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통해 사회적경제 교육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창업 촉진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명시한 후, 교육부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발표한지 1년이 지났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협력해 사회적경제 선도 대학을 지정하고, 연구개발·학부개설 등 관련 사업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등 대학 교육을 통한 혁신 리더를 육성하는데 힘쓰는 중이다. 정부의 뒷받침에 힘입어 대학 차원에서도 관련 교육과정, 연계사업, 동아리 등이 점점 늘어나며 '사회적경제' 붐이 일고 있다. 본지에서는 대학에서 어떤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적경제를 접할 수 있는지,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학교 수업으로 만나는 사회적경제...졸업장도 준다고?

대학생들이 가장 쉽게 사회적경제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수업을 통해서다. 연세대에서는 153개 사회혁신역량 교과목이 열려 현재까지 5600여 명이 수강했다. 카이스트, 부산대, 강남대 등은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작년 기준 87개 기관(대다수가 대학)에서 500여개 강좌 제공)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적경제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교과목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12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은 대학 내 전문 교육 과정을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학위, 비학위 과정을 늘린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사회적경제 관련 학위 과정을 만드는 대학이 늘어나는 중이다.

대학원 과정 개설 국내 대학들.

본지가 확인한바 사회적경제 관련 대학원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국내 대학교는 현재 14곳이다. 석사 과정을 운영 중인 학교는 14개, 박사 과정은 5개다. 주로 특정 기업에 초점을 맞춘 형태다. 성공회대는 일반대학원 내 협동조합경영학과를, 부산대학교는 사회적기업 석사과정을 전국 최초로 개설해 운영 중이다.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운영하는 학교는 4곳이다. 이화여대는 국내 최초로 사회적경제협동과정(석·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사회적경제협동과정은 복지·경제·사회·경영·주거·환경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현장에 적용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으로, 14개 전공과 기업가센터 교과목으로 구성된다.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경제 전반을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학사 학위 과정을 운영 중인 국내 대학교

학사 학위 과정을 운영 중인 대학교는 7곳이다. 한양대는 작년부터 ‘사회혁신융합과정’을 운영한다. 입학 후 1학기를 이수한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복수전공 형태다. 전공 36학점을 이수한 학생은 ‘사회혁신학사’ 학위를 받는다. 한양대는 올해 2학기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박사 과정도 신설해 학사·석사·박사 학위 과정 모두 운영하게 될 유일한 학교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2014년 사회적경제 전문인력양성사업단 설립과 함께 국내 최초로 학부과정에서 사회적경제 연계전공을 개설했다. 사업단은 올해 2월 해체했지만, 연계전공은 없어지지 않고 상경대학 소속으로 남았다. 졸업생들은 '사회연대경제학사' 학위를 받는다. 상경대학 학업기초 권장교과목에는 '경제학원론'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의 이해'도 포함된다. 기존 과목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경제 과목을 30개 정도 따로 만들고, 교수들이 교재도 직접 따로 만들어 출판했다. 사회적경제 연계전공 이은선 주임교수는 "하반기에는 학생들을 패널로 해서 교육에 대한 평가를 하는 포럼도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경제 관련 전공을 신설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학생이 부족해 폐전공된 곳도 있다. 건국대학교(글로컬) 창의융합대학원의 사회적기업학 전공,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사회적기업학과 등은 현재 폐과됐다. 대구대학교의 경우 사회적기업·창업학과를 운영했지만, 교과과정은 그대로 둔 채 자산관리창업학과로 이름만 변경했다.

대학가 사회적경제 교육 진행 현황. /디자인=윤미소

현장 중심 교육 초점 둔 비학위 과정

사회적경제 정규 학위 과정을 개설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비학위 과정도 운영된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부터 ‘사회적기업 리더과정’을 추진해 올해 초까지 613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작년부터는 이 사업을 ‘사회적경제 리더과정(이하 리더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운영 중이다. 대학원으로 한정했던 모집 기관도 대학으로 범위를 넓혔다. 올해부터 사회적경제 학위 과정 운영 경험 유무를 바탕으로 ‘선도형’ 대학(경험 O)과 ‘신규확산형’ 대학(경험 X)을 나눠 4개교를 선정했다. 전자는 성공회대·이화여대, 후자는 강릉원주대·전주대다.

리더과정에서는 정규 학위 과정과는 별개로, 수강생들이 사회적경제 관련 강의와 인턴십, 프로젝트 수업 및 현장 연수 등 운영 이론뿐 아니라 현장 실무를 배울 수 있게 한다. 사회적경제조직 종사자를 각 분야의 전문인재로 육성하는 ‘semi-MBA 과정’과,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미래 사회적경제 핵심 인재로 성장시키는 ‘학부수준 과정’으로 이뤄져있다. 리더과정 운영 경험을 통해 7개 대학이 사회적경제 관련 학위 과정을 개설했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까지 20개교의 리더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화여대 사회적경제 리더과정 1기 개강식. /사진=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이화여대는 올해 학부수준 리더과정 1기를 모집해 17개 대학 30개 학과에서 사회적경제 및 사회 혁신에 관심 있는 대학생 67명을 모았다. 6월 말에는 이화여대 고사리 수련관 강당에서 ‘소셜 랩(Social Lab) 프로젝트 해커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 2학기 동안 14개 전공융합의 다학제 교과과정과 함께 현장밀착형으로 지역연계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진행해 11월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한다.

성공회대는 semi-MBA 과정을 ‘AMP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진행 중이다. 올해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사업으로 전환해 첫 학기를 마쳤다. 성공회대의 경우 사회적경제 조직뿐 아니라 일반 영리기업 재직자, 청년 창업 희망자 등도 수강생에 포함된다. 커리큘럼이 경영학 기반이라 수강생들은 상반기에 경영 일반 과목을, 하반기에는 사회적경제 영역에 특화된 실무·회계 등 강의를 듣는다. 공동으로 사회 문제를 선정하고 해결해나가는 팀별 현장 학습도 진행한다.

리더과정을 담당한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연구소의 이유빈 연구원은 “한 학기 진행해본 결과 팀 학습을 통해서 사회적경제 조직 종사자와 그렇지 않은 수강생 간의 소통이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기존 정원은 40명 정도였는데 올해 지원자가 많아져 60명을 수용했다”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도가 높아지고 교육 수요가 커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비학위 과정

대학에서 사회적경제 교육 지속하려면? "한국 실적에 맞는 연구와 분석 선행돼야"

대학에서의 사회적경제 교육이 잠깐 주목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가능해지려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장종익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는 "교육을 하려면 그 분야에 일정한 연구 실적이 쌓이고 수업에 활용할 교재가 있어야 한다"며 "해외 도서를 번역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한국 상황에 맞게 연구와 분석이 충분히 이뤄져서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오단이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도 "사회적경제 분야 개론서 등을 제작하는건 다양한 학문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전문가 간의 충분한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한국의 경우 아직 사회적경제 연구 역사가 짧아 어렵다"고 더 많은 연구를 통한 학문적 합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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