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대문구 주최로 사회적기업 명랑캠페인이 제작해 선보인 뮤지컬 '신촌, 그 골목길' 공연 장면./사진=명랑캠페인

광진은 돌봄, 관악은 육아, 성동은 소셜패션, 강동은 가죽패션…. 서울시에서는 각 자치구를 대표하는 사회적경제 예비 특구 사업들이 있다. ‘사회적경제 예비 특구’란 지역의 문제를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지역발전 모델이다. 자치구마다 여건에 맞는 시민참여형 특화사업을 심사해 선정하면,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식이다.

2015년 시작된 사회적경제 예비 특구 사업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총 12개(관악?금천?성북?은평?강북?노원?성동?강동?마포?광진?동작?서대문)가 선정돼 진행됐다. 올해 1월 기준 각 자치구는 사업을 종료했거나 1~3년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7월 예비 특구로 선정돼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본 사업에 돌입했다. 2019년 1년차를 맞이한 자치구는 서대문이 유일하다. 서대문구 특구 사업단은 ‘문화혁신도시 가재울 컬처밸리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성공적 사업 수행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서대문 ‘문화혁신도시’ 슬로건, 지역문화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은 특구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지역 내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을 만나 서대문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업 추진 경과와 본 사업을 통해 수행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서대문구가 내건 특구 사업의 슬로건은 ‘문화혁신도시’다. 지역의 문화예술 자원을 개발해 소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의 소상공인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구 사업의 주제를 ‘문화’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강 센터장은 “우리 구만이 할 수 있는 특징이 무얼까 고민하다 보니, 서대문만이 가진 특징이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서대문에 터를 잡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 기업의 약 30%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다. 지역 내 산과 대학교가 밀집해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이 필요한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았고, 마포구 등 근처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넘어온 덕분이다.

특히 이번 특구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남가좌 2동’은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들의 비율이 높은 한편, 2000년대 중반 ‘가재울 뉴타운’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주민들도 다수 유입됐다. 명지대 등 근처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 젊은 세대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이들이 지역 내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다.

올해 1년차 본사업 돌입, ‘문화기획MD’ 육성해 지역 콘텐츠 발굴

서대문구 사회적경제 예비 특구 사업단의 팀원들이 모여 올해 진행할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실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업단은 지난해 8월 민관추진단을 결성해 총 8차례 회의를 거쳐 지역자원 조사를 비롯해 상권, 지역민 문화 수요에 대한 분석 등을 실시했다. 10월에는 지역 문화예술 소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포럼을 개최해 소상공인, 문화예술가, 기획자, 지역공동체를 매개할 ‘문화기획MD’ 양상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11월에는 ‘디자이너트립’ ‘모래시계’ ‘띠앗’ 등 소셜벤처 창업팀을 선발해 지역 활성화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같은 달 명지대학교와 MOU를 체결해 물적?인적자원을 교류하고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현재 사업추진단에는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명랑캠페인’ ‘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에이노브’ ‘임팩트스테이션’ ‘쿱비즈협동조합’ 등 서대문구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조직 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3월부터 ‘문화기획MD’ 양성을 도와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을 이끌고, 9~10월에는 지역축제를 기획하고 참여해 저변을 넓혀갈 계획이다.

“삶의 양식으로 문화 욕구 충족…서대문구에도 사경 네트워크 생기길”

남가좌동에 위치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서는 시민들과 즐기는 콘서트 등을 개최한다./사진=에이노브

사업단이 집중 육성할 ‘문화기획MD’는 지역의 콘텐츠를 브랜드화하는 일을 맡게 된다. 예를 들어 명지대 앞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헤어숍’이라고 할 만큼 미용실이 밀집해 있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헤어 아트쇼’ 등 소상공인과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것이다. 또한 뉴타운 아파트 주민이나 대학생들이 홍대나 일산 등 근처 번화가로 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도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 등도 브랜딩할 예정이다.

강 센터장은 “지역 주민들이 일부러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고도 동네 안에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며 “어떤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의미에서의 문화가 아니라 삶의 양식으로서의 문화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경제가 살아나도록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지역을 재생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을 키우고 조직화하는 것이 서대문구 특구 사업단이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 특구 사업단은 문화예술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포럼 등을 개최해 지역에서 열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했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 특구 사업단은 지난 17일 서울시로부터 본 사업 관련 계획에 관한 심사를 받았고, 오는 25일 심사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다. 강 센터장은 “아직 서대문구에 사회적경제 조직을 결집할 네트워크가 없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중심 조직이 생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특구 사업단이 남가좌 2동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지역경제 활성화를 실험하려고 합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주체들을 발굴하고 지역성을 강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검증을 받게 되면, 서대문구의 다른 동은 물론 타 자치구, 시, 전국구 단위로 범위를 넓혀가고 싶은 바람입니다.”

사진. 이우기 작가,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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