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어크로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어크로스

새해 소망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단연코 ‘건강’이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지금, 사람들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꿈꾼다. 그렇다면 무엇을 챙기고 신경 써야 할까? 어떻게 해야 건강한 노년이 보장될 수 있을까?

신간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2016년 사이언스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된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의 저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마르타 자라스카가 건강하게 사는 삶에 관한 비결을 파헤쳤다. 

자라스카는 장수의 비밀을 찾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실험실에서 세포 노화를 관찰하고, 지중해의 최고급 리조트에서 주최하는 장수 캠프에 참가했다. 또 일본 나가노현 장수 마을 노인들의 생활습관을 체험해보는 등 세계 곳곳에서 노화와 건강, 수명에 얽힌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수행했다. 또한 분자생물학, 전염병학, 신경과학, 동물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 600여 건을 분석하고, 50여 명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장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첫째 운동(56%), 둘째 식습관(26%)을 꼽았다. 하루에 몇 킬로미터 이상 걷고 뛰는 최상의 운동법과 채소와 과일 몇 그램 이상을 먹는 체계적 식단이 노화와 질병 없는 삶을 보장해준다고 믿으면서.

그러나 자라스카는 “식단 관리와 신체 단련에 쏟는 시간만큼, 더 나은 애정 관계와 친구 관계를 위해 시간을 쓰라”고 강조한다. 그가 분석한 여러 과학적 연구는 덜 걱정하고, 가족 또는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웃에게 더 친절하고, 더 많이 웃는 일 등 ‘측정되지 않는 것’의 효과에 더 주목하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책에서 인용한 한 연구에 따르면, 객관적인 사회적 고립감은 사망 위험도를 29%, 주관적인 고독감은 26%까지 높인다. 객관적·주관적으로나 모두 고독감을 느낀다면 100세까지 장수할 가능성은 곤두박질치지만,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음을 나타내는 긍정 지표가 늘어나면 생존 가능성은 91%까지 높아진다.

저자는 여러 심리적·생리적 연구를 인용해 사회성과 마음가짐이 실제로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제시한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남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지 △행복한 결혼 관계는 어떻게 사망 위험도를 낮추는지 △애착 관계가 불안정한 사람들의 면역 체계는 어떤지 △자원봉사와 친절이 스트레스 호르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 환경이과 식생활이 개선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자라스카는 스마트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젊은 세대의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오프라인의 실제 친구 관계보다 사회적 고립감의 정도가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외로움이 인간을 아프게 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단언한다. 2021년 새해 더 건강한 삶을 목표로 내걸었다면, 운동과 식습관 외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보는 건 어떨까. 내 곁의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 어떻게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현 인류의 과제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어크로스 펴냄. 416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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