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와 다양성은 정확히 어떤 관계일까?

지난 5일 서울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2021 Social Impact Forum(소셜 임팩트 포럼, 이하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 ‘다양성과 포용을 향하여 III’라는 주제로 기획 강연과 혁신적 사회적경제조직 사례 및 창업 아이디어 등이 제시됐다. 행사는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생중계됐다.

현장에는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이형희 SK SV 위원회 위원장,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혜숙 총장은 “지속가능한 실현을 위해서 다양성을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기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주제로 구체적인 성과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을 위한 자리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축사를 했다.

주소현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주임교수. 소비자학과 교수이기도 하다./출처=이화여대
주소현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주임교수. 소비자학과 교수이기도 하다./출처=이화여대

이날 주소현 주임교수가 사회적경제협동과정을 소개, 경과보고를 진행했다.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은 2017년 9월에 신설돼 현재 약 60명의 석사, 박사 과정 학생을 보유 중이다. 15개 전공이 연결돼있고, 60개 교과목이 개설돼있으며 국내외 탐방과 연구 활동을 넘어 이화여대 의료원,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사회적 책임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첫 박사를 배출했다.

5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진행된 ‘2021 Social Impact Forum' 현장./출처=이화여대
5일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진행된 ‘2021 Social Impact Forum' 현장./출처=이화여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경제

첫 번째 세션으로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사회적경제는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는 “소비자 문제를 풀기 위해 소비자 생협이 있고, 직업 문제를 풀기 위해 직원협동조합이 있는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으로 사회적경제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특히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직면한 노동, 복지, 주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라며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게 첫 번째 구성 요소고, 두 번째 구성 요소는 민주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회가 2009년 사회적경제에 대해 48개 항목의 결의문을 채택한 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연설에서 협동조합을 언급한 일, UN이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정한 일 등을 들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뒷받침했다.

그는 국내 협동조합 사례로 ‘동자동 사랑방과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의 사례를 들었다. 주민협동회는 2011년, 각자 모은 자금을 싼 이자로 서로 빌려주는 금융협동조합을 결성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대출 심사를 간소화하고, 대출 이자율도 2%를 유지했다. 2019년 기준 대출상환율은 88.7%. 회의, 추석 행사, 공동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장례도 함께 치른다. 김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튀’를 많이 할 거라는 건 우리가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진 편견”이라며 “빈민 지역에서 주민 스스로가 문제를 풀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아주 잘 표현해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김 교수는 99개 회원 조합과 약 30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한국의 대표 생활협동조합 아이쿱, 지역 차원 운동에서 시작해 현재 43개 단체가 참여하는 원주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필리핀 마닐라의 빈민가 까부야오에서 만들어진 직원협동조합 생수 공장 등의 예를 들었다. 그는 “사회적경제는 사방에 존재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사회적인 의무를 하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건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존 스튜어트 밀을 인용하자면,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이기적이었을 때, 지적·정신적으로 교양이 존재하지 않을 때 등 2가지이며, 공동체 행복을 개인의 행복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출처=이화여대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출처=이화여대

의료-디지털-시민권 등 ‘소셜 임팩트’ 없는 곳 없다

이어 사회적경제협동과정 교수진들이 각자 영역에서 마주한 소셜 임팩트를 설명했다.

정성애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화의료원 사회공헌부장을 역임하며 새 병원을 짓기 위해 모금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지어진 이대서울병원의 건축비 10%는 기부로 모인 금액이다. 정 교수는 “가치가 있는 조직이어야 사람들이 기부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경영을 하는 리더십이 모금 언어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강서구에 스며들기 위해 지역 봉사 단체와 협력하고,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소셜 임팩트를 이어가려는 노력도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도 의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셜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정구 경영학과 교수는 2019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 미국의 주요 대기업 CEO 협의체)’에서 사명 선언문을 개정한 일을 언급했다. BRT는 지난해 기업의 목적을 주주 이익 추구에서 ‘전체 이해관계자들의 가치추구’로 바꿔가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윤 교수는 “예전에는 주주와의 신뢰 구축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고객과의 신뢰 구축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돈을 벌려는 목표(goal)를 기본으로 하되, 왜 우리 회사를 통해야 하는지 이유를 담은 가치(value)가 있어야 하고, 그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게 목적(purpose)”이라며 “그 목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 겸 사회적경제협동과정 미래역량육성사업단 단장./출처=이화여대
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 겸 사회적경제협동과정 미래역량육성사업단 단장./출처=이화여대

이어 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시민권-공동체-사회적경제 개념의 연결성을 설명했다. 조 교수는 “누가 시민이며, 누가 그 공동체 안에 속할 수 있느냐는 결국 포용과 배제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시민권 개념은 각 시대의 공동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행동으로 규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가 이 과정에서 출현했고, 다양성 사회로 진입하려는 노력임을 부각했다. 이어 “현재 소득 불평등 등 다양한 양극화 문제가 있는데,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다양성 사회로 진입했지만, 성·장애인 차별 등 소수 집단을 차별하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결국 이 다양한 사람들이 행복해져야 하며, 해결책은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있다”고 말했다.

출처=이화여대
출처=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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