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기연구원의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반에 달하는 47.5%가 불안, 우울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우울감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그 누구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시대다. 설사 자신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는 “전체 인구 중 다섯 명에 한 명꼴로 평생 적어도 한 번은 우울증을 앓는다”며 “(중략) 가족 혹은 친구가 평생 한 번도 우울증을 앓지 않을 확률은 거의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소중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는 걸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피할 수 없다면 헤쳐나가야 한다. 책은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을 때 주변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6장에 걸쳐 설명한다. 환자를 위한 내용뿐 아니라, 환자 옆에 머물러야 하는 가족과 친구 등의 주변인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도 함께다.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표지./사진=YES24 홈페이지 갈무리

1장 우울증은 어떤 심리상태일까?
2장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3장 어떤 치료를 받게 해야 할까?
4장 전문가와 어떻게 만나야 할까?
5장 가족의 우울증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6장 나까지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울증은 이해하기 어려운 병...주변 도움 절실

우울증은 설명하기도 정의하기도 매우 어려운 병이다. 원인이 복합적이고 유형도 다양하다. 환자마다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환자의 수만큼 우울증 수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표현한다. 심리학자인 저자 휘프 바위선 조차도 우울증을 다 안다고 자신하지 않는다. 대신 많은 사례를 가져와 우울증 증상을 설명함으로써 우울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증상은 다양하다. 수면장애, 과식 혹은 소식, 울적한 기분, 죄책감이나 쓸모없다는 기분, 피곤, 굼뜨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태도, 결정장애 혹은 집중력 장애 등이다. 증상을 아는 일은 우울증을 아는 일이고, 환자를 돕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일이다.

‘환자에게 주변인의 도움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저자의 답은 단호하다. “우울증을 앓는 가족에겐 정말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자가 도움에 호의적이지 않고 별 반응이 없더라도 그렇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가감정’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양가감정은 도움을 바라지만 또 바라지 않는 모순된 감정이다. 어딘가 부러져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때 감정을 기억하면 쉽다. 환자는 이런 감정을 두 배, 세 배 더 크게 느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다. 우울증에 걸린 당신의 가족과 접촉하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해도, 아무리 봐도 당신의 가족은 눈곱만큼도 바라지 않는 것 같아도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먼저 생각해야 환자도 도울 수 있다

환자를 돕는 일만큼 주변인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불안, 절망, 상심, 분노, 죄책감, 외로움, 수치심, 긍정적 감정, 공포 이 9가지 감정은 주변인이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감정이다. 환자와 함께 하는 생활은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시작은 부정적 감정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만 가져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좀 더 구체적인 방법도 있다. 가장 기본은 ‘자신을 먼저 챙기는 태도’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안내 방소에서는 비상상활 발생 시 부모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한다. 아이한테 마스크를 씌우려다 부모가 호흡곤란이 오면, 둘 다 마스크를 쓰지 못 하고 죽을 수 있다. 저자는 우울증 환자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효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물에 빠진 가족을 구하겠다고 무작정 물로 뛰어들면 그도, 당신도 다 죽는다. (중략) 절대 죄책감을 느끼지 마라!”

저자는 책의 맨 앞에서 “이 책은 즐거운 독서 시간을 선사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매일 조금씩 읽어 나가라고 권하고 싶다”고 조언한다. 그럴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는 한시라도 빨리 읽고 소중한 이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275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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