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진흥원(SBA)은 서울의 중소기업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현장 정책 실행기관이다.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 확산을 위해 이미 궤도에 오른 기업 외에도 창업 단계의 기업을 키운다. 창업생태계에서 민간과 겹치지 않는 영역에서 민간과 함께 기업을 육성하며, 창업계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실현 중이다. SBA는 조직 내 ‘창업본부’를 두고, 스타트업 지원에 주력한다. 창업본부는 창업허브운영팀, 창업육성팀, 투자지원팀으로 구성됐다. <이로운넷>은 올해부터 업무를 총괄하는 이태훈 창업본부장을 만나 각 팀의 주요 역할과 성과를 들어봤다.
# 자전거·킥보드 등 개인형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전문기업 ‘지바이크’ 는 2018년 SBA 투자 이후 탁월한 기술력과 서비스를 인정받아 최근 2개 기관에서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 공유주방 플랫폼 ‘위쿡’을 운영하는 외식·식품 분야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2016년 SBA 투자 이후 11개 기관의 후속 투자를 받는 등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지바이크’와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SBA 투자지원팀이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팅센터의 초기 투자를 받고 성장 궤도에 오른 대표적인 기업이다. SBA 액셀러레이팅센터는 엔젤투자자·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탈 등 민간 투자기관 및 전문가들과 협력을 통해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기관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한 지 3년이 넘으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위기에 직면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꼭 필요한 투자 유치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SBA 액셀러레이팅 사업은 이들 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 및 투자를 지원했다.
‘데스밸리’ 초기기업 발굴해 후속 투자 이끄는 다리
SBA 액셀러레이팅센터에 따르면 엔젤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 등의 초기 투자를 받았지만, 아직 후속 투자를 검토하기에 리스크(위험)가 높은 초기 창업기업을 육성해 기업 가치를 키운 뒤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게 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창업 초기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고위험을 감당하고, 향후 성장한 스타트업이 한 단계 높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일종의 ‘다리’ 역할을 맡아 투자 생태계의 공백을 메운다.
2019년 기준 그동안 SBA 액셀러레이팅센터에서 서울산업진흥기금을 통해 ‘직접 투자’한 기업만 101개사, 투자 금액만 155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후속 투자 유치금액은 1111억원, 후속 투자율은 71%를 기록해 단기간 내 양질의 투자를 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수익률 역시 초기 투자 생태계에서 상위 10% 안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이태훈 SBA 창업본부장은 “투자지원팀이 검증한 기업에 평균 2억원을 투자하는데, 이 중 70% 이상이 6개월~1년 안에 다른 곳에서 5억~1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받는다”면서 “우리가 투자한 기업 중 3/4 정도는 민간에서 ‘검증된 기업’이라고 믿고 투자하는 이미지가 잡힌 게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며, 핵심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공공분야에서 유일하게 직접 투자를 하는 게 특징입니다. 투자지원팀의 핵심성과지표(KPI)는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민간에서 5억원 이상의 후속 투자를 유치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우리가 직접 투자를 한 다음 민간 투자사에 넘겨 전문가의 눈으로 후속 투자가 가능한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어떤 부분이 문제이고 발전해야 하는지 보완을 거쳐 약점이 해결되면, 제일 먼저 투자할 기회를 줍니다. 투자자들도 늘 좋은 투자처를 찾아다니기 때문에 이득인 셈입니다. 더 좋은 기업에 빠르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큰 만큼, 기업 선정 시 꼼꼼한 심사는 필수다. 민간 투자자들의 추천을 통해 기업을 발굴하고, SBA 액셀러레이팅센터의 서면·대면 심사, 투자심의위원회의 기업가치·기술신용 평가 등 크게 3단계를 거친다. 이 본부장은 “서울창업허브 등 입주 여부와 상관없이 서울에 있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며 “투자에 참여하는 민간 기관들도 자기 자본이 들어간 만큼, 해당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미래 성장동력, 유망 분야 스타트업 키운다
서울의 미래 성장동력을 담당할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간접 투자’도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성한 펀드 개수는 38개, 펀드 조성액은 총 8428억원이며, SBA 펀드 출자액은 539억 5000만원에 달한다. 6대 성장 분야(창업·재도전·4차산업·스마트시티·바이오·문화 펀드)에서 투자처를 발굴하고, 분과위원회를 통해 출자 업무를 진행한다. 시대의 요구와 트렌드를 반영한 유망 업종을 예측하고, 확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에도 SBA 액셀러레이팅센터는 ICT,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지원, 후속투자 연계 등 성장지원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다. 올해도 민간 투자기관과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우수한 스타트업 다수를 선발해 투자를 진행했다.
이들 기업의 사업 모델을 살펴보면 △㈜코나투스는 일반호출에 동승호출이 추가된 탑승 공유서비스 ‘반반택시’로 승객과 기사의 상생 모델을 구현한다. △㈜애드히어로는 SNS 인플루언서의 콘텐츠와 영향력을 측정 및 가치로 환산해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든다. △㈜뮤직플랫은 개인·기관·기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반 유료 BGM 서비스 ‘셀바이뮤직’을 운영한다.
△㈜띵스플로우는 지인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부터 타로, 운세, 심리 진단 등 주제별 챗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티에스피바이오켐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발포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발포 시트지를 개발했다. △㈜스무디는 최대 8인까지 동시 통화가 가능한 모바일 영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코로나 이후 신규 사용자 유입이 크게 늘었다.
그동안 ‘공공 액셀러레이터’ 역할까지 맡아온 투자지원팀은 초기기업을 교육·육성하는 업무를 창업허브운영팀 등에 맡기고, 내년부터는 투자 업무에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성수동을 대표하는 임팩트 투자사 6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를 더 강화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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