 소유보다 공유, 상품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 세계 노동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글로벌 MZ세대는 향후 경제를 이끌어갈 주도층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장영승 서울메이드 대표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디지털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MZ세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브랜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면서 “공동브랜드 역시 이러한 흐름에 중심에 서서 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독특한 상품·콘텐츠 발굴→ 해외시장 진출 기회로 

서울메이드와 협업한 기업이 출시한 요괴라면의 '노량진 멸치간장맛 라면', 맛있닭의 '한끼시리즈', 하이브로우의 '도심 속 피크닉 용품'(오른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사진제공=SBA
서울메이드와 협업한 기업이 출시한 요괴라면의 '노량진 멸치간장맛 라면', 맛있닭의 '한끼시리즈', 하이브로우의 '도심 속 피크닉 용품'(오른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사진제공=SBA

출시 1주년을 앞둔 ‘서울메이드’는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통해 단계별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먼저 단기 계획으로 ‘소비재 전략’을 통해 유통 분야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식음료·뷰티헬스·패션·라이프스타일 등 분야에서 독특한 상품·콘텐츠를 발굴해 내놓는 방식이다. 소비자에게 가장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품목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서울을 상징하는 감각적인 기업을 육성하고, 차별화한 제품 큐레이션을 시도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상반기 공모를 통해 브랜드와 협업 사업을 통한 ‘서울메이드 콜라보 상품 기획 개발’을 추진했다. 12개 기업을 선정해 ‘서울의 맛·멋·안전·편리’라는 4가지 분류에서 상품을 개발해 MZ세대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는 목표다. 

예를 들어 ‘서울의 맛’ 카테고리의 식품 브랜드 ‘요괴라면’은 지난 10월 ‘노량진 멸치간장맛’ ‘이태원 참깨마제맛’ 라면을 출시했다. ‘서울의 편리’ 카테고리의 캠핑용품 브랜드 ‘하이브로우’는 서울 주요 공원 5곳을 모티브로 도심 속 피크닉 용품을 개발하고, 바람직한 공원 문화를 위한 캠페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8월 미국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초청 행사에서 SBA가 서울메이드 방역 제품을 전달했다./사진제공=SBA
지난 8월 미국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초청 행사에서 SBA가 서울메이드 방역 제품을 전달했다./사진제공=SBA

아울러 SBA는 서울메이드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인도네시아·태국·홍콩·일본·베트남 등 해외에서 팝업 스토어, 전시회 등을 꾸준히 개최하며 오프라인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거점 확보를 통해 판매 채널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프랜차이즈 확장 등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상반기 코로나19로 사태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K-방역’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 초청되기도 했다. SBA는 서울메이드 ‘방역·구호 키트’ 1만개를 주요 관계자와 현지인을 대상으로 선보였으며, 이를 지역 및 중국 매체 등에서 주요하게 보도했다. 행사를 통해 ‘서울메이드’를 미국에서 공식 출시해 서울 중소기업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미국 시장 개척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이다.

이외에도 오는 1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약 750평 규모로 조성한 체험 판매장 ‘서울메이드 스트리트(SEOUL MADE STREET)’를 연다. 중소기업 총 182개사의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현지 소비자 및 바이어에게 서울메이드 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린다. 향후 베트남 호치민에 2곳, 태국 방콕과 파타야에 각 1곳씩 총 4곳에 오프라인 협력 매장을 열고,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의 주요 쇼핑몰과 협약을 맺어 온라인 전용 페이지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박람회 중 ‘서울메이드’ 홍보관의 모습./사진제공=SBA
지난 12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박람회 중 ‘서울메이드’ 홍보관의 모습./사진제공=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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