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근무를 중단하기 시작한 20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2024.02.20./사진=뉴시스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근무를 중단하기 시작한 20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2024.02.20./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시민단체가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해 경찰에 고발했다.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들은 정부에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의사들의 의료 현장 이탈에도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의료대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20일) 오후 11시 기준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이 의료현장을 떠났으며 복지부는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가 앞서 업무개시명령과 면허 박탈까지 공언하며 초강수를 뒀으나 전공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시민단체와 의사 단체들이 고발과 성명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21일 오전 서울경찰청에 의료법 위반·협박·강요 등 8개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민위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를 중단한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도 함께 고발했다.

서민위는 "피고발인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를 내팽개친 어설픈 명분의 투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직한 전공의 규모가 얼마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고발장을 통해 촉구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에 대한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4.02.21./뉴시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에 대한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4.02.21./뉴시스

한편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들은 정부에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진료 거부를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지 등 향후 집단행동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이달 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진료 금지, 진료면허 및 개원면허 도입, 인턴 수련기간 연장, 미용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 정원 2천명 확대라는 어처구니없는 숫자를 발표했다"며 "정부에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자료 공개를 거부했으며,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 정원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전공의들을 비민주적으로 탄압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을 전면 철회하고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2.20./뉴시스
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2.20./뉴시스

의협 "전공의 사직은 기본권 행사…폭력적 명령으로 강제근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도 같은 날(20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들이 사직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폭력', '독재' 등의 단어를 사용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대위는 "개별적인 자유 의지로 사직한 전공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정부가 사직해 직장이 없는 의료인들에게 근로기준법과 의료법을 위반한 강제 근로를 교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되면 효력이 부인되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의 상식"이라며 "잘못된 정책에 의사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악마화해 비난하고, 폭력적인 명령으로 강제근로를 시키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의사들의 의료 현장 이탈에도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전공의 사직 등 집단 휴직이 예고되면서 수술이 축소되거나, 암 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며 "그러한 차원에서 국가는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이틀째인 21일 오전에도 병원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혼란과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환자를 볼모로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로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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