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21일 전공의들(인턴·레지던트)들이  의대정원 2천명 확대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열어 집단 사직서 제출 뒤 대정부 투쟁 방향을 논의했다.

대통령이 직접 엄정대응을 경고했음에도 전체전공의의 절반이나 집단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정책에 대한 불만과 수입 감소에 대한 불만 등이 거론되고 있다.

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2.20./뉴시스
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2.20./뉴시스

◆ 파업의들 "환경 개선 대신 증원이란 손쉬운 선택···금전적 보상으로 감내해왔는데..."

한겨레는 서울의 대형병원 전공의의 발언을 익명으로 인용해 보도 했다.

이 전공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부 설명에 대해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하면서 "큰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개원가엔 의사가 충분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라며 "일을 덜 하면서도 수익이 많은 진료과목 쏠림은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해법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의사는 충분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대전협 총회에 참여한 다른 전공의는 "정부가 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할 투자는 하지 않고 의대 증원이란 손쉬운 방안을 택한 것"이라며 "의사가 늘어도 환자들은 '빅5' 대형병원으로 몰릴 것"이라 주장했다.

이외에도 "집단적 피로감과 자기 연민 상태에서 미래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며 현재를 감내해왔는데 미래가 위협받는다니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전원되고 있다. 2024.02.21. /뉴시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전원되고 있다. 2024.02.21. /뉴시스

◆ 불안해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 "파업이 계속된다면 우리 딸은..."

한편 동아일보는 환자들의 불안함을 전했다. 매체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서 심잘질환을 앓는 영아의 보호자를 인용해 "전공의 파업과 관련된 설명을 병원으로부터 자세히 듣지 못했다"라며 "앞으로 딸의 진료가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어 모든 게 너무 막연하고 불안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파업이 계속된다면 딸의 입원이나 수술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충남 홍성군에서 협심증 치료를 위해 매번 5시간씩 걸려 서울대 병원을 방문하는 70대의 순환기내과 환자 김모씨의 답답한 사연도 있다.

김씨는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은 처음"이라며 "잡혀 있는 진료마저 미뤄질까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암환우컴뮤니티 '아름다운 동행'의 운영자 최한중 대표는 "수술은 간병인까지 일정을 다 맞춰 두기 때문에 갑자기 취소되면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예정된 수술이 취소됐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라며 "현재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퇴원을 종용받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 / 사진 = 보건복지부 제공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 / 사진 = 보건복지부 제공

◆ 법조계 "환자들의 민사 소송예상···파업 강행하면 면허도 위험, 징역·벌금 처해질 수도"

<본지>는 파업기간 중 적시에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경우 어떤 법적 문제가 발생할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한 변호사는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환자들은 병원측에 배상을 청구할 것이며 병원은 다시 문제를 초래한 전공의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의료법상 단체행동의 불법 여부가 소송의 쟁점이 될 수 있다"라면서 "형사 고발을 통한 이슈 파이팅은 예상되지만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받은 피해를 다투는 일은 민사소송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노동법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과 법원의 판례 역시 노동조합이 주도하지 않는 집단행동으로서의 파업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의 지난 1992년 7월 판례(대법원91다43800)에 따르면 “쟁의행위의 주체는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있는 자, 즉 노동조합이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집단행동의 목적에 대해서도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 있어야 하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했을 때' 쟁의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김미경 변호사는 "현재, 일부 의료인들에 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면서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를 중단, 의료기관 개설자의 집단 휴업 및 폐업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위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라고 지적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위 명령을 거부한다면 의료법 제8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법 제66조에 의해, 보건복지부장관은 위 처벌과 별도로 명령을 거부한 의료인에 대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라면서 "의료법 제8조 및 제65조에 따라,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대체로 정원확대를 이유로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적법하지 못하다고 해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경우에 따라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소송이나 면허의 취소 및 추가적인 처벌도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법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번 파업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내용과 너무나 상반되는 현상이란 점에서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다.

전공의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파업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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