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4차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새 시대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급부상했다. 국내에서도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다. 기본소득론자들은 다양한 모델과 실현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반대론자들은 기본소득보다 나은 대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운넷은 새시대에 맞는 모델이 무엇인가 돌아보기 위해 대표적인 기본소득 찬반론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당신이 누구든, 매월 60만원 기본소득!”

기본소득당은 매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을 모두에게 조건없이 개별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액인 60만원은 2020년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기초생활급여인 52만7168원보다 높게 책정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6월 24일 이로운넷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액이 60만원인 이유는 전국민이 기본소득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기본소득이 기존 생계급여, 기초생활수급제도와 연결돼서 복잡하게 논의됐던 지점도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모델”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인터뷰 이후에도 지속취재를 통해 용혜인 의원의 생각을 들었다. 지난 9월 18일 용혜인 의원실 측은 "꼭 기본소득당의 기본소득 모델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면서 "기본소득 대전제에만 합의한다면, 열린 자세로 기본소득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은 납득할 수 없다"며 "보편 지급의 당위를 꾸준히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액이 60만원인 이유는 전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액이 60만원인 이유는 전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증세논의도 과감하게 거론했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월 60만원 정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대다수인 70%의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액이 더 많아 정작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용 의원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도 일찌감치 언급했다. 지난 6월 17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국민 과반이 동의한다는 여론조사를 제시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압박했다. 

지난 17일에도 그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적으로 지급됐다고 비판하며 "정부는 2차 지원금을 필요한 분들에 두텁게 지원한다고 했는데 정말 두텁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2차 지원금을 위한 4차 추경은 '선별 동맹'에 의해 처리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면서 "그러나 (저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보편지급을 이야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용혜인 의원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일문일답.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분배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분배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코로나19 이후 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됐다. 기본소득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당이 원내진출하면서 목표했던 첫 번째 일이 기본소득 공론화였다. 비록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을 통해서긴 했지만, 기본소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우선은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Q.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국민의 권리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최소한의 권리가 헌법에 명시돼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새로운 분배의 원리로써 분배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누구의 것이라고 특정해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자원들이 있다. 물, 토지, 자연광물, 데이터 등 기술도 그렇다. 기술은 인류 공통의 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누군가는 돈을 번다. 이러한 공통 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이윤을 우리 모두의 몫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

Q. 많은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들 주장을 평가해본다면?
- 먼저, 증세없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거짓말이다. 증세없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 지금도 사회안전망이 튼튼하게 확충되지 않았는데, 기존 사회안전망을 붕괴시키고,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은 사회주의 배급제라고 주장하는 등 낡은 색깔론도 등장했다. 이미 국민들은 그런 낡은 색깔론이 아니라 이 시대,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Q. 기본소득 정품과 유사품은 무슨 차이가 있나?
- 우선 기본소득에는 좌우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이' 주어진다면 기본소득이다. 하지만 이런 전제가 지켜지지 않은 기본소득은 유사품이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말하는 기본소득도 실행방안이나 도입시기에는 이견이 있지만, 큰 틀에서 같은 기본소득이라고 본다.

다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국민의힘)의 안심소득제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주장한 'K-기본소득'은 모두가 아닌 선별적으로 지급하므로 기본소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대상 선별지급에 방점을 찍은 국민의힘 경제혁신위원회 기본소득안 역시 선별 복지일 뿐이다.

Q. 최근 이슈로 떠오른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보편 어떻게 줘야 한다고 보나?
-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나 2008 금융위기와는 달리 위기가 민생경제에서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적극적 대응을 위해서는 온 국민에게 돈을 지급해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실제로 1차 재난지원금 때 소상공인들이 큰 효용을 느꼈다고 하지않나. 재난지원금을 통한 내수진작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용혜인 의원은 지난 6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제공=용혜인 의원실
용혜인 의원은 지난 6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제공=용혜인 의원실

Q. 기본소득이 노동의욕을 꺾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 기본소득이 선별 복지보다 노동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본다. 
기존 선별적인 생계급여는 소득액 기준선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을 해서 소득을 늘리기보다는 혜택을 받기 위해 빈곤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기존 생계급여의 경우 아르바이트로 30만원을 벌면, 수급비 30만원이 깎인다. 뿐만 아니라 소득이 생기면 기존에 있던 다른 혜택까지 끊기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안하고 빈곤한 상태에 머물러 있도록 한다. 기본소득은 60만원을 주고, 일을 더 한다고 해서 60만원이라는 금액을 깎지 않는다. 오히려 선별적인 복지제도보다 노동의욕을 고취시킨다.

