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지난 6월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 리튬 전지 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일어나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참사가 일어난 바 있다.
아리셀 참사 경찰 조사 결과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검사 미달 판정으로 밀린 생산분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한 제조공정을 진행하면서 화재가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부터 아리셀이 군 당국으로부터 수주한 리튜 전지를 상습적 늦장 납품에도 방위사업청 현장 점검은 단 1번도 없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아리셀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한 리튬 전지 납품 계약 11건 중 9건을 '늦장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영 의원이 최근 5년간 아리셀과 그 외 군용 리튬 전지 납품 업체의 방위사업청 계약 및 납품 현황을 확인한 결과, 아리셀은 상습적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한 사례들이 발견됐다. 이는 아리셀의 생산 공정상 문제와 그로 인한 납품 물량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1년부터 방위사업청과 리튬 전지 3종에 대해 11건의 계약을 맺었고, 총 15만 8911개의 전지를 납품하기로 계약해 72억 6300만 원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11건 중 무려 9건의 계약에서 납기일을 지키지 못했으며, 납기 지연 횟수는 계약 건수를 넘어 13회에 달했다.
아리셀의 납기 지연 행태는 동종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2020년부터 최근 5년간 아리셀을 제외한 나머지 군용 리튬 전지 제조업체들의 납품 현황을 살펴본 결과, 총 45건의 계약 중 5건만 납품이 지연됐다.
이에 따라 아리셀에게 부과된 지체상금은 2억 3600만 원으로 나머지 업체들이 받은 3900만 원의 6배에 달했다.
허영 의원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듯 아리셀은 4년에 걸쳐 방위사업청과 기품원을 '시료 바꿔치기' 등의 불법 행위로 속였음에도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며 "생산능력 자체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 납품된 물량에도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기품원이 납품 물량을 대상으로 1차 시험을 한 결과, 2개 로트 16개 중 9개가 규격에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납품 전지들은 군용 리튬 전지 화재 대책으로 추진된 폭발 방지기술이 적용되기 전에 계약된 물량으로, 개별 전지 전체 검사는 어려워 샘플링 방식으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군의 작전 수행 능력은 물론 장병과 일반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직결되는 군수품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지만 수요 기관인 국방부와 발주 및 품질 관리 기관인 방위사업청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습적인 납기 지연과 불량품 발생을 이유로 현장 점검을 통해 생산 현장을 확인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과 기품원은 '국방품질경영체제(DQMS)' 인증 제도를 통해 연 1회 이상 업체를 방문해 제조 프로세스와 작업환경을 점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인증은 의무가 아닌 임의 인증일 뿐이고, 경쟁입찰 시 물품 적격심사에서 평점 1점만이 추가되는 미미한 수준의 인센티브가 부여되고 있다.
아리셀은 DQMS 인증을 받지 않아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아리셀과 마찬가지로 군용 리튬 전지를 다수 납품한 모 업체는 2019년에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영 의원은 "'K-방산'을 외치며 수립한 '군수품 품질관리 기본계획'에서도 공정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며 "방위사업청은 국가기관으로서 군과 시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군수품 생산 안전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