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이후 이렇게 장기간 학교의 문이 닫힌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중단된 올해 3월,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새 학기를 맞이했다. 갑작스럽게 확산된 바이러스로 어른들도 힘든 상황에서 등교 불가, 외출 금지 등으로 아이들의 마음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신간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가 코로나로 인한 아이들의 불안·걱정·우울 등 심리적 관점에 집중해 쓴 책이다. 저자는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 단장을 맡아 시민들의 심리방역 업무를 맡았다. 지난 8개월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한 아이들의 어려움과 두려움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책에 따르면 그동안 코로나를 주제로 논의된 수많은 담론과 정책은 주로 ‘성인’ 위주로 진행돼왔다. 아이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제쳐둔 채 오로지 ‘학력이 뒤처지는 것’만을 걱정했다. 더욱이 아이들은 감염 예방을 위한 ‘통제’의 대상이었고, 이들에 대한 돌봄은 그저 ‘부담’이라는 관점에서만 다뤄지기도 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아이들 마음보고서’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덴스토리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아이들 마음보고서’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덴스토리

저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크게 5가지로 꼽는다. 먼저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겪는 ‘단절 트라우마’다.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소속감이나 정체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새로운 친구가 생기지 않은 것을 불안해했다. 특히 형제가 없거나 적은 요즘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는 매우 중요한데, 어른들은 친구의 의미에 대해 크게 공감해주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둘째는 ‘규칙 트라우마’로, 부모와 장시간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듣는 잔소리를 비롯해 감염병 예방을 이유로 받는 각종 금지와 지시, 통제에 기반한 일상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셋째는 ‘일상 유지 트라우마’로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비일상적 생활을 하게 됐지만, 어른들은 최대한 규칙적 생활을 하라고 요구받았다.

넷째는 ‘결손 트라우마’로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느끼는 마음이다. 다섯 번째는 ‘중독 트라우마’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문제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에서 갈등이 발생해 부모와 아이들이 다투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저자는 “도대체 집에서 놀기만 하고 게임만 했지, 한 것이 없다”라고 질책하는 대신,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이 있느냐”고 묻는 어른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1학기부터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치는 세대는 10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물론 부모와 교사 등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들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지혜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김현수 지음. 덴스토리 펴냄. 23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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