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관부(納棺夫)’는 죽은 사람을 깨끗하게 씻겨 마지막 작별의 화장을 해주고, 영원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의상을 입히는 염습(斂襲)을 거쳐 입관(入棺)까지 맡는 사람을 말한다. 한 납관부의 체험적 기록을 담은 소설 ‘납관부 일기’는 1993년 일본에서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작가인 아오키 신몬은 와세다대학 중퇴 후 도야마 시내에서 카페를 경영하다 도산한다. 곤궁함을 이기지 못한 그는 신문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1973년 장례회사에 취직해 10년간 납관부로 일한다. “염습과 입관 작업을 맡으며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쓴 일기”에서 시작돼 “남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책이 탄생했다.

‘납관부 일기’에는 날마다 사체를 마주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체험적 기록이 담겼다. 그 역시 몇 번이나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지만 “나 자신이 죽음을 어떻게 대처할지 납득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고비를 넘겼다. 아오키는 “납관부는 ‘시체 처리사’가 아니라 죽은 이가 안심하고 사후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납관부 일기' 한국어판 표지 이미지./사진제공=문학세계사

저자는 죽은 자들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산 자들이 상실한 ‘생명의 빛’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숨을 거둔 뒤 몇 달간 방치돼 발견된 노인의 시신을 입관할 때, 붙잡히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구더기들을 보며 벌레에게도 생명의 빛이 있음을 깨닫는다. 교통사고로 어린 두 자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젊은 엄마의 시신을 입관할 때, 그 집 마당에서 본 실잠자리에게도 수천 년을 이어온 생명의 힘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시신과의 만남을 통해 생자 중심의 시선을 거두고, 진실에 한발 다가간 지혜도 얻는다. 그는 “날마다 시신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죽은 사람이 조용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에 반해 죽음을 두려워하고 벌벌 떨면서 들여다보는 산 사람들의 추악함을 보게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생과 사의 의미를 묵직하게 곱씹은 책을 원작으로, 지난 2008년 타키타 요지로 감독을 필두 한 영화 ‘굿'바이’가 제작되기도 했다. 작품은 이듬해 제81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일본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수상 당시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독자와 관객 모두에게 주목받았다.

납관부 일기=아오키 신몬 지음. 조양욱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 252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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