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동부 중소도시 순천에서는 매달 그림과 음악, 그리고 책이 어우러지는 문화축제로 들썩인다. 성우가 읽어주는 그림책, 클래식과 국악 선율에 샌드아트가 더해지는 콜라보 공연은 팍팍한 일상 속 메마른 감성들을 촉촉이 적셔주고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그림책 콘서트는 그림책과 음악, 어울리는 샌드아트와 같은 다양한 예술 장치를 서로 섞어서 무대에 올리는 다원 예술 무대에요. 다양한 음악 장치와 그림책 원화를 영상으로 감상하고 성우가 무대에서 직접 그림책을 읽어주는, 전국 최초의 그림책 콘서트죠.”
순천시 금곡동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주)풍선껌은 지역 내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문화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브랜드 공연으로 그림책 콘서트를 비롯해 인디밴드 초청 뮤직쇼 ‘딴짓’, 음악 토크쇼 ‘북투유톡투유 별별책다방 7시’도 진행한다.
“지역민에 다양한 문화 기회 제공하자”...동갑내기 공동대표 의기투합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방송작가로 경력을 쌓아온 김태희 공동대표와, 그리고 지역방송국 MC이자 성우로 활동해 온 김현 공동대표가 오로지 재미있는 삶을 살아보고자 의기투합해 만든 곳이 ‘풍선껌’이다. 두 공동대표와 3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10평 남짓한 사무실 벽면에는 포스터가 잔뜩 붙여져 있고 책들이 빼곡하다. 풍선껌이 그간 얼마나 많은 콘서트와 행사를 개최해왔는지 보여주는 것들이다.
2014년 한 카페에서 도원결의를 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툼이 없었다는 두 공동대표는 신혼살림을 하나씩하나 장만해 나가듯 한 해 한 해 사업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풍선껌의 미래는 전남 동부권 문화 소외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사회서비스를 진행하며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 꿈을 안고 2016년 비영리단체로 출발해 2년 동안 300여 차례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작년 8월에는 법인을 설립하고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또한 올해는 전라남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사업 확장의 비결, 신뢰로부터 시작
섬이나 시골읍면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는 쉽사리 공연 접촉 기회가 없다. 아이를 비롯한 가족 단위 공연이 있어도 중소 도시에서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뮤지컬이나 소규모 단체의 연극이 전부다. 지역 사람들이 문화 공연에 항상 목말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과 공연을 접목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림책은 유년시절을 겪은 어른들까지 접할 수 있는 컨텐츠잖아요. 클래식 음악까지 융합해보면 좋겠다는 고민이 자연스레 사회적기업의 미션과도 맞아떨어졌어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농어촌 아이들에게 책과 음악으로 희망을 심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두 공동대표는 방송경력으로 디테일이 만들어지고 상품가치가 점점 높아지면서 문화기획콘텐츠로 인정받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천시 투자유치과 담당공무원의 열정으로 2017년 순천시-중국 닝보시 20주년 우호교류 행사에 참여해 그림책 음악회를 운영했다. 2018년에는 전라남도 공모사업비 2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그림책 콘서트를 매년 1회 정기공연을 하는데 3년 연속 980석 전석이 매진됐어요. 난타공연처럼 스타마케팅없이 전석이 매진된 것에 지역문화관계자들은 다들 놀라워했죠. 500명 가까이 고정팬이 확보되고 앵콜과 재공연 요청이 많이 들어올때면 벅차오릅니다.”
“딱딱한 건 말랑하게, 조용한 것은 시끄럽게”...지역 내 문화울타리 넓혀가
풍선껌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색다른 공연, 지역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기획을 꿈꾼다. 예방교육의 틀을 깬 ‘금연콘서트’, 마을공동체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북적북적 책 축제’가 바로 그런 시도들이다. 올해는 경남 김해시까지 진출해 그림책 콘서트 ‘만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그림책은 갓난아기부터 100세 노인까지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에 풍선껌에서는 VR 기술을 접목시켜 무대를 다양화해 경쟁력을 갖춘 해외 공연도 꿈꾼다.
“이번 경남 공연을 토대로 다른 도시에서도 순회 공연을 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오지까지 가서 공연을 펼치고 싶고요.”
그림책은 우리네 일상을 담는 예술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마음의 짐이 치유되는 것으로 단순하게 그림책이라 해서 어린이문학의 일부가 아닌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문학과 예술이 하나되는 종합예술이다. 딱딱하던 껌이 씹을수록 말랑말랑해지는 풍선껌처럼 딱딱한 건 말랑하게, 조용한 것은 시끄럽게, 딴 짓과 딴 생각하며 문화울타리를 넓혀 가는 풍선껌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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