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계, 새로운 질서가 온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와 같은 생활방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다행히 다가올 새로운 세계는 더 나은 세계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진찰하고, 적절한 개선책을 제시한다면 말이다. 

‘어떤 세계가 올지’ 걱정하기보다 ‘어떤 세계를 만들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현직 기자인 저자인 안희경 작가는 저서 ‘오늘부터의 세계’에서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세계의 석학들이 우리 앞에 답을 제시했다.

'오늘부터의 세계' 표지 이미지./사진=교보문고 갈무리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와 그것이 야기한 전염병이 창궐하는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두 번째 파고는 지금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 제러미 리프킨-

제러미 러프킨은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로, 미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의 주요 원인을 ‘기후변화’라고 단언한다. 생태계 붕괴, 터전을 위협받은 야생동물의 이동이 펜데믹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현상이 기후변화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인프라를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양적완화를 했다. 대규모로 화폐를 발행한 다음 식량 시장에 투자했다. (중략) 그 결과 38개의 식량 부족 국가가 나왔다. 이들의 배고픔은 사회불안으로 변했고, 카이로 혁명이 발생했다” -원톄쥔-

원톄쥔은 푸젠농림대학교 농촌재건대학 학장이자, 중국의 대표 지식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위기가 식량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로 시작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는 유동성을 강화하고, 이는 식량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 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불안은 결국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3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 지역 중심 세계화가 진행 될것이라고 예측했다.

“IMF가 개발도상국에 지원할 때 얼마나 많은 조건을 붙입니까? (중략) 그런데 기업들이 돈 받을 때(코로나19로 인한 자금지원)는 조건 하나 없이 줍니다. 그게 뭡니까? 지금이야말로 잘못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오히려 제도 개선을 위한 기회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업에 대한 막대한 재정지원에는 노동권 강화, 녹색 기술 투자 등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한다. 또한 그는 앞으로 마이너스성장이 이어질 것이라 예측하면서 숫자에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성장 없이도 국민 생활 질을 향상할 수 있으며, 그 방법을 찾는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지금의 위기 속에서 어떤 편견은 오히려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편견과 혐오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대중들이 의문을 갖고 비판하도록 작동하고 있습니다” -마사 누스바움-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코로나19가 우리 안에 내재한 편견과 혐오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봤다. 또한 역설적으로 이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불평등한 조건이 만들어내는 현상에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고, 대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혐오의 정치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그렇게(2008년 당시처럼)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케이크 피킷-

영국 요크대학교 역학과 교수인 케이트 피킷은 바이러스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으며, 불평등은 현대 사회의 기저 질환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윤 중심의 세계화된 자본주의 구조를 개선할 대안경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암스테르담 등의 도시가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 중 하나인 ‘도넛 경제학’을 새로운 경제 정책으로 선정했다고 언급하며, 변화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시민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를 구분하고, 투표권을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했다.

“초기에 제가 (영국정부에게) 요청했던 것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나라들의 팬데믹 대응 책임자들과 빨리 소통하여 정보를 취합하자는 것이었다. (중략)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구적 대응 받식을 학습해 나간다“ -닉 보스트롬-

닉 보스트롬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동 대학교의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우리의 세계는 언제든지 멸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돌이킬 수 없는 발명, 발견이 의도치 않게 지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미흡함을 보였던 국가 간의 협력, 공조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체제의 필요성을 짚었다. 특히 코로나19와 와 같이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의 구성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우리는 3000만 명의 굶주린 목숨을 저버린 채 확진자 수만을 헤아릴 수 없다“ -반다나 시바-

인도의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수백만 명의 생계를 앗아가면, 굶주림의 펜데믹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에서 경제와 목숨(안전)을 두고 논쟁하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생계는 곧 목숨과 같다. 따라서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가난한 이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아사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오늘부터의 세계’에 담긴 7인의 인터뷰는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양한 분야, 계층의 독자들이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다.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서 어떤 점에 주목해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오늘부터의 세계=안희경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23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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