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에 자리 잡은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코로나19로 바쁜 간호사들에게 핸드크림 50개가 도착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고 조은화·허다윤 어머니가 12일 칠곡경북대학교병원에 보낸 선물이다. 편지가 함께 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고 조은화·허다윤 어머니가 보내온 그루 핸드크림과 편지. 사진=서지현 수간호사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 덕분에

저희도 팽목항의 세찬 바람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오른손을 쓰지 못해 왼손으로 식사하는 은화 어머니, 뇌종양이 갈수록 심해지는 다윤 어머니는 처음에는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3년 동안 진도 팽목항에 있을 때 곁을 지켰던 자원봉사자들이 떠올라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 관계자들과 전문 의료진들만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상황. 두 어머니는 잦은 알코올 소독으로 손이 거칠어졌을 간호사들을 위해 핸드크림을 보내기로 했다. 핸드크림은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그루’가 원가(정가의 1/3 가격)로 제공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에서 근무 중인 26년 경력 서지현 수간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계속 알코올로 닦아야 해서 손이 많이 건조해지는데, 핸드크림이 와서 정말 감사하다”며 “편지를 읽고 간호사들끼리 펑펑 울었다”고 전했다.

은화 어머니 이규경씨는 “간호사 중에는 자녀를 뒀는데 집에 잘 못 들어가는 엄마들도 있을 것”이라며 “순간순간 가족이 생각나며 감정이 북받치는 때가 있을 텐데, 비슷한 아픔을 겪다 보니 어떻게든 마음을 전달하고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서 상황이 안정돼서 환자들과 의료진들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내 고통이 크면 남의 아픔은 잘 안보이기 마련인데, 이미 고생하고 계시는 분들이 대구에 있는 우리까지 이렇게 챙겨줬다는 사실에 감동해 정말 많이 울었다”며 “상황이 안정되면 찾아뵙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밖에도 얼마 전 주변 통닭집에서 우리를 위해 통닭을 보내오고, 오늘 아침에는 유치원생들이 귀여운 메모와 함께 간식을 싸서 전달하는 등 훈훈한 사연이 많다”며 웃었다.

핸드크림은 계명대 동산병원에도 전해졌다. 동산병원에 근무 중인 의사 김동은 씨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별 인사도 없이 먼 길을 떠난 피붙이를 찾겠다며 풍찬노숙으로 3년 5개월을 보냈던 두 어머님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핸드크림을 한 박스 가득 보내오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적었다. 이어 "선별진료소 의사로 일하느라 집에 가서도 딸아이를 안아주지 못해 힘들다고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은화, 다윤이 어머니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의 한결같은 소원이 바로 내 자식 단 한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를 낀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의료진들. 사진=서지현 수간호사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중증도 높은 전문질환군을 중점적으로 치료해 오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약 25명의 코로나19 확진자들도 중증 단계 이상 환자들이라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한다. 서씨는 “경증환자는 간호사 한 명이 여럿에 대응할 수 있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중증환자는 개별적으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한 번 걸리면 확실한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2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독감 바이러스보다 긴데, 바이러스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사회로 나갈 수 없다. 병원은 여전히 코로나19 환자를 격리할 병실이 부족해 여러 방법으로 늘리는 중이다. 서씨는 기자와 통화한 토요일(14일)에 새벽 퇴근했지만, 음압병실 증설 현장을 감독하기 위해 오전 8시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음압병실’이란 실내 공기 압력을 밖보다 낮게 만들어 내부의 오염된 공기·세균이 유출되지 않게 만든 방이다.

“27일째 매일 병원에 나오고 있어요. 중환자실과 병동을 돌아다니면서 상황을 확인하고, 간호사들이 필요한 게 없는지 파악해요. 초반에는 집에 못 갔는데, 이제는 출퇴근해요.”

14일 기준 코로나19 환자가 6천명에 육박한 대구시. 서씨는 “추가 확진자가 줄어들고 격리해제가 늘면서 상황이 역전되는 걸 체감한다”며 “대구가 이번 일로 전화위복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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