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인들의 이동과 편의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콜택시 제도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택시를 호출한 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4시간까지 기다리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 및 지자체가 예산 확대 등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직 택시기사 출신인 전재혁 우리콜 시스템 대표가 나섰다. 전 대표는 장애인 이동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택시운수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운전자(택시)와 탑승자(장애인)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가 고안한 방법이 바로 장애인승차공유모빌리티 플랫폼 ‘우리고’다.
‘우리고’ 플랫폼으로 택시 공급해 지적발달장애인 이동문제 해결
(주)우리콜 시스템은 장애인승차공유모빌리티 ‘우리고’ 플랫폼과 모바일 앱으로 전국에 택시를 공급해 지적발달장애인의 이동문제를 해결한다.
여러 장애유형 중 지적발달장애인에 집중한 이유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보호자의 돌봄이 필요한 장애특성 때문이다. 지적발달장애는 중증장애에 속하기에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정도면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편리한 서비스가 될거라는 생각에서다.
우리콜 시스템은 2018년 3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했고, 현재 장애인승차공유모빌리티 ‘우리고’ 론칭을 앞두고 있다. 장애인승차공유모빌리티는 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해 차량과 운전자를 탑승자(장애인)에게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우리고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6년차 택시기사였던 전 대표의 경험이 녹아 있다. 특히 장애인을 보면 빨리 지나가기, 콜을 수락했지만 장애인 인 것을 알고 지나쳐 가기, (장애인 승객이)골목에 들어간다고 짜증내기, 반말하기 등 일부 택시기사들의 행동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부 택시기사들의 행동으로 장애인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장애인콜택시는 중증장애인을 우선 배정하거나 경증장애인은 이용을 제한하고 있어, 일부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들은 택시에 탑승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죠.”
전 대표는 자신의 경험에 사회적 가치를 더해 장애인 이동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사업을 기획할 때는 단순히 ‘지적발달장애인의 이동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고민을 거듭 할수록 이동문제만 해결한다고 장애인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문제는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이는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죠.”
전 대표가 찾은 해결방법은 ‘융합’이다. 우리콜 시스템이 선보일 예정인 ‘우리고’ 역시 택시운수 종사자와 장애인을 융합해 장애인 이동, 고용, 자립까지 함께 해결해 나가는 플랫폼이다.
“‘우리고’는 융합 플랫폼으로 택시 승차거부 및 불친절 해소, 즉시 배차, 이동 중 안전 보장,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 택시운수 종사자 근무 환경 개선?소득 증대 등을 바탕으로 지적발달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1년 내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문제를 해결하고, 5년 내 고용?자립 등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콜 시스템은 현재 건양대학교 내에 협력업체로 지정돼 있고, 오는 6월 중에는 건양대학교 내 (사)장애인이동권연구소를 설립해 장애인?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7월 장애인승차공유모빌리티 ‘우리고’ 론칭…기존 시스템과 ‘협업’
‘우리고’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승차공유서비스다. 막대한 자본금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만한 자본이나 기반이 부족했던 전 대표는 우리콜 시스템에 ‘팀제도’를 도입했다. △기술개발 △플랫폼 구축 △장애인 심리 △경영컨설팅 △시장분석 △영업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팀 형태로 우리콜 시스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고’는 오는 7월 본격적인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부산장애인총연합회, 경북봉화 공동체마을, 군포 지적발달장애인 아트기버 사회적협동조합과 알파테스트(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능시험)를 진행했고, 5월에는 베타테스트(미리 정해진 사용자들이 사용해 보도록 하는 테스트), 6월에는 필드테스트(실용화된 간단한 실시용 테스트)를 완료할 예정이다.
론칭 이후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 대표는 “사업 1년차에 20명 직원을 고용하고 3년차에는 120명의 고용할 생각”이라며 “그중 영업직군을 제외한 상담, 관리, 기술개발 등의 직군에는 장애인 직원을 최소 30%이상 채용할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더 많은 교통약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택시 호출 시 발생하는 ‘콜비’를 수익에서 제외했다. 부족한 수익은 프리미엄 서비스 월회비, 기업 월회비, 기타 서비스 수수료, 광고료 등을 통해 창출한다.
기존의 장애인 콜택시?바우처 택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경쟁이 아닌 협업 체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장애인 콜택시가 중증장애인과 전동휠체어 장애인 이동에, 바우처 택시가 시각?신장장애인 이동에 집중한다면, ‘우리고’는 그 외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장애인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통해 전문성 강화
전 대표는 택시기사로 일하기 전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다. 그가 분석한 실패 요인 중 하나는 사회적 가치를 등한시 하고 영리만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콜 시스템을 시작할 때 ‘사회적 가치 확대’를 최우선에 뒀다. “이왕 할 것 제대로 해보라”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 2018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도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콜 시스템 지원기관인 (사)피피엘의 도움을 받아 영리와 비영리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업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전 대표는 “우리콜 시스템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자료는 물론 장애인을 위한 플랫폼의 방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지원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콜 시스템은 현재 서울시에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신청해 심사 중에 있으며, 5월 초에는 국토교통부에 부처형 창의 혁신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신청할 예정이다.
그는 향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할 팀에게 ‘협업’을 강조했다.
“공통된 문제는 협업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어요. 특히 창업팀은 자본과 인력이 부족하기에 협업을 하면 힘이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우리 역시 처음부터 협업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빨리,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을 거에요. 앞으로 도전하실 분들도 공통된 문제는 꼭 힘을 합쳐 인력?자원 낭비를 줄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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