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경제방역으로서의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피할 수 없다. 지역화폐로 개인당 3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 적당하다.”
지난달 2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며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24일과 25일에도 ‘지금 필요한 것은 빈민구제가 아닌 경제정책’이라고 역설했다.
기본소득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재명 지사의 주장은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면 이 돈이 돌며 경제가 선순환한다는 자신의 기본소득론과 맞닿아 있다. 이 지사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는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요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며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 재난지원금이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경제 정책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4일에도 소신을 꺾지 않았다. 그는 '홍남기 부총리님께 드리는 마지막 호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민 1인당 10만원씩 3개월 시한부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정부, 기본소득은 "불가"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
공개적으로 ‘3불가론’을 거론하며 기본소득 반대 의사를 밝혔던 정부는 당초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에 여력이 마땅치 않다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미 3차례에 걸친 추경과 1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각종 지원금으로 많은 예산을 소모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과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고, 2차 재난지원금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를 본 계층에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로 피해를 본 업종 위주로 지원대상을 검토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안은 오는 6일 고위당정청 회의를 열고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동의... 보편·선별놓고 엇갈려
정치권은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동의하지만 선별지급이냐 보편지급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당 대표 후보 3인의 입장부터 엇갈렸다. 이낙연 의원은 차등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이낙연 의원의 당 대표 당선으로 선별지급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당내 2차 재난지원금 논의도 '선별 지원'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미래통합당 후신)은 일찌감치 선별적 차등지급을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논평을 통해 "불황의 수렁에 빠져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및 취약계층에 대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급하다"며 선별지급에 손을 들어줬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지원하는 게 마땅하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을 두고 입장이 갈렸던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은 2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재난지원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보편지급은 물론이고 가구가 아닌 개인별 지급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기본소득안 발표 “중위소득의 50% 이하 가구 선별지원”
2차 재난지원금 논란 밖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국민의힘은 지난 8월 20일 경제혁신위원회가 당 기본소득의 방향을 제시했다. 새로운 정강·정책을 발표하며 1호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명시한 지 일주일만이다.
국민의힘의 기본소득은 선별지급에 방점을 찍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경제혁신위원장은 이날 혁신 아젠다포럼에서 “중복된 현금지원제도를 통폐합해 사각지대를 메우고 빈곤층 소득 지원을 늘려 빈곤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당 경제혁신위가 발표한 기본소득안(이하 혁신위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대적 빈곤선(중위소득의 50%) 이하 가구를 지원대상으로 한다. 중위소득은 1인가구 기준 월 176만원으로, 혁신위안은 1인가구 기준 월 88만원에 못 미치는 소득을 정부가 메워주는 방식이다. 가령 월소득이 40만원인 가구에는 48만원을 지원한다. 혁신위는 지원대상은 328만5000가구(610만명)이며 추가로 들어가는 재원은 21조원이라고 추산했다. 재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근로장려세제 등 현금복지를 통폐합해 마련한다. 국민의힘은 이를 기초로 당내외 논의를 거쳐 최종적인 기본소득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선별 및 가구지급에 방점을 찍은 국민의힘의 기본소득 논의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는 “통합당안은 기본소득이 아닐뿐더러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안에 불과하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노동의무나 자산심사 없이 정기적으로 주는 현금이 기본소득”이라며 “미래통합당의 제안은 기본소득이 아닐 뿐더러, 결국 기존의 부족한 복지마저 축소하자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기본소득 사회실험·박람회 등 적극 행보
민주당은 기본소득 도입을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30일 출범한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에 소병훈 의원 등 소속 의원 다수가 포함됐다. 이들은 향후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재원 마련방안, 기존 복지제도와의 조화방안 등을 논의해 기본소득법을 공동 발의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오는 9월 10일과 11일 양일간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를 개최한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하며, 이재명 경기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기본소득 정책의 성과와 미래비전을 제시한다.
내년부터는 농촌지역 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추진한다. 이번 사회실험은 일부 계층이나 일회성 지급에 한정됐던 기본소득을 전 국민 기본소득으로 확대하기 전 실시하는 사전단계 성격을 띤다. 도 연구원은 지난 3월 지급됐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효과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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