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지역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의 말이다. 금천구는 2010년 사회적기업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같은 해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 설명회 및 사회적기업가 학교를 개최한 자치구다. 이듬해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서울 최초로 기초자치단체 단위 사회적기업네트워크와 사회적기업지원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금천구는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숙제 중 교육 분야, 특히 학교의 다양한 문제와 고민을 학교, 사회적경제, 금천구가 민·관·학 협업으로 해결해 나간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유 금천구청장은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특구사업을 통해 전문성이 강화되었고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교육과 벤치마킹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러한 모범 사례가 확대될 수 있도록 행정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신뢰를 기반으로 민간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융합, 협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유 금천구청장에게 금천구 사회적경제의 현황과 계획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유성훈 금천구청장.

- 금천구 사회적경제 어떻게 성장해왔나? 

▶ 금천구는 2010년 사회적기업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같은 해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 설명회 및 사회적기업가 학교를 개최했다. 이듬해에는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서울 최초로 기초자치단체 단위 사회적기업네트워크와 사회적기업지원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2014, 2015년에는 사회적경제 시장 확대, 사회적경제기업 발굴 및 육성에 대한 성과를 인정 받아 ‘서울 희망일자리 사업’ 인센티브 최우수구로 선정되었다.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실적에서도 서울시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금천구 사회적경제 허브센터를 준공하고 운영을 시작하며 종합적인 지원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금천구 사회적경제기업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136개소에서 2018년 150개소, 올해 159개소(2019년 7월 말 기준)가 활동 중이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현황./디자인=윤미소

- 금천구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 2018년 문을 연 ‘사회적경제허브센터’를 통해 유능한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유치하고, 보다 혁신적인 사회적경제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다. ‘혁신’은 그동안 꾸준히 쌓아오고 협력해온 관계들이 기반이 되어 큰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그간 쌓아 온 연대와 협력의 노하우로 지역에 더 가까이 사회적경제 가치를 확산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가치 전파 및 인재 육성을 위한 ‘사회적경제 아카데미’를 개최해 ‘기본교육’, ‘창업연계교육’, ‘사회적경제 강사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전문 인재를 활용해 사회적경제 교육 플랫폼을 구성하고 도시재생, 신재생 에너지 등 유망 분야 인재 양성 지원과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모델 발굴 및 육성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지역 주민과 함께 사회적 가치 커뮤니티 공간을 활성화하고 체계적인 지역사회공헌 시스템 구축으로 지역축제 및 문화행사 참여에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하나 역점을 두는 것은 사회적경제를 도시재생과 연계하는 방안이다. 사회적경제가 협동과 연대를 통해 주요 목표인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공익을 추구하는 것은 주민의 협력과 참여로 지역 환경개선 및 지역사회 활성화를 추구하는 도시재생의 목표와 비전에도 부합한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중·대규모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서울지역 최초로 독산동 우시장 일대가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금하마을’, ‘말미마을’, 시흥5동 ‘새뜰마을’ 등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을 연계하는 주민참여 촉진과 주체 발굴을 위한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도시재생대학’ 등을 운영하며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 

이 외에도 사회적경제 상담 및 교육 등 설립 초기 단계부터 종합적 지원을 비롯해,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및 ‘판로 개척’을 위한 다양한 행정적 지원 추진 등을 진행하고 있다.  

- 금천구는 패션, 봉제, 주거재생 등이 특화된 지역이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금천구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자본 우선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공유’하는 문화를 형성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금천구 내 기업들 중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열악하고 사회적경제 역할이 절실하다. 예를 들면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G밸리)라는 좋은 기업 입지조건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임금과 근로여건이 열악해 구직자 기피 또는 잦은 이직 등으로 만성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안정적 고용 창출을 위해 청년층, 전문인력 유입을 위한 기업 고용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청년층에 비해 취업 연계가 활발하지 못한 고연령자, 경력단절여성 등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취업 지원을 위해 복지와 일자리 구축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역할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사회적경제가 지역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예로 금천구 마을기업인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은 수공제품 제작으로 경력단절여성과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오면서 지역문제 해결에 전환점이 된 대표적 기업이다. 주거재생 관련 ‘마을관리소’ 운영을 통해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가치 확산에 큰 역할을 한다. 본사가 가산동에 위치한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을 벗어나 전국에 문화향유의 기회를 얻지 못 하는 중소 시·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작은영화관’을 설립,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현재 홍천, 부안, 남해, 보성 등 현재 전국 32개 영화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한다. 

