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잘 키우는 법?..."마을 전체가 고민하며 함께 성장해요”
아이 잘 키우는 법?..."마을 전체가 고민하며 함께 성장해요”
  • 이로운넷=허영연 청년기자(7기), 최범준 인턴기자
  • 승인 2019.08.2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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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 강북구 인수동 ‘도토리공동육아협동조합’ 이소연 이사장

#. 자연과 함게 함께 자라나는 곳, 도토리 공동육아 어린이집

도토리 어린이집 아이들

4호선 수유역에서 북한산 국립공원 쪽으로 20분 정도 걷다 보면 인수동 마을이 보인다. 서울이지만 풀이 스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한적한 이곳은, 북한산 골짜기가 흘러내리는 청정한 마을이다. 건물 역시도 원색 지붕의 아담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다.

‘도토리 공동육아 어린이집(이사장 이소연, 이하 도토리집)’은 이곳 인수동 마을 3~7세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금자리다. 들어오고자 대기 줄을 서고 있는 아이들이 꽤 많을 정도로, 도토리 어린이집은 지역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북한산의 자연을 느끼며 더불어 자라난다.

이소연 이사장

인수동 516번지 일대는 1999년 전후, 지속가능한 삶의 실천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밝은 누리’라는 이름으로 마을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도토리집의 이소연 이사장은 도토리집이 설립된 2013년 이전부터 인수동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그는 “육아 품앗이가 당시 마을의 관습”이었다며 “찻집에 가면 차를 시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육아 품앗이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둘째 아이 또래 아이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당시 육아 품앗이를 어린이집으로 체계화하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2013년 현재의 도토리집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최근 도토리집은 ‘어린이집’으로 정식 인가를 받으면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첫 활동을 발돋움했다. 여타 사회적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도토리집 역시 부모님이 직접 출자해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출자금 사용내역은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도토리집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사용해 현재의 터전(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어린이집 시설을 ‘터전’이라고 부른다.)을 마련했다. 이 이사장은 “개인이 꿈꿀 수 없던 자원을 함께함으로써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부모님이 아이들 놀이에 함께하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사설 어린이집에 비교했을 때 부모의 역할이 막중하다. 위탁의 개념으로 아이들을 맡기는 사설 어린이집과 달리, 교육 현장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활동하는 것을 중요한 철학으로 삼는다.

이 이사장은 “도토리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교사들이 한 해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한다면 부모들은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도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밥 선생님의 휴일에 아이들 반찬 만들기도 하고 바깥 활동 시간에는 아이들과 산책을 함께 하기도 하죠.”

부모들의 높은 참여. 아이들은 교사와 부모의 따뜻한 노력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 자연과 놀다 새참을 먹고…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아이들 하루일과

아이들이 함께 '바깥 활동'을 즐기고 있다.

도토리집의 하루는 오전 9시, ‘바깥 활동’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거나 북한산 숲으로 나들이를 나간다. 바깥 활동의 묘미는 사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 풍경이다. 햇볕이 쨍쨍한 여름에는 북한산 골짜기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하얀 겨울에는 산기슭의 경사를 이용하여 눈썰매를 탄다. 봄의 포근한 공기와 꽃 그리고 가을의 선선한 공기와 단풍은 그 자체만으로도 바깥 활동의 훌륭한 소재가 되곤 한다.

“아이들이 공기를 만끽하며 활기차게 뛰놀 때 날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 이사장은 “한창 활동적인 3~7세의 아이들은 친구들만 있다면 부슬비에서도 우산을 들고 잘 뛰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 옷잔치가 벌어진 모습, 행사를 통해 자연의 흐름을 일상에서 경험하며 자란다. 

바깥 활동을 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진다. 어린이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밥 선생님들이 사랑을 담아 준비한 ‘밥상’(도토리집에서는 점심 식사를 ‘밥상’이라고 부른다)을 먹는다. 밥상을 통해 에너지를 담뿍 보충한 이후에는 반별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 3~6세의 작은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거나 낮잠을 자고, 7세의 큰 아이들은 오후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이라는 단어는 자칫 또래 아이들이 하는 산수나 한글 공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인지 교육을 따로 하지 않는 다른 공동육아 어린이집처럼, 도토리 어린이집 역시도 이색 활동으로 활기찬 오후 시간을 가득 채운다.

이 이사장은 “아이들은 한 해의 자연과 농사 절기를 체험하는 ‘절기 수업’, 옛 이야기를 듣고 후속 활동을 하는 ‘옛 이야기 수업’ 등을 하며 마을을 뛰논다.”며 “아이들은 바깥에서 에너지를 발산할 때 가장 행복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놀이를 하고 새참을 먹다가 하원 시간이 되면 귀가하는 것이 도토리집 어린이들의 일과다. 또한 도토리집은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행사를 연다. 계절 분위기에 따라 잔치를 꾸며 여는 생일잔치,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에게 계절 옷을 물려주는 ‘옷잔치’ 등 아이들은 자연의 흐름을 만끽하며 자라난다.

총 17명의 아이들이 6명의 교사와 함께 도토리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생활한다. 3, 4세 반은 ‘해바라기’ 반으로 해를 보고 쑥쑥 자라는 해바라기처럼 어린이집의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쑥쑥 자라라는 뜻이다. 5, 6세 반은 ‘민들레’ 반이다. 바람에 흩날려 어디든 씨를 내리는 민들레처럼, 3, 4세와 7세 중간에서 관계를 잘 풀어가며 성장하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7세 반은 ‘둥글레’ 반이다. 도토리 어린이집의 맏이답게 둥글둥글 원만한 생활을 하라는 의미이다.

 

#. 마을공동체가 더불어 하는 공동육아

“실제로 아이들도 다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고,

교사들과 자원봉사교사 또한 걸어올 수 있는 근거리에 산다.

이미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마을 어른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 가치를 잘 교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토리 어린이집이 특별한 점은 아이들을 돌보는 이들이 모두 마을공동체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교사들뿐 아니라 도우미 역할을 하는 일일 교사들 대부분도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공동체가 더불어 아이들을 키울 때의 장점은 부모와 교사끼리의 소통이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정기 모임을 굳이 갖지 않더라도 부모와 교사가 모두 이웃 주민이라는 점에서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때가 많다.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사안을 즉각 소통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가족 공동체를 생각하면 쉽다”며 “중대한 사항은 가족회의를 통해 해결하지만 필요한 내용을 바로 소통하여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교사들의 근무 환경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의 근무 환경과 컨디션은 아이들 교육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이 근거리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웃 주민이라면 교사들끼리 느끼는 친밀도가 높아지며 각자의 가치관을 공유하기도 좋다.

“도토리집 교사들은 ‘이용가치’로 직장 동료를 판단하지 않아요. 나와 가까이 사는 ‘사람’, ‘생명’으로서 직장 동료를 대하고 그 결과 원만한 직장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아이와 교사 그리고 마을 주민 모두가 성장하는 공동육아가 서울이 품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 도토리공동육아어린이집, 허영연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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