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했지만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창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을 소개합니다. 40명의 소셜챌린저들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의 자질과 창업 의지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우수팀들입니다.

학교에서 마을로, 지역에 뿌리내린 평화를 잇는 사람들

경남 양산 동부지역에 위치한 ‘웅상’에는 대안학교 ‘꽃피는 학교 부산경남학사’가 12년째 함께하고 있다. 꽃피는 학교 학부모 모임은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부모 활동을 지역과 마을 단위로 확대하는 방법’을 늘 고민했다. 아이들이 향후에도 마을과 사회에서 함께하고 지역문화를 채워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2016년, 꽃피는 학교 학부모, 교사회와 지역 활동가 46명이 준비모임을 꾸리면서 고민을 실천에 옮겼다. ‘서로를 살리고, 스스로 서는 따뜻한 마을공동체’를 목표로 준비모임을 거쳤고, 2018년 1월 사회적협동조합 평화를잇는사람들(이하 평잇사)이 탄생했다.

평잇사 마을 활동은 2017년 9월 문을 연 ‘카페 이음’에서 주로 이뤄진다. 카페 이음은 마을과 청소년, 청년, 부모, 지역민을 잇는 공간이자 교육과 문화활동이 가능한 장소다. 카페는 ‘지역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고 마음을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통해 만들게 됐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카페 조성에 참여했다.

마을카페 이음은 마을주민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탄생했다.
마을카페 이음 전경

 

교육과 문화, 스스로 삶 가꿔가는 마을 사람들

평잇사는 문화센터식 교육을 지양한다. 하나를 하더라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이를 통해 자기 삶을 어떻게 가꿔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인문학을 배운다면 배움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자기 삶에 적용하고, 스스로 삶을 가꿔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식이다.

청소년 대상으로는 청소년자립학교 작당을 진행하고 있다. 전우경 평잇사 사무총장은 “청소년기는 세상에 눈을 뜨는 시기”라며 “청소년들이 소비하는 문화만 경험하게 되는데, 사회에 가지는 호기심을 건강하게 채우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했다.

마을과 함께하는 활동도 진행한다. 아이들은 방석을 직접 만들어 지역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소 의자를 따뜻이 이용하도록 도왔다. 직접 만든 빵을 장터에서 팔아 수익금으로 길고양이 사료를 챙겨주고, 깔개를 만들어 길고양이 겨울나기도 도왔다.

부모수업 일환으로는 엄마학교, 아빠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황성미 평잇사 이사장은 “아빠학교를 기획하면서 ‘누가 올까?’하고 걱정했지만 의외로 아빠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돌아보며 “아이를 바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먼저 바로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업에서는 아이가 부부에게 오기까지의 과정, 부모로서의 역할 등을 함께 고민한다.

작년 12월 진행했던 아빠학교 수업 모습, 평잇사는 "아이를 바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먼저 바로서야 한다"고 수업 의의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이음목공’, 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이 참여하는 ‘아시안푸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을 장터 ‘잇장’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반찬, 간장, 요구르트 등을 판매하고 음식도 나눠 먹는다. ‘잇장’은 일회용품, 비닐봉지 등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마을장터를 추구한다.

사회적경제 ‘기업가’를 육성하는 육성사업 관점에서 보면 마을 활동으로 가치를 만드는 평잇사는 다른 사회적경제 기업과 결이 다르다. 황 이사장 역시 “진흥원 육성사업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 같은 조직은 별로 없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육성사업을 돌아보며 “‘육성사업 1년 하면 우리나라 모든 지원사업 중 못해낼 게 없다’는 말이 기억난다”며, “육성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교육지원 사업 등 실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평잇사는 진흥원 육성사업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 사무국장은 수상에 대해 “사회적경제를 바라봄에 있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외에도 ‘가치’를 만드는 조직을 대하는, 사회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진 듯하다”고 해석했다.

평화를잇는사람들 황성미 이사장(왼쪽)과 전우경 사무국장(오른쪽)은 "사회적가치를 대한 사회의 이해도가 높아진 듯 하다"고 말했다.

 

진흙 속에서 피는 꽃, 자발적으로 생겨난 네트워크

평잇사와 카페 이음이 뿌리내린 양산 동부지역 ‘웅상’은 조금 독특하다. 천성산이 동서를 가르는 양산의 지리특성상 같은 도시인 양산 서부를 오가기 힘들다. 주변 울산, 부산, 기장지역 간 교통이 오히려 더 편리하다. 지역 간 괴리감으로 선거철에는 ‘동양산 발전계획’이 중요한 이슈가 되기도 한다.

위성도시, 도심외곽, 농촌, 공업단지 등 다양한 특성이 지역 내 혼재되면서, 집과 집 사이에 소규모 공장이 위치하는 등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전 사무국장은 “지역문제가 있기에 마을 사람들이 이를 체감하고 개선하기 위해 뭉친다”며 “열악한 환경 특성이 오히려 지역 커뮤니티를 발달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웅상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꽃피는 학교 학부모회 역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주변지역에서 온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도 마을활동가, 대안적 삶을 찾아온 청년들,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이 함께하고 있다. 마을에는 지역 특성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도 10여 곳 넘게 활동 중이다. 전 사무국장은 “‘전국적으로 봐도 자발적으로 네트워크가 이렇게 형성된 경우는 많지 않다’는 말을 듣곤 했다”고 부연했다.

지역 내 단체들은 주기적으로 만나 서로 활동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며 협력한다. 단체 모임은 지자체 도움 없이 상·하반기 한 번씩 지역 문화행사를 스스로 기획해 개최하고 있다. 다소 열악한 환경에서 웅상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힘은 시의회 조례를 개정하는 등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평잇사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며 지역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오늘도 평화를 잇는 사람들

평잇사는 카페이음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고,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학교에서 시작해 마을에 자리 잡은 평잇사, 이들은 지역민들과 새로운 꿈틀거림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삶을 살고자 이곳으로 온 청년들이 있어요. ‘50만원으로 살아가기’ 같은 일종의 자립실험 중인데, 잘 해나가고 있어요.” 이처럼 자본의 궤도를 벗어난 이들은 마을 농장을 운영하고, 지역 소식지를 만드는 등 마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조합원 중 일부가 운영하는 농장은 자체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됐다.  “마을에서 토종닭을 키워보고 싶으니 지원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마을 주민들이 30분 만에 목표금액을 모아 줬어요.” 펀딩에 참여한 주민들은 토종닭이 낳은 유정란으로 보상 받았다. 10마리로 시작한 닭은 어느새 50마리를 넘어섰다. “닭에 이어 ‘산양 키우기’ 펀딩을 받아서 산양유를 공급하고 있어요. 카페 이음은 산양유를 주민들이 찾아가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고요.” 실험은 계속 이어져 마을 청년들은 현재 벼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밥상도 시도할 계획이다. “마을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카페이음과 학교 사이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저녁을 다 함께 먹는 거죠.” 조직 이름 ‘평화를잇는사람들’에서 평화(平和) 역시 ‘쌀을 함께 나눠 먹음’을 뜻한다. 오늘도 마을 사람들은 작은 보폭으로 함께 걷고 있다.

 

사진. 김주찬 작가, 평화를잇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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