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上]금천구 사회적경제의 도전...‘학교’의 높은 문턱을 넘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上]금천구 사회적경제의 도전...‘학교’의 높은 문턱을 넘다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1.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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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구추진단, 2년 간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이 지난해 여름방학 때 진행한 '마을식당 엄마밥'.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지난 2018년 7월 말, 금천구 독산동 이지카페에 ‘마을식당 엄마밥’이 한시적으로 문을 열었다. 마을식당 엄마밥은 방학 중 식사를 거르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한 명이라도 줄여보자고 시작한 돌봄 식당이다. 공간은 지역의 11개 학교와 돌봄 교실에 식자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이그린이 자신의 영업장을 내놓았다. 운영비는 금천구 예산과 더불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후원과 구민들의 기부를 더해 마련됐다. 학교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25명의 아이들과 형제자매들이 지난 여름 마을식당 엄마밥을 통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애들아, 아침밥 먹고 가" 지난해 3월,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이는 금천구 한울중학교 교문 앞에서는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전해주는 손길이 분주했다. 금천지역자활센터, 한살림서울생협, 관내 사회적경제기업 등이 ‘얘들아, 아침밥 먹자’라는 캠페인으로 이른 아침부터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멸치주먹밥과 유기농 주스를 함께 나눠줬다. 캠페인으로 아침밥의 중요성과 식생활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3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으기도 했다. 2017년 시작한 조식 급식은 4개 학교에서 8개 학교로 늘어났고, 130여 명의 아이들이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금천구 내 문성중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협동학교’를 경험했다. 협동학교에서는 식생활 교육, 검도, 영화, 드론 등 사회적경제 교육을 지원해 참여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문성중학교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중 70% 이상을 사회적경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마을식당 엄마밥, ‘아침밥 먹자’ 캠페인, 협동학교 모두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특구추진단)이 지난 2년간 진행한 사업들이다.

지난해 3월 30일 한울중학교 앞에서 진행한  ‘얘들아, 아침밥 먹자’ 캠페인
지난해 3월 30일 한울중학교 앞에서 진행한 ‘얘들아, 아침밥 먹자’ 캠페인.

특구추진단은 서울시로부터 2017년 2월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를 주제로 사회적경제 특구로 지정됐다. 2016년 7월부터 12월까지 시범사업을 거쳐 2017년부터 본사업을 진행했고, 올해가 사업 마지막 해다. 학교와 사회적경제,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모델로 선순환 경제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계획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지난 2년 간 특구사업의 운영은 ‘사회적협동조합 금천사회경제연대’가 맡았다. 

지자체-학교-교육 사회적경제 연대로 ‘학교’에 정착한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이 특구사업으로 ‘교육’, ‘학교’라는 높은 문턱을 선택한 데는 금천구가 앞서 진행한 금천혁신교육지구사업의 경험이 발판이 되었다.

강혜승 특구추진단 운영위원장은 “교육 격차 해소, 공교육 정상화라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사회적경제 내 협동조합 원리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하며 지역사회와 생긴 연계고리를 더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경제와 협력해 학교 문을 두드려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앞서 2년 간 진행한 혁신교육지구사업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면서 특구추진단이 처음 학교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개최한 간담회는 성황을 이뤘다. 

금천구 내 교육 분야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뿌리를 내리고 활동했던 것도 학교와 사회적경제 연계고리를 만드는데 힘을 실어 주었다. 조정옥 특구추진단 사무국장은 “당시 금천구 사회적경제기업 150개 가운데 교육 분야가 20여 곳에 달했다”며 “이전에는 각자도생으로 영업 및 사업을 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았기에 함께하면 시너지가 나겠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관학 간담회
금천구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수렴을 했다. 사진은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 민·관·학 간담회. 

무엇보다 금천구에 이러한 요구가 있는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학교와 사회적경제를 엮어 사업 추진을 준비하며 특구추진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의견수렴이었다. 관내 23곳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학교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물었다. 많은 이들이 ‘교육과 먹거리’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학생 중심의 진로체험과 동아리 활동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 제공 등 두 가지 목표는 그렇게 수립됐다.  

‘협동학교’와 ‘건강한 먹거리 제공’으로 사회적경제 신뢰 쌓아

특구추진단은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를 주제로 아이들에게 사회적경제 가치에 대해 교육하고,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사해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간다. 관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특강 △사회적경제 동아리 운영 △자유학기 선택 프로그램 △진로 체험 △전환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공통교육 프로그램과 워크북 등 사회적경제 교육콘텐츠를 개발하고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학교를 연계해 사회적경제 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 사회적기업들이 직접 학교로 가서 학생들에게 사회적경제 대안교실과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협동학교’는 특구추진단의 대표사업이다.

관내 대부분의 학교가 협동학교에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관내 2개 학교가 협동학교로 지정됐다. 문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 교육 과정 중 70% 이상을 사회적 경제 콘텐츠로 채웠다. 

