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도 인지도나 브랜드 파워가 낮아서 판로 확보가 어려워요.”

지난 2015년 10월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주최한 ‘서울 일자리대장정 유통교류회’ 토론 현장에서는 중소기업 우수 제품의 판로개척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서울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SBA는 중소기업의 낮은 인지도와 브랜드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4월 SBA국제유통센터를 개관하고, 이와 함께 ‘서울어워드’를 만들었다.

‘서울어워드’는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을 선정하고, 상품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SBA는 유통·제조 전문가와 전문위원회를 주축으로, 서류·샘플 심사와 최종 평가를 통해 질 좋은 제품을 엄선하고, 선정한 제품들의 국내외 판로개척 및 온·오프라인 홍보 등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어워드 로고./제공=SBA
서울어워드 로고./제공=SBA

2016년 런칭 이후 매년 5회 이상, 전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품질이 뛰어난 상품을 모집하며 민관 협력 모델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5년간 서울어워드 심사를 통해 지난 10월 기준 총 2994개 회사, 2만 1294개의 제품이 선정됐다. 상품의 변경이나 업그레이드없이 생산·판매되는 한 서울어워드로 선정된 제품은 매년 갱신하지 않아도 선정이 유효하다.

이름만 보면 서울 소재 기업 제품만 포함될 것 같지만, 전국 단위의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서울어워드’의 선정 대상이다. 예를 들어 ‘식품’ 분야의 경우 지역 특산물이나 가공제품 등이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상품의 생산 지역보다는 우수한 원재료를 확보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용상 SBA 마케팅지원본부장은 “우리나라 유통의 중심은 서울이고, 모든 상품이 서울로 모이는 상황에서 굳이 지역을 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면서 “실제 바이어에게 중요한 건 상품의 제조 지역보다는 품질이 최우선이고, 선정된 상품이 지속적으로 소개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정된 상품 정보는 DB로 구축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선정 상품들이 홈페이지에서 검색되고, 직접 만나기 어려운 바이어에게 꾸준히 소개되어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쇼핑몰·데이터홈쇼핑 입점, 중소기업에 맞는 판로지원

서울어워드는 우수상품 선정에 그치지 않고, 선정된 제품의 판로 확대에 특히 방점을 찍었다.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리빙 △이미용 △유아·출산·완구 △패션·잡화 △스포츠·레저·여행 △컴퓨터·가전·디지털 △문구·취미·자동차·반려동물·캐릭터 △식품 등 총 8개의 카테고리에서 선정된 상품들이 ‘네이버’ ‘옥션’ ‘G마켓’ ‘인터파크’ ‘위메프’ ‘티몬’ 등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금까지 협력 플랫폼에 입점한 서울어워드 제품의 월 평균 매출액은 약 50억원 정도다.

SBA는 시장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위축된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위해 협력 온라인 플랫폼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김용상 본부장은 “최근 유통 추세를 반영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온라인에서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함)’ 판로지원을 지난 3월부터 신규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데이터 홈쇼핑’ 채널 진출 지원도 효과를 보고 있다. 데이터 홈쇼핑은 일반 라이브 홈쇼핑과 달리,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나 상품을 검색해 시청하고 구매까지 가능한 방송 형태다. 상대적으로 판매 상품 준비 수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동시에 향후 TV 홈쇼핑으로 진출이 가능해 여러 면에서 효과적이라 2017년 시범사업 이후 지원을 이어가는 중이다. 

서울어워드 중에서도 데이터 홈쇼핑 협력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선정된 제품이 판매된다. 올해 K쇼핑에서 판매된 ‘마이비밀 다이어트 도시락’은 초기 스타트업 기업의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1억 9천만원의 매출 성과를 바탕으로, K쇼핑과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상품 리뉴얼 및 추가 방송을 편성하는 등의 성과를 나타냈다. 이외에도 ‘올바로 문어발 샤워기’ ‘산과들에 견과류’ 등이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공적 사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해외수출 상담회 온라인·소규모 진행

서울 국제유통센터 1층 서울어워드 전시관./사진제공=SBA
서울 국제유통센터 1층 서울어워드 전시관./사진제공=SBA

서울어워드 제품의 해외 판로개척을 위한 지원도 빠뜨릴 수 없다. SBA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대규모 수출 상담회 ‘서울어워드 글로벌 소싱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는 서울어워드의 제품을 해외 바이어 및 유통관계자에게 소개하고 수출을 하기 위해 미팅을 하는 자리로, B2B 매칭 상담회와 유통 전문가 컨설팅과 세미나 등이 열린다.

