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면서 갈 곳이 줄어들고, 사람들과의 약속도 대부분 취소되는 상황이 한 달을 넘겨 장기화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쌓이는 스트레스는 사람들의 기분을 더 가라앉힌다. 이런 요즘 내게 큰 힘이 되는 존재는 책이다. 차분히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 여러모로 어려운 때 우리의 손을 잡아주고 힘이 되어줄 책을 몇 권 소개한다. 

그림책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와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그림책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와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책 표지./사진제공=고래뱃속, 이야기꽃

최근 몇 년간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고 그림책의 매력에 빠진 어른들이 많이 늘어났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어른들이 볼만한 그림책 출간도 확연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림책은 어른들이 즐기기에 충분한 예술성과 깊이를 갖춘 장르이다. 그동안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이들이라면 먼저 가볍게 그림책으로 책과의 스킨십을 높이기를 권한다.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이시원 글·그림, 고래뱃속)는 보는 이를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숲속 동물들에게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숲속 사진관에 가족사진을 갖고 싶다는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를 보낸 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꼬마 북극여우. 소중한 가족사진을 찍은 다음 날 할머니 여우는 꼬마 여우와 영원한 이별을 한다. 예비 아빠인 부엉이 사진사는 혼자 남은 꼬마 여우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부엉이 가족의 가족사진. 부엉이 부부 사이에 꼬마 여우가 있고, 아래쪽에 세상에 갓 나온 다섯 마리의 새끼 부엉이들이 나란히 서있다. 꼬마 북극여우를 품어준 부엉이 가족의 품이 무척 넉넉하다. 

방송국에서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작가는 배경과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풀빛 하나 털 한 올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동물들이 보여주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동작은 그림책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내용과 상관없이 그림만 봐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이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혼자가 된 아기 여우를 기꺼이 가족으로 받아들인 부엉이 가족의 넓은 품을 생각하며, 그리고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은 같은 다양한 동물 가족들을 바라보며 위안을 받고 새로운 힘을 얻기를 기대한다.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이시원 글·그림) 책 속 이미지./사진제공=고래뱃속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김혜원 글, 최승훈 그림, 이야기꽃)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부여 송정마을에서 진행된 ‘그림책 마을’ 만들기 사업 과정에서 두 작가가 보고 들은 마을 어르신들의 삶과 말을 토대로 만든 그림책이다. 책에는 농촌 어르신 열여덟 분의 손이 본인들의 말과 함께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평생을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아오신 어르신들. 그 모든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투박한 손에 남았다. 손을 대하는 어르신들의 말에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와 자부심이 담겨있다. “사람을 지대루 알려믄 손을 봐야 혀. 얼굴은 그짓말을 혀도 손은 그짓말을 못허는 겨.”
책을 보며 부끄럽지 않은 손을 가질 수 있게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진실한 손을 가진 사람이 그리운 시대에 이 그림책이 큰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과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과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책 표지./사진제공=휴머니스트, 홍익출판사

어려운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일상의 행복이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고규홍, 휴머니스트)은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이 우리의 긴 역사 속에서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 중에는 누구나 아는 위인도 있고 평범한 무명씨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었는지, 어떤 태도와 자세로 삶을 살았는지 일러주기 때문에 모두 귀하다. 

수백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남은 나무들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우리는 너무 현실에 얽매여 살면서 먼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도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일도 있다. 물론 그 시간은 길게 내다보고 준비하고 실천할 때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이소영, 홍익출판사)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활동한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지스 할머니가 담아낸 보통사람들의 담백한 일상은 하나같이 편안하고 보는 즐거움을 준다. 40여 편의 그림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소개된 책은 독자들에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주는 기쁨을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이 흔들려 불안한 우리들에게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린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삶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되리라 여겨진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며 삶의 소박한 지혜를 각자의 마음에 담아보면 좋겠다. “삶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에요.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라는 모지스 할머니의 얘길 같이 나눈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하더라도 모지스 할머니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 시절을 돌이켜보며 선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담당했던 많은 이들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다고 얘기할 날이 분명히 오리라 믿는다. 어려운 시절에 책이 작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면 좋겠다. 끝으로 지금 작은 동네책방들의 어려움이 크니 책은 가급적 동네책방에서 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한상수 행복한아침독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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