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전공의 미출근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오전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전공의 미출근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의료대란이 현실이 됐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20일 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얘기다.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진들의 집단행동이 거세게 일고 있는 모양새다. 

벌써부터 주요 대형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병원에서는 수술 연기 등 의료공백 사태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강경대응 방침밖에 보이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들만 발을 동동 구른다는 소식들이 전해온다.

주요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이미 대거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날부터는 본격적으로 병원 이탈 행렬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서 제출을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엄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만 나오는 가운데, 의료진 공백에 따른 수술 연기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된 셈이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에 들어갔다.

복지부 에 따르면 100개 병원 전공의 6415명이 사직했고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약효가 약해 보인다. 정부는 공공 의료기관과 군 병원을 총동원하고 필요시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한다고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해 보인다.

외래 진료는 대부분 전문의가 담당해 큰 차질은 없지만, 수술의 경우 전공의 인력이 필수적이어서 일부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병원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의사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정부가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 나오자 의사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복지부가 전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는 취지의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일부 전공의들이 법적 대응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맞서 의사들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라는 태세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데 이어 급기야 의대 정원 확대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낸다고 한다.

언론들은 이날 일제히 의료대란과 함께 의사들을 비난하는 논조들도 가득하다. 정부의 맞대응을 강조하는 기사들도 보인다. 하지만 어디에도 강대강 대치를 해결해줄 묘약은 보이지 않는다.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의 강경대응은 효과를 봤다. 정부 여당에 대한 일반 여론도 호의적으로 형성됐다. 혹시라도 정부가 이번 의료대란도 화물연대 파업처럼 여겨선 안될 일이다. 

이래저래 의료 소비자인 국민이 약자인 게 서롭다.  의사가 부족하니 증원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과 의사들의 밥그릇 이기주의로 보는 관점이 충돌한다.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냉소적인 입장과 함께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를 넘어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붕괴의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부터 준비없이 의대생 2000명 증원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화근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의대학장들은 성명을 내고 "의대 증원은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무산될 정도로 의사수 부족은 해묵은 과제가 되버린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정치권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걱정된다'고 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수능이 9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00명을 늘리는 건 비현실적인 규모'라고 했다.

결국 의료계를 설득할 협상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 공공의료 확대 청사진과 함께 의료수가 인상 등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선 의사단체는 집단행동 멈추고 정부와 원만한 합의를 이뤄야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리들이 들려온다. 

소중한 생명이 걸린 환자를 두고 '의사가 이기냐' '정부가 이기냐'의 치킨게임만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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