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부 발표가 예정된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제공)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부 발표가 예정된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제공)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비대면 의료 도입, 2020년 의사 증원 방안 논의 등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6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은 의료계의 거듭된 제안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의료진들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밥그릇 챙기기에 매몰된 파렴치한 이기적 집단으로 규정하고 매도하고 있어 무력감과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2020년 9·4 의정 합의를 위반하고 의료계와 소통없이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집행부는 총사퇴할 것"이라면서 "즉각 대의원 회의를 소집해 비대위 구성에 들어가고, 의대증원 관련 의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즉각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하루 이틀 전 (의대증원을) 발표한다면 당장 설연휴 기간 총파업이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연휴가 끝나면 비대위 구성에 들어가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파업의 영향력을 좌우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총파업 참여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정부는 네 자릿수 의대증원을 염두하고 있어 전공의들과 소통 과정에서 굉장히 심각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아마 의협 뿐 아니라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도 같은 스탠스(입장)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무산됐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날 경우 의료공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의사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7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무기한 총파업을 벌였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을 주축으로 의대 교수와 의대생 등이 집결했다. 당시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80%가량에 달했다. 생명과 직결된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까지 집단 휴업에 참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대정원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비대위)’를 출범하고, 오는 15일 대통령실 앞에서 회원들이 참여하는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복지부는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파업한 의료인이 정부의 복귀 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회장은 "파업에 돌입한다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하겠다"면서 "다만 상임위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최대한 피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차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의정협의체를 통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정부는 의료계의 본격적인 논의 요청을 외면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22차 회의 이후 의대정원과 관련한 제안에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22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때 의대증원 숫자를 밝혔고, 끝장토론해서 접점을 찾자고 얘기했는데 정부는 이를 한 번도 제시하지 않고 갑자기 의협으로 공문을 보내 숫자를 제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의대증원에 앞서 선결 과제로 제시했던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해법 마련 과정에서도 논의가 불충분했다고 의협은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의대증원에 앞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와 수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충분한 재정 투입이 되고 나면 충분히 논의해 접점을 찾아보자고 얘기해왔다"면서 "하지만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집행부가 총사퇴하게 되면 차기 의협회장 선거에도 불출마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의대증원을 추진할 것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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