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화폐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발행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지역화폐로 지급되면서 지역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이 결합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2일차인 11일에는 전 세계 11개국, 27명의 석학이 모인 가운데 ‘제2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11일 열린 제2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 4번째 세션은 '기본소득, 지역화폐, 지역경제 살리기'를 주제로 열렸다./기본소득 박람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11일 열린 제2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 4번째 세션은 '기본소득, 지역화폐, 지역경제 살리기'를 주제로 열렸다./기본소득 박람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날 오후 6시부터 펼쳐진 세션4 ‘기본소득, 지역화폐, 지역경제 살리기’에서는 유럽과 우리나라의 지역화폐 사례를 돌아보고,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연계방안에 대해 논했다. 

발표를 맡은 수사나 마틴 벨몬테 전 스페인 REC 수석 경제학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암호화폐이자 지역화폐인 REC(Real Economy Currency)를 소개했다. 

REC는 2018년 9월부터 바르셀로나 빈곤지역에서 통용되고 있는 디지털 시민통화로, 협동조합이 바르셀로나 시 의회와 협업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네트워크 강화 목적으로 발행했다. 바르셀로나 기본소득 정책실험 ‘B-MINCOME’에 참여한 600가구에 기본소득의 25%를 REC로 지급했다.

REC는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안겨줬다. 수사나 경제학자는 “도입 첫 해 지역 승수효과가 54%나 상승했다”며 “효과적인 지불 수단일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강화시키는 도구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92%, 가맹기업의 88% REC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사진은 수사나 마틴 벨몬테 전 스페인 REC 수석 경제학자가 발표하는 모습./기본소득 박람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사용자의 92%, 가맹기업의 88% REC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사진은 수사나 마틴 벨몬테 전 스페인 REC 수석 경제학자가 발표하는 모습./기본소득 박람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용자 만족도도 높았다. 가장 최근 조사인 작년 9월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의 92%, 가맹기업의 88%가 REC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수사나는 “앞으로도 REC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지역사회 유대감을 강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널토론 시간에는 한국의 지역화폐와 독일 폐쇄형 지역화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한국 지역화폐의 목적은 크게 ‘지역경제 선순환’과 ‘소상공인 영업기반 확충’에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17개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올해 기준 총 발행규모는 9조원에 달한다. 

인 비서관은 한국 지역화폐의 특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꼽았다. 그는 “중앙정부는 재정지원 및 법령정비를 담당하고, 광역자치단체는 집행관리 및 지원을 맡는다”며 “기초자치단체 역시 지역화폐 발행 및 할인율을 결정하는 등 역할배분이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병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화폐가 경제·복지를 연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역화폐는 재난기본소득의 신속한 지급을 가능하게 했다”며 “장애인 기본소득 등 각종 복지수당 전달의 매개체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몬네타(Monneta)의 레안더 빌드발트 팀장은 법정통화로 환전이 불가능한 폐쇄형 지역화페를 소개했다. 폐쇄형 지역화폐는 사용자가 지출을 하더라도 법정화폐로 환전이 불가능해 지역사회에서 계속 순환할 수 있게끔 한다. 그는 폐쇄형 지역화폐는 “기존 화폐에 적용되는 제약과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가 만나면, 효과와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기본소득 박람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가 만나면, 효과와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기본소득 박람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좌장인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역화폐는 한 번 사용되면 사라지는데, 한국 지역화폐 역시 그렇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순환율을 높여야 하는데, 폐쇄형 지역화폐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토론 말미에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연계방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이번 세션은 기본소득 지급방식으로서 지역화폐와 지역화폐 발행 계기로서 기본소득에 초점을 맞췄다”며 “시민의 필요에 맞춰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지역 경제활성화 및 공동체 복원이라는 목적으로 지급하는 지역화폐가 만났을 때, 효과와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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