특히 서울시와 함께하는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으로 교육 분야에 사회적경제를 도입한 사업은 지역문제에 사회적경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사회와 학교 및 청소년들에게 그 가치를 알리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패션과 봉제, 주거재생 분야에서도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기업들을 융합하여 사회적경제 분야로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은 사회적경제와 교육을 결합해 지역문제를 해결해갔다./디자인=윤미소 

- 앞서도 언급했지만, 금천구에서는 교육현장의 고민을 금천구와 학교, 사회적경제가 연계해 해결하려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숙제 중 교육 분야, 특히 학교의 다양한 문제와 고민을 학교, 사회적경제, 금천구가 민·관·학 협업으로 모델을 만들며 해결해 나가고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아침을 빵과 우유에서 밥, 국, 반찬으로 구성된 영양 잡힌 식단으로 제공하고, 방학 중 중식, 석식 등 청소년의 결식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와 사회적경제기업이 협업을 통해 지원한다. 식재료 납품 전문 사회적기업 ‘이그린’이 식재료를 새벽에 ‘금천지역자활센터’에 배송하면 센터에서 조리하고 학교로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사업 3년차에 접어든 올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확대하고 있으며, 민·관·학 협력의 좋은 사례다. 

전국 최초 ‘사회적경제 협동학교’ 운영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회적경제 협동학교는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교육하는 게 핵심 원리다. 사람중심의 경제, 사회적가치 실현이 우선인 경제활동을 학생들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현재 사회적경제 협동학교는 ‘한울중학교’ 사회적경제 대안교실과 ‘문성중학교’ 사회적경제 자유학기제 교육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초등학교까지 확장한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은 서울시로부터 2017년 2월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를 주제로 사회적경제 특구로 지정되어 3년간(2017~2019년)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 교육 사업 :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학교와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을 연계해 ‘사회적경제 협동학교’를 운영했다. 금천구 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특강 △사회적경제 동아리 운영 △자유학기 선택 프로그램 △진로 체험 △학년전환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문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 교육 과정 중 80% 이상을 사회적경제 콘텐츠로 채웠으며, 한울중학교는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대안교실 ‘땡땡교실’을 운영했다. 3년 간 총 26개 학교 약 6,000여명의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 먹거리 사업 : 결식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침에는 '‘얘들아, 아침밥 먹자’ 캠페인을 벌이며 중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했고, 방학 기간에는 돌봄교실 아동들을 대상으로 점심밥을 제공했다. 운영은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과 함께했다. 그동안 5개 초등학교, 4개 중학교에 학기 중 조식을 7개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3개 지역아동센터에 방학 중 중식을 제공했다. 

- 얘기를 들으니, 금천구가 사회적경제 교육의 메카 같다. 

▶ 그렇다.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특구사업을 통해 전문성이 강화되었고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교육과 벤치마킹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작은 규모의 영세 기업들이 특구추진단 구성으로 규모화되면서 이제는 어엿한 지역사회 돌봄의 주체로 성장했다. 관내 '우리랑가협동조합’은 특구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 지난해 ‘금천구 제9기 사회적경제아카데미’, ‘초등마을 돌봄사업 3GO’ 등에 참여하며 사회적경제 교육 분야에서 관내 협동조합의 협업을 이끄는 주도 기업으로 발전했다. 

올해 초에는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돼 사회적기업 6개소가 협업, 여름방학 기간 2개교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마을돌봄사업 3GO’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 특구추진단의 성과가 계속 이어지기 위한 금천구의 고민은?

▶ 2012년 민간에서 시작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사업을 시작으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민간 위탁 5년차에 들어갔다. 그동안 사회적경제 조직도 많이 늘어나고 전문성도 높아졌다. 특구 내 사회적경제 교육 수준은 타 자치구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사회적경제 창업 과정인 ‘GTA’ 과정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2개 학교에서 실행 중(문성중학교 자유학기제, 한울중학교 대안교실)이다. 

사회적경제 특구에서는 청소년 사회적경제 교육전문기관 구축을 목표로 혁신교육지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업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고민에 발맞춰 행정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믿음,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사회적경제기업의 공간, 판로, 홍보 등 다각적인 지원과 소통을 아끼지 않고자 한다. 앞으로도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이나 초등돌봄사업과 같이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업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기업, 학교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금천구사회적경제 한마당에 참석한 유 구청장.

- 금천구는 행정, 학교, 사회적경제 등 협력적인 거버넌스를 그동안 구축해왔다. 이러한 거버넌스가 더 활성화되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민간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융합, 협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가장 기본은 신뢰다. 구는 구민을 신뢰하고 학교와 민간주체들 역시 자치구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할 때 비로소 거버넌스가 시작된다. 

혁신교육지구를 시작할 때 금천구 학교와 교육을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행정의 바람을 학교와 학부모, 학생 등 교육 주체들의 공통된 믿음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그 믿음을 토대로 학교는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 고민들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해결해야 한다. 각 주체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협업 구조가 앞으로도 민·관·학 거버넌스를 유지하는 데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각 주체들의 수평적인 참여와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 구축도 필요하다.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의 가장 큰 성과는 민·관·학이 수평적으로 참여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로 사업들을 추진한 것이다.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사안을 운영위에서 논의·결정하고 운영위원회 역시 해당 주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의사결정을 해왔다. 이러한 신뢰와 믿음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지역사회 다양한 사업들, 특히 민·관이 함께하는 사업들에 협업이 이뤄지는 구조가 정착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사진제공. 금천구청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