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써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기업시민’ 개념이 발돋움 중이다.” -신지현 한국IBM CSR팀 부장

기업은 변하고 있다. 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대표적인 이익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지난해 기업의 목적을 주주 이익 추구에서 ‘전체 이해관계자들의 가치추구’로 바꿔가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앞으로 기업의 역할이 바뀌어갈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20 서울 혁신주간’은 지난 25일 첫 번째 콘퍼런스 ‘전환세션1’에서 구성원, 환경과 공존하기 위한 노력을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국내외 기업들을 소개했다. 사회적경제 주체를 포함한 민간 기업들은 혁신적인 대응을 통해 어떻게 도시전환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발표했다. 행사 주제는 ‘2050년 서울, 기업과 함께 도시 전환을 꿈꾸다’이다.

폐자재 마켓·휴대용 수력발전기... 그린성장 가능성 모색

루씰 하몽 바카시아 회장이 '2050년 서울, 기업과 함께 도시 전환을 꿈꾸다' 세션 첫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 ‘바카시아’는 건축 폐기물을 온라인으로 중고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출처=서울시 유튜브
루씰 하몽 바카시아 회장이 '2050년 서울, 기업과 함께 도시 전환을 꿈꾸다' 세션 첫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 ‘바카시아’는 건축 폐기물을 온라인으로 중고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출처=서울시 유튜브

해외 사례 대표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선 프랑스 스타트업 ‘바카시아’는 건축 폐기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철거 현장에서 폐자재를 안전하게 분해하는 과정을 돕고, 이를 중고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 플랫폼을 운영한다.

건설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산업인 만큼 바카시아 비즈니스의 환경적 가치는 크다. 수익성도 탄탄하다. 기업들은 폐기물 처리비용 대신 중고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참여가 활발하다. 루씰하몽 바카시아 회장은 “바카시아 마켓에는 7천 개 이상 기업이 등록돼 있다”며 “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그린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그린성장에 힘쓰는 기업이 있다.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개발한 벤처기업 ‘이노마드’는 에너지 자급력을 갖춘 도시 서울로의 전환을 꿈꾼다. 서울은 현재 전력 수급의 98%를 서해안 등에 위치한 발전소에 의존한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려면 시민과 기업이 스스로 얼마나 전기가 필요하고, 얼마나 쓰고 있는지 체감해야 하지만 지금의 원거리 에너지 수송 체계로는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이용해 직접 전력을 생산해보면 에너지 사용을 돌아볼 수 있다”며 “다양한 시도로 대도시의 에너지 자급력을 높여 에너지 소비량을 인식하고 책임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공동체교류와 인식 전환에 기여할 것”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진영도 공존을 위한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역 공동체 가까이서 활동하는 만큼 ‘시민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기 적당한 주체다.

올해로 설립 33주년을 맞이한 협동조합 '한살림'은 전국적으로 70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해있다. 한살림은 농민 생활 개선과 깨끗한 도시 먹거리 공급을 이끌어 왔다. /출처=서울시 유튜브
올해로 설립 33주년을 맞이한 협동조합 '한살림'은 전국적으로 70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해있다. 한살림은 농민 생활 개선과 깨끗한 도시 먹거리 공급을 이끌어 왔다. /출처=서울시 유튜브

협동조합 ‘한살림’은 도시에 깨끗한 먹거리를 공급할 뿐 아니라 도농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농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 조완석 한살림 상임대표는 “도시의 삶이 개인화, 파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농교류를 통해 공동체 문화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촌을 경험함으로써 도시 먹거리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인식할 때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를 위탁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에코시티’는 폐기물 관리뿐 아니라 자원순환 체험 교육 등 재활용, 자원순환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는 서울에서 나오는 폐전자제품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 처리하는 기관이다. 에코시티는 기업 불용물품을 받아서 센터에서 재활용하고 그 수익을 자원순환과 사회통합을 위한 활동에 사용한다.

서울에서 나온 폐기물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처리되고 이는 매립지 부족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폐기물 수거·처리의 원거리화를 지양하고 지역과 마을 단위의 1차 재활용 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이동현 에코시티 대표는 “내가 쓴 폐기물이 내가 사는 공동체 안에서 공론화되고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교에서 자원순환 교육을 정례화하고 도서관 등 지역 시설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쓰레기 문제를 교육해야 한다”고 전했다.

“톱다운 안 통해”... 지역이 바꿔갈 2050년 서울

2020 서울 혁신주간, 첫 콘퍼런스 '2050년 서울, 기업과 함께 도시 전환을 꿈꾸다'의 사례 발표 후 이어진 토론자리. 기업이 바꿀 서울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정부와 일반기업, 사회적경제 진영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출처=서울시 유튜브
2020 서울 혁신주간, 첫 콘퍼런스 '2050년 서울, 기업과 함께 도시 전환을 꿈꾸다'의 사례 발표 후 이어진 토론자리. 기업이 바꿀 서울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정부와 일반기업, 사회적경제 진영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출처=서울시 유튜브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는 기업이 바꿔갈 2050년 서울을 위해 정부, 일반기업, 사회적 경제가 각자 할 수 있는 역할과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더 이상 행정기관이 수직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톱다운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의 단일한 솔루션을 찾아 보급하는 게 아니라 지역이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지현 한국IBM CSR팀 부장은 정부, 민간, 사회적경제가 ‘2050년 서울’에 대한 기획 단계부터 힘을 모을 것을 강조했다. 신 부장은 “정부는 정책을 바꿀 수 있는 힘, 기업은 자원과 인재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경제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다”며 “이런 주체들이 각자 따로 활동하다 합치는 게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협업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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