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로고 뒤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나란히 게양돼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로고 뒤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나란히 게양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한 4대 쟁점 법안을 의결했다. 78년 만에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과학기술부총리 제도가 부활하는 등 권력기관 개편과 국가 기능 재편이 동시에 이뤄졌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신설을 명시했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각각 설치되며, 1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10월 출범할 예정이다.

검찰청은 해방 이후 권위주의 시기 정치·경제 권력과 얽히며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 원칙을 거론하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항소 관행을 비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항소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형사소송 원칙을 거론하며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혹시 무죄이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에서 무죄인데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정 장관은 "5% 정도"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항소심 가지고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에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대 사건이든 경미 사건이든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건 똑같다. 대중이 흥분한다고 없는 사람 잡는 게 포퓰리즘"이라며 "엄한 사람 잡아다 사형시킨 것 아닌가. 죽은 사람은 어떡할 것인가. 1심 무죄, 2심 유죄인데 순서가 바뀌면 무죄 아닌가. 운수 아닌가. 말이 안 된다"고 거듭 지적했다.

정 장관은 "중대하고 예외적인 사건을 빼놓고는 상고 금지를 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 대통령은 "억울한 사람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 과기부총리 17년 만에 부활…AI 3대 강국 도약 기폭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총리급 승격을 포함한다. 과기부총리 제도는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 도입됐다가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통합 과정에서 폐지된 이후 17년 만에 부활한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오는 10월 1일부터 과기부총리를 겸하며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정책의 국가 컨트롤타워로서 범부처 정책을 총괄·조정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정책실을 신설하고, 과학기술·인공지능 관계 장관회의를 출범시켜 범정부 협력체계를 강화한다. 또 인공지능정책기획관과 인공지능인프라정책관을 두고 인공지능 산업 육성·인재 양성·컴퓨팅 자원 확충 등을 전담한다.

배 장관은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한 정부조직 변화가 아니라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으로 국민의 삶과 경제·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이끌 국가적 대전환의 기폭제"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 노동부 산안본부 차관급 격상…산재 감축 의지

사진=KBS 이재명 대통령 주재, 제42회 국무회의 생중계 갈무리
사진=KBS 이재명 대통령 주재, 제42회 국무회의 생중계 갈무리

고용노동부 내 산업안전보건본부(산안본부)는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확대돼 2021년 산안본부로 출범한 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함께 역할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산안본부 하부에는 산업안전보건정책실, 안전보건감독국, 산업보건보상정책관이 신설된다. 근로감독정책단도 신설돼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근로감독권을 보완한다. 노동부 인원은 24명 증원돼 656명 체제로 확대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 생명·안전 보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반영했다"며 "산재 감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여성가족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원민경 초대 장관

정부서울청사의 여성가족부 전경. /사진=뉴시스
정부서울청사의 여성가족부 전경. /사진=뉴시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돼 10월 1일 0시부로 출범한다. 원민경 현 장관이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맡는다. 

개편 후 조직은 3실 6관 1대변인 30과 체제로 확대되며 정원도 277명에서 294명으로 늘어난다.

성평등가족부는 성평등정책실을 신설해 성평등정책관·고용평등정책관·안전인권정책관을 소속으로 두고, 성평등 정책을 총괄한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성별 임금격차 개선, 경력단절 여성 지원 등 기존 여성정책이 성평등 정책으로 확장된다. 

또한 가정폭력·스토킹 방지 업무도 '친밀관계폭력방지과'로 개편돼 성평등정책실 소속으로 통합된다.

원 장관은 "우리 사회 성평등 수준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 젠더 폭력, 청년 세대 인식 격차가 크다"며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권영 여성가족부 기획정책관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권영 여성가족부 기획정책관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날 여가부는 조직 확대 개편과 관련해 설명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의를 받았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남성 차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이금순 여성정책과장은 "남성 청년들은 남성들이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고 여성 청년들은 여성이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는 등 인식 격차가 굉장히 크다"며, "신설되는 성형평성기획과에서 관련 사례를 발굴하고 의제화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성들이 차별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장관님이 내달부터 청년들을 많이 만나 의견을 듣고 정책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성평등가족부는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명칭에 반대하는 것에 답변도 내놨다. 김권영 정책기획관은 "기존 양성평등이란 말은 두 개를 양분해서 대립적으로 구분했기 때문에 (성별) 갈등을 야기시키는 측면이 있었다"며 "성평등은 더 중립적인 용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과장은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는 것과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논리로 보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직 개편과 관련해 원민경 장관은 "우리 사회 성평등 수준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와 젠더 폭력에서 느끼는 안전 격차, 성평등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 격차 등이 크다"며 "새롭게 출범하는 성평등가족부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한편 성평등의 가치를 확산하는등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방송·국회 제도 개편도 확정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무회의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이 처리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자동 면직됐다. 

방송 정책과 통신·미디어 정책을 통합하는 새로운 위원회는 향후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미디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증인이 위증했을 경우 위원회 활동 종료 후에도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증감법 개정안,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과 소관 사항을 조정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한편, 기획재정부의 명칭은 재정경제부로 바뀌고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이관된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력 발전 수출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에너지 업무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다. 

검찰청 폐지와 과기부총리 부활, 성평등가족부 출범, 산안본부 차관급 격상은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과 국정과제를 직접 연결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청 폐지는 권력구조의 대전환이자 검찰개혁의 완결판 성격을 띠며, 과기부총리 부활은 AI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 전략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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