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 홀에서 진행된 ‘소셜 임팩트 포럼(Social Impact Forum)' 현장.

“사회적경제에서 선도적인 자리에 있는 대학은 사회적경제 인재를 육성하는 건 물론이고, 현장과 학문의 접점으로 사회문제 해결에도 거점 역할을 합니다.”

지난 1월 31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 홀에서 진행된 ‘소셜 임팩트 포럼(Social Impact Forum)’에서 송홍석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의 일성이다.

‘다양성과 포용을 향하여 : 지구지속가능성을 위한 융합적 혁신 성과’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교수, 학부생, 대학원생들의 사회적경제 발표로 현장과 학문이 연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소셜 임팩트 포럼은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주최로 작년 1월 처음 진행돼 올해 2회를 맞았다. 소셜 임팩트의 학술적 의미와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 활동 사례를 살펴보고 학계와 현장 전문가, 대중이 함께 만나 토론하며 생산적 논의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포럼이다. 축사를 맡은 최대석 이화여대 부총장은 “사회적경제협동과정은 2017년 9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융합형 석·박사 과정”이라며 “1년간 다양한 사회혁신 노력과 시도 끝에 지속가능한 다양성과 효용성에 대한 혁신성과를 공유하는 중요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학계, 정부, 현장 전문가, 일반인, 학생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10개 대학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이화여대에서는 매우 실천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적경제라는 주제가 앞으로도 보편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화여대에 사회적경제협동과정을 최초로 만든 주역인 조상미 교수.

경제·사회·환경 측면에서 보는 임팩트 사례

첫 번째 세션에서는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이소현·주소현·최용상 교수가 각각 사회·경제·환경 분야의 융합적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소현 교수는 2012년 사회적기업 오티스타를 만들어 자폐인들의 재활을 이끌고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하게 한다.

사회적기업 ‘오티스타(Autistar, Autism Special Talents And Rehabilitation)’를 창업한 이소현 특수교육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자폐인의 수가 무척 많은데, 이들이 사회에서 분리돼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가정·직장 등에 섞여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오티스타가 사람들의 나눔과 공존의 가치·감동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은 제일 먼저 사업 모델이 탄탄해서 수익이 많이 나야 한다”며 ”오티스타는 자폐인이 자폐적 특성 때문에 갖게 되는 디자인 경쟁력을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티스타의 정규 직원은 18명. 그 중 12명이 자폐인이며, 교육 지원생은 68명이다. 이들은 디자인을 배워 텀블러, 휴대폰 케이스 등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낸다. 오티스타는 이화52번가 상점가 골목 내 있던 갤러리 스토어를 곧 확장할 계획이다.

주소현 교수는 지난 8월부터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주소현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임팩트 투자에 주목했다. 그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사회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이쪽 분야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는 성공하는 기업 자체가 임팩트를 추구하는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고도 분석했다. 그가 인용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 한 해 동안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펀드 상위 5개의 주가지수가 S&P500 주가지수보다 높았다. S&P500는 신용평가기관으로 유명한 '스태다드&푸어'사에서 만든 주가지수다.

작년 한 해 동안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펀드 상위 5개의 주가지수가 S&P500 주가지수보다 높았다. /자료=CNBC

최용상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부교수는 전 세계적인 시각에서 빈곤과 재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빈곤한 국가일수록 재난에 더 취약하고, 아이티 지진 사례처럼 재난 복구 과정에서 빈곤계층은 더 빈곤해지고 부유한 기업가들이 사업의 기회를 찾아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난 상황에 대한 개방성과 중앙정부-지자체-외부기관-주민연결 플랫폼의 활성화, ▲국경을 넘는 과학기술의 적용 ▲재난에 대해 자연과학 뿐 아니라 사회과학적 시각으로의 고찰을 언급했다.

유럽 사회적경제 기관, 몬드라곤만 있는 게 아니다!

좌장 정선희 교수를 비롯해 곽미영, 배영미, 이경미, 함희경 학생들이 해외 탐방 기획발표를 했다.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에는 약 60명의 학생들이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날 정선희 겸임교수(사회적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 창업자)의 진행으로 5명의 대학원생들이 해외 탐방 기획발표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유럽의 사회적경제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탐방을 다녀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몬드라곤 협동조합그룹 뿐 아니라 스페인의 라군아로, 프랑스의 카사코·프랑스협동조합연합회·사회적경제사용자연합·프랑스지방정부협의회 등을 다녀왔다.

‘라군아로(Lagun-Aro)’는 몬드라곤 그룹이 1967년 세운 사회보장협동조합이다. 의료고용산재 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을 실현하는 조합으로, 2018년 말 기준 128개 협동조합 2만 8,401명이 가입돼있다. 박사과정 2기 이경미 씨는 “라군아로 운영은 몬드라곤이 기업을 지속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하고 풍요롭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미 씨는 이어 파리 변두리에 있는 공유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공익협동조합 ‘카사코(Casaso)’를 소개했다. 카사코의 특징은 지자체가 직접 조합원으로 참여해 출자금을 납부한다는 점이다. 조합원은 64명으로, 공감대 형성을 중요시해 이용하는 사람 80%가 공동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50년 역사의 ‘프랑스협동조합연합회(Coop FR)’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프랑스에는 2016년 기준 2만 2,500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프랑스 직장인의 5.5%가 협동조합에서 근무한다. 3기 학생 함희경 씨는 “프랑스협동조합연합회는 프랑스협동조합운동의 대표적 조직”이라며 “직원은 3명밖에 없지만, 협동조합의 이익을 대변하고 EU회의에 참여하는 등 맡은 역할이 많다”고 설명했다. 함씨는 “연합회의 가장 큰 역할은 운영 지침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서 가장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사장님들의 연합’인 ‘사회적경제사용자연합(UDES)’도 소개됐다. UDES의 슬로건은 ”책임 있는 사용자“로, 24개 단체와 사용자 노조(협회, 상호, 협동조합)와 16개 지부 및 전문직을 모았다. 3기 학생 배영미 씨는 “보통 노동자들의 연합을 떠올리기 쉬운데, 고용주들이 연합체를 만들었다는 게 독특하다고 여겨졌다”며 “프랑스가 정말 규모의 경제를 자랑한다더니 이런 단체로 있다는 게 신기했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조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랑스에는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지방정부 협의회(RTES)도 있다. 지역, 국가 및 유럽의 공공 정책에서 사회적·연대적 경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2002년에 창설했으며, 지역 의원, 공무원, 대도시 지역사회 등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2014년 프랑스에서 사회연대경제법이 통과되면서 전국협의회구성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됐고, 지방정부가 사회연대경제를 실질적인 주체로 인정했다는 데 시사점이 있다.

사진.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 특성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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