최근 2년간 바이어 300여명, 중소기업 700개사가 참여해 2천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액은 4억달러(약 4530억원) 규모 이상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MBI’사가 ‘캔디스피드 1분 염색약’을 본국에 판매하는 30만달러(약 3억 3천만원)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SBA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을 찾지못한 해외 바이어를 위해 마련한 비대면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SBA
SBA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을 찾지못한 해외 바이어를 위해 마련한 비대면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SBA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입국이 어려운 해외 바이어를 위해 행사 일부를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지난 9월부터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진행함으로써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앴다. 10월까지 400건의 상담이 운영됐고, 11월까지 온라인 상담이 이어졌다. 

지난 11월 25~26일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국내외 바이어를 위해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오프라인 수출상담회인 ‘2020 서울어워드 글로벌 소싱페어’도 진행했다.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열린 이번 소싱페어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국내외 바이어(8개국, 120여명)와 중소기업 200여 개사가 참여했다. 이날 바이어와 기업 관계자는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샘플 테스트를 하며 수출을 위한 B2B 심층상담에 임했다.  SBA는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상담도 지원해 지속 관리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온라인 상담은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이어가 직접 상품을 만지고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며 “아무래도 짧은 시간 내 계약으로 이어지기 힘들어 첫 상담 이후 샘플 배송과 수차례 후속 상담 등 계약 성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규모의 B2B 매칭은 바이어가 원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희망할 경우 유통기업과의 소규모 1:1 상담, 20~30개사가 참여하는 중규모 등 다양한 형태로 수시 진행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주로 소규모 1:1 상담회를 온라인에서 개최했다. 총 128회, 392건 열어 판로지원과 바이어 확보를 지원했으며, 온라인 플랫폼 입점설명회 및 사업설명회를 4회 진행해 235개사가 참여하는 등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진행된 '2020 서울어워드 글로벌 소싱페어' 매칭상담회 모습./사진=진재성 기자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진행된 '2020 서울어워드 글로벌 소싱페어' 매칭상담회 모습./사진=진재성 기자

페이스북·웨이보 통한 전 세계인 대상 제품 홍보

해외 바이어의 반응도 뜨겁다. 국내 다양한 유통채널의 상품기획자(MD)가 서울어워드 제품을 검증하다 보니, 상품성과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김 본부장은 “매년 행사에 참여하는 한 일본 바이어는 서울어워드 상품의 질이 좋아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평했다”라며 “지속적으로 구매 의사를 밝히고 국내 상품을 일본 온라인 채널로 유통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를 위해 소셜미디어(SNS) 활동도 눈에 띈다. 서울어워드로 선정된 상품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 제작을 지원하고, 이를 SNS를 통해 홍보한다. 특히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주력 채널로, ‘나만 알고 싶은 꿀템’이라는 제목으로 5년째 홍보를 이어오고 있다. 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태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번역본도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해외 홍보의 주력 채널인 ‘웨이보’의 구독자 수는 180만명에 이른다.

25일 비즈니스 매칭 상담회가 열린 현장에서 뷰티 제품을 홍보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 중국 틱톡커./사진=진재성 기자
25일 비즈니스 매칭 상담회가 열린 현장에서 뷰티 제품을 홍보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 중국 틱톡커./사진=진재성 기자

김 본부장은 “서울어워드 제품의 궁극적인 홍보의 목표는 국내시장을 넘은 세계시장 진출이다”라며 “국경도 장벽도 없는 SNS를 통해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자사의 상품이 통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서울어워드 SNS가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시 5년차, 서울어워드는 우수제품의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질을 향상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김 본부장은 “단순히 상품을 모집해 선정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후속 지원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한다”며 “유통 분야에는 기업에 지원금·보조금 등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보다 상품을 홍보하고 바이어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기존처럼 오프라인 판로 확대가 어려워졌지만, 내년부터는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SBA도 온라인·비대면 방식 외에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방법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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