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극우 성향 다큐멘터리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관 입장 시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등장한 윤 전 대통령은 '12·3 내란 사태'의 주역, 즉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 중인 피고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번 등장은 단순 관람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시점에 그가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인 '부정선거'를 꺼내들며 극우 결집에 나선 것을 두고,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 전반에서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람 후기에 따르면, 영화 상영 중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장면이 나오자 관객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는 전언이다. 민주주의가 짓밟히던 그 순간에 박수가 나왔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다. 윤 전 대통령이 여전히 자신의 행위를 '이유 있는 계엄'으로 정당화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국혁신당은 21일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계엄의 원인으로 지목한 부정 선거가 옳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라며 "내란 수괴가 대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프레임을 재점화하려는 대선 개입"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번 대선 결과 역시 불복할 준비를 하라고 아스팔트 극우에 지령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그의 미소는 자신을 탄핵한 국민과 민주공화국에 대한 조롱"이라며 "대국민 사과도 없이, 자신을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내란 수괴가 거리를 활보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도록 방치한다면, 이 나라는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니다"며 수사당국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한민수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극우들의 망상을 퍼뜨리고 대선을 망치려는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이라고 규정하고 "지금 윤석열이 있어야 할 곳은 영화관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날 인천 유세 현장에서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에 대해 "본인이 이긴 선거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냐"며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대통령이 됐는데, 이제 와서 부정선거라고 하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고 지적했다.
◆ 김문수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만나시라"...윤석열 옹호하며 '부정선거' 정당화 시도
이에 대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마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몸'인냥 그의 부정선거론을 옹호하듯 발언했다.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에 대해 "영화 보는 것까지는 말하기 적합하지 않다"며 문제제기를 피했다. 나아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영화도 많이 보시는 게 좋은 것 아니냐"며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감싸고 나섰다.
특히 김 후보는 "선관위가 공정하지 않다는 일부 불신이 있다"며 "사전투표지 직인 문제 등 선관위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법적으로 문제 없는 선거 절차를 부정선거의 '소지'로 몰아가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대선을 앞둔 민심에 심각한 왜곡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으로 평가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청년 농업인 모내기 및 새참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를 들면 사전투표지에서 관리관 직인을 직접 날인 안하고 인쇄해서 나오는 걸 (제가) 중앙선관위에 요청하고 있다"며 "법에 돼있는건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부족하고 바쁘다면서 안 하는 걸 개선해서 부정선거 소지를 없애겠다"고 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하자, 김문수 후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히 일소하겠다'고 화답했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극우 내란 아바타 김문수가 부정선거 망상을 앞세워 내란 연대를 결성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조 대변인은 "지지층을 앞세워 부정선거 망상을 쫓아다닌다고 내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겠나"라며 "비열한 선동과 책임 회피는 국민의 심판을 더욱 부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유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됐으며, 현재도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다. 그가 선거를 앞두고 극우 성향의 선거 불복 내러티브를 다시 꺼내들며 극우 세력 결집에 나서는 상황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조직적인 대선 개입 행위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런 윤석열을 방조하거나 옹호하는 김문수 후보의 언행은, 결국 내란의 연장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직도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한민수 대변인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에는 여전히 윤석열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극우 망상과 민주주의 파괴 시도를 심판하는 전선이자 분기점이 돼야 할 것임을 상기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