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같이 밥먹자~”
“어서와, 같이 밥먹자~”
  • 백선기 책임 에디터
  • 승인 2018.08.0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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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명의 아이들과 그 형제·자매들에게 일품요리 제공 ‘일단 하고 보자’ 했더니 길이 열렸다 초·중 8곳에 130인분 아침 급식 제공 사회적 경제 확산의 산실이 된 학교 마을식당 엄마밥은 겨울방학에도 계속된다

어서와... 같이 밥먹자~

결식 없는 마을에 도전하는 금천구 마을식당 엄마밥

방학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자녀를 혼자 남겨 두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이다. 학교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해 온 저소득층 가구라면 아예 끼니를 거를 위험이 높다.

“기초수급대상자들은 지역 아동센터에서 잘 챙겨주기 때문에 결식이 드물어요. 문제는 여기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죠. 특히 아버지 혼자 자녀를 키우는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은 끼니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한울중학교 이명남 선생님


이 선생님은 마을식당 엄마밥의 등장에 대해 ‘꼭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라고 덧붙였다.

 

“ 맞벌이를 하는 한 어머니는 제게 그러시더군요. 방학 때면 도시락을 싸놓고 오긴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라고요.”

 

 

마을식당 엄마밥은 서울 독산동 남부여성발전센터 1층 이지카페에 마련돼있다.

 

 

2016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결식아동 수도 33만 2865명에 이른다. 마을식당 엄마밥은 방학 중 끼니를 거르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한 명이라도 줄여보자며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이 시작한 돌봄 식당이다. 지난 23일 문을 열어 다음 달 17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대상자들은 학교 선생님들의 추천을 통해 미리 신청을 받은 25명의 아이들과 그 형제자매들이다. 운영비는 구예산에다 사회적기업들의 후원과 구민들의 기부를 더해 마련됐다.

낮 12시가 되자 독산동 서울 남부여성발전센터 1층에 자리 잡은 이지카페로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첫날 메뉴는 수제돈가스.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돈가스에 밥·야채·단무지가 곁들여졌다. 테이블 중앙에는 모닝빵 한 접시 그리고 후식으로 수박이 제공됐다.
 

점심메뉴는 일품요리에 야채 그리고 과일로 구성돼있다.

이지카페는 지역의 11개 학교와 돌봄교실에 식자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 이그린의 영업장이다. 신정희 이그린 대표는 마을식당 엄마밥을 위해 영업장인 카페를 기꺼운 마음으로 내놓았다. 신선한 식자재를 제공하고 식단도 영양사와 셰프가 머리를 맞대고 정했다.

카페 고객 대부분 엄마들이에요. 아이들 때문에 앉을 자리가 없다거나 시끄럽다고 불평할 분들은 아니라고 봤죠. 아이들은 급식카드인 꿈나무카드를 제시할 때면 눈치를 보곤 해요. 여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밥만 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숙제도 하고 쉬어가는 공간으로 말이죠.”

 

신정희 (주) 이그린 대표. 이그린은 금천구 사회적기업 1호다.

그는 “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대해주고 싶었다”며 “ 철제 식판을 사용하는데 익숙한 아이들이라 그릇도 사기그릇으로 바꿨고 앞으로도 일품요리를 제공하려 한다”고 웃었다.

 

 

 

카페에 앉아있다 보니 누가 급식 대상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갔다. 최지수 문교초등학교 학부모는 맞벌이 가정의 동네 엄마들을 대신해 아이 넷을 인솔해왔다. 그는 “잘 먹고 간다”며 “내일은 주방에 들어가 힘을 보태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서빙과 안내는 또래의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나섰고 주방 설거지와 배식은 학부모와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이 힘을 보탰다. 마을식당은 완벽하게 짜인 시간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보다는 ‘일단 하고 보자’는 분위기다.

조정옥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사무국장은 ”손을 내밀면 누군가는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 믿었고 ‘이도저도 안되면 내가 하면 된다’라는 정신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마을식당 엄마밥은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 자원봉사로 진행된다.

 

 

“통·반장이 하라고 시켰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죠. 우리는 자발적인 모임이고 학교라는 틀안에서 힘들지라도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지역주민· 학교가 공유와 토론의 과정을 거쳐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2017년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공동 조사한 ‘청소년 건강 행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31.5%가 아침 식사를 거른다고 답했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이 분기별로 여는 운영위원회에서 선생님들은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추진단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조식 급식이란 해결 카드를 내놓았다.

사회적기업 이그린이 식자재를 금천지역자활센터에 납품하면 자활센터의 도시락센터에서 급식을 조리해 학교로 납품하는 시스템이다.

2017년 시작한 조식 급식은 4개 학교에서 8개 학교로 늘어났고 130여 명의 아이들이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추진단은 ‘얘들아, 아침밥 먹자’ 캠페인을 벌였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300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한울중학교 아침 급식 현장 (사진제공=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조 국장은 “조식 급식이나 마을 식당 모두 이윤만 따지고 보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사업이다”라며 “사회적기업들이 가치를 두고 협업의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은 지난해 2월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로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경제 특구로 지정됐다. 학교와 사회적경제, 지역사회가 협업을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모델로 선순환적인 경제를 구축해가는 것이다.

“확산성의 측면을 볼 때 학교가 좋은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하고 스스로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훈련을 해보는 거죠. 사회적경제는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 강혜승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운영위원장)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은 사업에 앞서 학교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일까 관내 23곳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 ‘교육과 먹거리’라는 과제로 좁혀졌다. 추진단은 이를 토대로 학생 중심의 진로체험과 동아리 활동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로 아이들의 건강을 챙긴다라는 양대 목표를 세웠다.

 

 

조정옥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사무국장

조 국장은 “금천구 사회적경제기업 150개 가운데 교육 분야가 20곳이다”라며 “이들이 협업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학교에 다채로운 사회적 경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덕분에 올해는 협동학교 2곳이 지정됐다. 문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 교육과정 중 70% 이상을 사회적 경제 콘텐츠로 채웠다. 한울중학교에서는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대안교실 ‘땡땡교실’을 개설했다.

 

 

 

“학교란 곳이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곳이라 처음에는 망설이는 곳이 많았어요. 하지만 사회적 경제주체들의 열정과 다양한 콘텐츠들로 신뢰를 쌓으면서 지난해에는 신청학교가 너무 많아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도 그러겠죠?” - 이태순 계장 (금청구청 공무원 지역혁신과 사회적경제팀)

 

 

마을식당 엄마밥은 낮 12시부터 2시까지 문을 연다.

폐점 시간인 2시가 가까워지자 한구석에선 오늘 수고해준 봉사자들의 늦은 점심이 차려졌다. 그때 한 아이가 쭈볏거리며 카페에 들어섰다. 한 엄마가 반가운 손짓을 했다.

“너 태양이 형이지? 네 동생을 잘 안단다. 어서 와. 여기 앉아 같이 먹자.”

망설이던 아이의 얼굴에 어느새 웃음기가 번지더니 어른들 틈에 끼어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한 끼 식사비는 4500 원. 아이들은 무상이지만 어른들에겐 유료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은 아이들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을 선물해주기 위해 기부함을 만들어 1000원 씩 받는 것을 고려중이다. 물론 강제성을 띤 기부는 아니다. 이렇게 모아진 금액은 올 겨울 방학 때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밥상에 쓰인다.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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