Q. 기존 복지예산에서는 어느 대목이 조정되나?
- 아동수당, 청년기본소득, 기초노령연금 등 연령별로 지급되고 있는 현금수당이 있다. 이들은 모두 기본소득액보다 적어 통합할 수 있다. 생계급여도 기본소득이 60만원 규모로 도입되면 통합되는 것이 맞다.

Q. 기본소득당 모델대로 매달 60만원씩 전국민에게 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360조원이 든다. 기본소득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 우선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증세할 것인가가 문젠데, 3가지 세목으로 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시민 재분배기여금이다. 통합소득의 15%를 과세해 재분배 기금을 만들어 약 180조원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1인당 3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탄소세다. 한국은 현재 탄소 배출량을 가장 줄이지 않고 있는 ‘기후 악당국가’로 꼽힌다. 탄소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소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탄소세는 역진적인 성격이 있다는 점이다. 아동, 노인들에게는 여름과 겨울 체온 유지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이 탄소세로 큰 부담을 느끼도록 설계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역진적인 성격을 상쇄하기 위해 ‘탄소배당’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탄소세로 1인당 10만원정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1인당 20만원의 재원은 토지보유세로 마련한다. 자산 불평등문제를 가장 심화시키는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종합부동산세가 있지만, 현재는 여러 가지 공제혜택이 많아 재산세 실효세율이 1%가 안 된다. 미국도 1~4% 토지보유세를 걷고 있고, 일본은 1.7%를 부과한다. 토지보유세 세율로 몇 퍼센트가 적당할지는 구체화 작업 중에 있다. 다만 재산세 실효세율이 너무 낮다는 점은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기본소득당은 지난 8일, 정책보고서를 통해 탄소배출량 1톤당 10만원을 과세할 시 79조원을 걷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기본소득당에 따르면, 탄소세로 1인당 월 13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다. 

Q. 그래도 연 예산 360조원은 너무 막대한 규모 아닌가?
- 대다수 국민은 내는 돈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이 더 많을 것이다. 기본소득 재원은 국가재정에 통합되는게 아니라, 걷는대로 바로 국민에게 n분의 1로 배당된다. 실제 증세 규모가 360조원은 아니다. 국민이 부담하는 금액과 기본소득 배당 금액의 차이, 즉 ‘순증세’ 규모는 108조원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득수준 하위 70%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아지는 구조다. 

매년 9월 셋째주인 '세계 기본소득 주간'을 맞아 용혜인 의원실이 진행한 기본소득 포토액션./사진제공=용혜인 의원실
매년 9월 셋째주인 '세계 기본소득 주간'을 맞아 용혜인 의원실이 진행한 기본소득 포토액션./사진제공=용혜인 의원실

Q. 참고할만한 해외사례는?
-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미국 알래스카다. 알래스카는 1982년부터 석유를 팔아 얻은 이윤으로 기금을 만들어 매년 1회 모든 주민들에게 배당한다. 인류 모두의 것인 지하자원과 여기서 나온 이윤을 모두가 평등하게 나눠 갖는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사례다.

핀란드, 스위스는 실패사례로 언급되곤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핀란드는 기본소득을 지급했을 때, 근로의욕 고취효과 확인 목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다. 아주 극적으로 늘어나진 않았지만, 기본소득이 노동유인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의 경우는 비록 기본소득 국민투표가 부결되긴 했지만, 첫 논의에서 찬성입장이 23%가 나왔다는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위스 유권자의 69%는 기본소득 국민투표가 또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본소득 공론화의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Q. 향후 기본소득 논의를 어떻게 주도적으로 해나갈 계획인가?
- 우선 진보·보수 상관없이 기본소득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면 어디든 갈 것이다. 세미나든 토론회든 강의든. 최대한 폭넓게 기본소득 논의 테이블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매월 60만원 지급 모델을 갖고 있지만, 이 모델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모든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대전제만 합의되면 구체적 실행방안은 논의하며 합의해가고 싶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기본소득 공론화위원회’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탄소배당, 토지보유세, 청년기본소득 등도 내부적으로 모델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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