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는 약 4천 개의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그중 700개 정도가 교육협동조합입니다. 서로 돕기 위해 만들었지만, 수익이 일정하지 않고 비정규직이라 경쟁이 가속화됐죠. 찾아가는사회적경제강사단은 다시 상생을 꿈꿉니다."
‘찾아가는사회적경제강사단(이사장 이순미, 이하 찾사강)’은 2017년 12월 관악구에 창립한 교육협동조합으로, 프리랜서 강사들이 중심이 돼 사회적경제·협동조합 교육 그리고 기업가정신·모의창업 교육을 한다. 조합원은 5명이다. 찾사강은 재작년 설립된(2018년 7월 4일 창립) 서울교육협동조합연합회의 발기인으로 창립 준비과정에 참여했다.
이순미 이사장은 연합회 이사진으로 활동 중이다. 이 이사장은 ‘찾아가는’이란 이름을 따라 직접 발품을 팔며 네트워크 구축에 힘쓴다. 찾사강의 본업인 교육을 통해 꿀벌처럼 사회적경제를 이곳저곳 수분한다. 찾사강은 서남권 교육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작은행사’ 사업에 선정됐다. 사회적경제를 교육으로 확산하기 위해 발로 뛰는 이 이사장을 만났다.
Q. 찾사강 설립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있었지만, 10여 년간 부모님을 간병하다보니 경력이 단절됐다. 아이들 셋을 키운 경험이 청소년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청소년 진로교육큐레이터 과정을 이수한 후 수료생이 모여서 동아리, 예비협동조합(청소년 진로교육 ‘내일’)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관악구 사회적경제 강사 양성과정에 함께 참여했던 분들과 2017년 12월에 찾사강을 창립했다.
Q.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게 아닐까 고민이 많았다. 사회적경제 관련 취업·창업 프로그램이 실제 취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불안하기도 했다. 다양한 강사양성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수료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프리랜서 강사들의 처우는 더 불안하고 열악해 교육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시장에서 경쟁해야 하고 조합끼리도 경쟁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거리 자체가 적기 때문에 조합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교육협동조합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영세해서 대규모 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문제를 안고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Q. 사회적경제를 가르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사회적경제 교육은 의무적으로 듣는 경우가 많아 재밌어야 한다. 많은 수강생들이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없거나, 잘못 알고 있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수강생들을 이해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교육대상은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광범위한데, 대상별로 수업 방식·내용이 달라진다. 어르신들은 ‘사회적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살아오셨거나 경험한 분들이 많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게 쉽게 풀어내야 한다. 청소년들은 주입식 이론 수업으로는 효과가 없으므로 체험이나 참여형 교육을 해야 한다.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하다.
Q. 어렵지만 뿌듯할 것 같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가치관이 형성되는 나이인 청소년들에게 사회적경제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실감한다. 청소년들이 사회적경제를 이론이나 지식이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했을 때 효과가 크다는 것을 교육하면서 느낀다. 가령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면을 이용해 탑 쌓기를 하면서 아이들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남과 어울려 협동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작년에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공유경제’ 강의를 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공놀이(공유로 놀자, 이야기하자)’라고 강의 제목을 붙였는데, 신청자 대부분이 축구 좋아하는 남학생들이었다. 말 그대로 공놀이인 줄 알고 신청한 것. ‘친구들의 재능 공유’로 공놀이를 통해 체험하고 나서인지 공유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나중에 뭔가를 결정하거나 행동할 때 판단 기준이 되리라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방과 후 수업이나 자유학기제 수업이 어려워졌지만, 재능기부 방식으로라도 사회적경제 교육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작은행사에 ‘연합회 활동’으로 지원한 이유는?
교육협동조합이 생존하려면 교육 현장인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역에서 공동사업을 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연합회 활동을 통해 상호간 협력해야 한다. 개별조합으로만 활동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경쟁에 목매게 된다. 개별조합 간 경쟁이 심화하면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평판도 나빠진다. 시장에서 대규모 업체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고, 거기서 공동사업을 해야 한다.
Q. 모금액 사용 계획을 보니, ‘네트워크 발굴’, ‘간담회 운영’, ‘교육프로그램 기획’ 등 다양하다.
교육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다. 협동조합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협동이나 연대가 어렵고, 원치 않는 경쟁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악순환이 발생한다. 교육협동조합을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나쁘게 보는데, 그럴수록 사회 공공교육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서남권으로 권역을 쪼개 연합회 활동을 시작하고, 작은 간담회를 통해 각 지역의 문제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관악 내에서도 지역별로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모여 뭘 같이 하기보다는 각자 뭘 하고 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각 지역 문제를 파악하고, 공통 문제가 있다면 같이 해결해 보려고 한다. 나중에 잘 되면 다른 권역에서도 시도할 계획이다.
Q. 교육협동조합연합회 이사진으로서, 협력이나 연대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네트워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연결될지 모른다. 추후 어떻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지역에서도 협동조합협의회에서도 마음을 열고 나를 알리고 상대방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다. 아낌없이 응원하고 대가없이 후원하는 게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을 얻는 길이다. 연합회 활동을 하며 다른 협동조합에 연락하고 찾아다니는 게 당장은 힘들지만, 노력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강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알리고 홍보하다 보면 필요한 곳에 연결되기도 한다.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그리고 다른 협동조합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
Q. 작은행사로 이루려는 궁극 목표는?
재작년 서울교육협동조합연합회 설립 후 기재부로부터 700여개의 교육협동조합 리스트를 받아 전화를 돌리고 직접 찾아갔는데, 연결된 곳이 많지 않다. 2년 동안 수없이 시도하고 워크숍도 열었지만 참여율은 낮았다. 참여해도 사업화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교육협동조합의 스펙트럼이 넓고, 각자 관심사가 다르고, 각 조합의 사정이 다 달라서 사업을 같이 하기가 어렵다.
우선 작은 모임이나 워크숍 간담회를 하며 공통점을 찾고, 3차에는 다 모여서 사업제안을 하고, 각 지역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담당자, 협동조합지원센터 담당자 그리고 지역협동조합협의회 분들의 조언을 듣고자 한다. 사업은 결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실질적인 지원방안이나 연결방법에 관한 조언을 들으면 사업화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Q. 크라우드 펀딩에 4천명 넘게 참여했다고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놀랐다. '카카오같이가치'에 올라온 글만 보고 찾사강 활동을 이해하기에 어려웠을 텐데, 공감을 눌러주고 댓글을 써줘서 너무 감사하다. 금액보다 참여한 사람 숫자가 더 눈에 들어온다.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알리고 도움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 기쁘다. 공모나 지원사업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감과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의미가 크다. 처음에는 펀딩 페이지를 잘 확인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하루에 한 번씩 들어가서 확인해 본다. 온라인 효과가 엄청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카카오같이가치를 비롯해 기부에 동참해 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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