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5일 서울 강북구 강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4.04.05./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5일 서울 강북구 강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4.04.05./뉴시스

22대 총선 사전투표 개시 첫날인 5일 사전투표율이 15.61%로 집계돼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4년 전 진행된 21대 총선 투표율 12.14%와 비교하면 3.47%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2022년 6월 실시된 제8회 지방선거 투표율(10.18%)보다도 5.43%포인트 높다.

이는 이번 총선 총 유권자 4428만11명 중 691만510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같은 시간대 기준 역대 치러진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다만 2022년 20대 대선 첫날 사전투표율 기록은 넘지 못했다. 2022년 대선 첫날 사전투표율은 17.57%였다.

통상적으로 사전투표 첫날보다 둘째 날 투표율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전투표 결과가 이번 총선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도별로 첫날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곳은 전남(23.67%)이다. 전북이 21.36%로 2위, 광주가 19.96%로 3위를 차지했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12.26%)다. 서울은 15.83%, 경기는 14.03%, 인천은 14.50%로 나타났다. 부산은 14.83%, 강원은 17.69%였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맞아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2024.04.05./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맞아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2024.04.05./뉴시스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는 각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해석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사전투표율 31.3%', '총투표율 71.3%'라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어 첫날 투표율에 고무된 분위기다.

한병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판세 분석을 한 뒤 "양당 결집이 일어나고 있어 투표율이 선거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투표율이 65% 이상이 되면 민주당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사전투표 투표율 30%를 넘겨 역대 최고기록을 만들어봅시다."라면서 "지금부터 가족, 친척, 친구, 지인 등에게 하루 9번 연락하여 호소하자"고 당부할 정도로 사전투표율 높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날 높은 투표 열기를 "좋은 시그널"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석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 부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홍 부실장은 "역대 사전투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했다는 시각이 있었다"며 "통상 사전투표를 많이 하는 게 20·30대 젊은층과 외지에 있는 분인데, 20·30대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않는다는 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보수층 일부에서 투표에 불신이 있었지만, 저희 당에서 강력하게 주장해서 수개표를 병행하며 신뢰성이 해소돼서 사전투표에 참여하자는 결집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사전투표율이 높은 게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사전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홍보 효과 아닌가 싶어 굉장히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각 지역 사전투표소에서 이재명(왼쪽 사진 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각 지역 사전투표소에서 이재명(왼쪽 사진 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여야 수장 등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마쳤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이화여대가 위치한 신촌동에서 투표를 마친 후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선량한 시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작 지역 유세 과정에서는 "사전투표율이 올라가고 있다. 우리의 새로운 기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투표장에 나가야 이긴다. 나가지 않으면 범죄자들이 이 나라 미래 망칠 거다. 그거 두고 보실 거냐"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이날 "사전투표로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증명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SNS에서 "정권 심판에 대한 열망부터 새로운 나라에 대한 강한 의지까지, 모두 사전투표를 통해 보여주시라"고 한 뒤 "참여가 권력"이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 대표는 대전  카이스트 재학생들과 한 표를 행사하며 "과학기술의 중요성, 정부 정책의 무지함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부각하며 정권심판론을 확산하겠다는 행보인 셈이다.

이 대표는 "연구개발 예산 삭감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큰 것 같다"며 "과학기술 부분에 대한 투자는 개인이나 민간 영역이 감당하기 어렵기에 국가 공동체가 부담하는 것이고, 하다못해 조선시대에도 나랏돈으로 과학기술을 장려하고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군다나 지금은 과학기술의 시대가 됐다"며 "우리 미래 사회에는 과학기술 인공지능이 정말 주된 역할을 하는 사회로 변모할 텐데 특별한 자원을 갖지 못한 대한민국 사회는 당연히 연구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 참석차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부산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사전투표를 마쳤다. 부인 김건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부인 김정숙 여사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은 "지금은 말하자면 현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다"며 "모든 국민들께서 꼭 투표에 참여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독려했다.

또 "유권자들께서 투표를 통해서 심판의지를 표출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성격이다"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사전투표한 곳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조국혁신당은 애초 6일 오전 부산시 동구 초량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었던 조 대표의 일정 변경을 언론에 공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강서구에서 사전투표를 하면서 계획을 앞당겼다. 조국혁신당은 윤정권 출신 인사 등이 후보로 출마한 지역구를 찾아다니며 '응징 유세'를 하고 있는데, 사전투표에도 '응징 투표' 성격을 부여한 셈이다.

나아가 조국 대표는 '같은 날', '같은 장소'를 택해 정권심판 목소리는 물론 윤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까지 짚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냈다. 

투표함에 기표지를 넣고 나온 조 대표는 왜 이곳에서 투표한 이유에 대해 "제가 왜 사전투표 장소를 바꿨었는가에 대해서는 언론인분들이 또는 우리 시민분들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하시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4월 10일 선거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조국혁신당이 이루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해 그것을 알리기 위해 이 장소를 택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픽=조국혁신당
/그래픽=조국혁신당

"대파 투표소 반입 금지" 선관위 결정에 조국 "쪽파는 되나? 진짜 얍실하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부 지침을 통해 투표소 내 대파 반입 시 외부에 보관하도록 안내하면서 때 아닌 대파 논쟁도 불거졌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날 오전 8시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사전선거 예상사례 안내사항'이 배포됐다.

해당 문서에는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할 수 있으니 만일 투표소 내에 대파를 들고 들어가려고 한다면 외부에 보관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투표소에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할 경우 다른 선거인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밀 투표 원칙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선관위가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해석했다는 얘기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말한 뒤 논란이 불거진 여파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참 해괴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새 선관위가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참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그런 식이면 디올백 멘 사람도 투표소 출입 금하시겠는가"라며 "대통령 심기 경호에 뛰어든 선관위의 행태가 볼썽사납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도 "선관위까지 '파틀막' 해서야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대표는 "그럼 실파 들고 가면 됩니까? 쪽파 들고 가면 됩니까? 대파를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치적인 결정이고 그런 방식으로 대통령을 보호하겠다 변호하겠다, 경남 말로 '진짜 얍실하다, 진짜 얍실하다' 생각이 든다"고 직격했다.

조국 대표는 SNS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대파'를 두려워 하는 세력, '대파' 당할 것이다."라고 적으면서 선관위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은 당 공식 SNS에 <투표시 꼭! 대파를 밖에 두고 들어가세요!>라며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되어 투표소 입장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외국 회사의 작은 파우치' 는 소지 가능, '쪽파', '양파' 등 기타 농산물 지참 가능 여부는 별도 문의 필요"라고 희화화하기도 했다.

한편 사전투표는 6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총선 최종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할지 주목된다. 이에 따른 여야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2020년 21대 총선 최종 사전투표율은 26.69%, 2016년 20대 총선 최종 사전투표율은 12.19%였다. 2022년 20대 대선 최종 사전투표율은 36.9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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