한울중학교에서는 학교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을 보듬어주는 ‘땡땡교실’을 개설하기도 했다. 한울중학교 협동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수업 과목을 정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대안교실을 운영했다. 학생들이 또래 간 협동심과 학교 활동에 흥미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두 학교에서 진행한 ‘사회적경제 협동학교’는 사회적경제 가치를 교육에 집중하고 학교 문제를 사회적경제기업, 지역사회, 학교가 협업을 통해 해결한 전국 최초 모델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3월 금천사회경제연대와 한울중학교가 사회적경제 특구 협동학교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결식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에는 아침밥을, 방학 기간에는 점심밥을 주는 건강한 먹거리 제공 사업도 큰 성과를 냈다. 특구추진단은 현재 7개 초등학교와 4개 중학교에서 조식, 돌봄교실을 통해 중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명남 한울중학교 교사는 “조식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학교 급식도 이렇게 나오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학생·학교의 변화...관내 사회적기업도 협력·규모화로 함께 성장    

특구추진단 사업은 학생들에게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김영숙 문성중학교 교사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매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요리, 드론, 웹툰, 목공 등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진로를 고민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 교사에 따르면, 지난해 마을기업 ‘아임우드’와 학생들이 함께한 목공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나무 데크가 학교 탈의실 6곳에 설치되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컸다. 또한 ‘드론 협동 올림픽’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후 반대표 뽑을 때도 주체적으로 나서고 반끼리 단결해서 응원하며 협동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조 사무국장도 “처음 수업 들어갔을 때 말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던 학생이 1년이 지나면서 원하는 수업을 찾아가고 듣는 걸 보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체감했다”며 “사업 초기에는 학교협동조합 몇 개 더 늘리는 게 성과라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삶이 조금씩 변화는 것이 이 사업의 진짜 성과”라고 말했다.  

특구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적기업,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청소년 간식메뉴 개발 프로그램 진행 후 단체사진./사진제공=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특구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적기업,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청소년 간식메뉴 개발 프로그램 진행 후 단체사진.

학생들의 변화는 곧 학교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이영미 우리랑가협동조합 이사장은 “특구사업에 참여하기 전과 후 교사들의 사회적경제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학교가 사회적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조 사무국장은 “입시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큰 공교육 내에서 우려도 있지만 2년 간의 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학교 내에서도 어느정도 쌓였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관내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도 특구추진단의 큰 성과다. 앞서 20여개 교육 사회적경제기업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작은 규모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던 터였다. 학교와의 관계 맺기도 어려웠다. 특구추진단 구성은 이런 기업들에게 규모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영미 우리랑가협동조합 이사장은 “처음 교육사업을 시작하고 학교에 문을 두드렸지만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며 “특구사업을 만나면서 학교와 소통도 원활해지고 문턱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규모화 전략도 개별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교육 분야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뭉치고, 특구추진단이 개별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행정, 영업, 소통 등을 지원하면서 기업들은 교육프로그램에 집중하며 자기 역량을 높여갔다. 

특구추진단이 운영한 연구모임 교사 간담회. 교육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연구모임을 통해 공통 콘텐츠를 개발했다./사진제공=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특구추진단이 운영한 연구모임 교사 간담회. 교육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연구모임을 통해 공통 콘텐츠를 개발했다.

사회적경제로서 자기 가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특구추진단을 통해서다. 특구추진단에서는 ‘사회적경제 연구모임’을 운영하며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경제의 가치가 담긴 공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제 학교에 적용했다.

신미현 한살림서울 식생활교육센터 교육활동가는 “특구사업으로 교육도 받고, 연구모임도 하면서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사회에 우리가 해야 할 역할, 정체성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업 마지막 해, 지속가능한 모델 고민하며 청소년 교육연구소 설립 논의 

올해는 3년 간의 특구추진단 사업이 마무리되는 해다. 특구추진단은 2년 간 진행한 사업의 성과가 지역사회로 녹아들어 지속가능한사업 모델로 지속되길 바란다.

조 사무국장은 “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 내 지역 사회적경제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청소년 교육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아동‧청소년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협동조합인 스페인의 ‘GSD’ 모델과 같이 지역의 교육기업-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자립가능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민간의 이러한 활동에 지자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남충기 금천구청 지역혁신과 사회적경제팀 팀장은 “이 사업의 성과가 계속 이어지려면 특구추진단 내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자체도 그 고민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은?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사업 모델을 개발하여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준비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 이후 본 사업을 실시한 사업이다. 패션, 돌봄, 도시재생, 자원순환, 문화예술, 청년, 교육 등을 주제로 금천구를 비롯해 성북, 성동, 광진, 강북, 노원, 관악, 마포구 등 12개 자지구가 사회적경제특구 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자치구 특구는 준비 단계(1년 내외)와 본사업 단계(3년)로 설계된 사업을 진행했으며, 주체형성 및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전략수립 및 문제해결, 지역자산 형성, 홍보 및 교육을 기본적인 사업내용으로 자치구당 최대 5억 원을 지원했다. 

자료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진제공=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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