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766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 중 4326명(75%)이 대구광역시 안에서 발생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의 걱정도 커졌다. <이로운넷>은 현지 분위기를 듣기 위해 대구에서 거주하는 청년에게 기고글을 요청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가치나눔청년기자단’ 2기로 활동한 김재령 씨가 최근 대구에서 겪은 일상을 전해왔다.

최소한의 외출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과 만남도 취소합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나의 주거지, 친구, 가족,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다가왔습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맞은 상황들은 두려움을 갖게 하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핸드폰으로 확진자 수와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나온 확진자가 어디를 갔는지, 내가 갔던 곳이나 가족·친구가 방문했던 곳은 아닌지. 그러나 요즘에는 이것도 무의미하네요. 하루에 확진자가 수백 명씩 늘어나는데. 그냥 집이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만 합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은 ‘건강 조심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더 이상 가볍게 듣지 않습니다. 나와 친구들은 연세가 있는 부모님 건강 걱정이 제일 큽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높아지면서 당뇨병이 있는 아빠의 건강이 걱정 돼요. 

대구의 한 약국 앞에 붙은 공지문. 공적 마스크가 풀리고 있지만 구매는 어려운 상황이다./사진제공=김재령

아빠는 울산에서 일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이후 집에 오지 못하고 계세요. 매일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손은 잘 씻는지, 마스크는 잘 쓰고 다니는지’ 같은 안부를 묻습니다. ‘약국을 다 돌아다녀도 마스크를 몇 개 못 구했다’는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요즘 제일 귀하다는 마스크를 보내드렸습니다.

외출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친구들과의 ‘카톡방’은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서로를 다독여주며 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며칠 전 실시간 검색어에 ‘대구 봉쇄’라는 말이 올라왔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섭섭함에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기 대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타는 친구, 연기된 국가고시 날짜에 맞춰 새롭게 공부 계획을 짜는 친구,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사 면접을 본 친구.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덮쳤더라도 우리의 일상마저 덮칠 수는 없습니다. 마냥 두려움에 떨며 일상을 버릴 수 없어요. 우리는 일상을 지키며 계속 살아갑니다.

대구 내 상점들은 자체 방역이나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등으로 코로나19에 맞서고 있으나 매출은 평균보다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확산 방지를 위해 몇 없는 손님마저 돌려보내고 있다./사진제공=김재령

최근 페이스북 ‘대구맛집일보’의 페이지에서는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겨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미리 구매해놓은 식자재를 버려야 해서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점주들은 원래보다 낮은 가격에 음식을 팔며, 손님들에게 배달이나 방문포장을 해주고 있어요. 놀랍게도 이렇게 올라온 게시물을 통해 2~3시간 안에 모든 재료가 소진된다고 하네요. 재고 소진 홍보 게시물은 하나의 캠페인이 돼 지금은 다른 대구 맛집 페이지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마스크나 손 소독제를 기부하면 음식으로 돌려주는 가게, 의료진을 위해 게스트하우스 전 객실을 내놓은 사장님, 직접 만든 샌드위치로 응급실 의료진들을 응원한 교사들, 상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아침마다 문을 연 가게로 무료 커피 배달을 해주는 사장님까지. 시민들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의 의료진과 구급차, 자원봉사단들이 대구?경북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원이 부족한 대구에서 환자 이송을 허락한 다른 지역 이야기도 들었어요.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이번 사태도 다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덜어집니다. 

하루에 수백 명씩 나오는 확진자 앞에 속수무책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요. 나와 친구들, 그리고 대구의 시민들은 오늘도 열심히 각자의 일상을 지키는 중입니다. 곧 찾아올 봄을 기다리며, 우리는 대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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