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2024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박성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2024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정부가 현재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정원을 2000명 확대키로 한 것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증원에 대한 집단행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공의는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레지던트다. 중환자 진료나 야간·휴일 응급환자 진료, 수술 보조 등을 맡는 경우가 많아 의료계의 파업 등 집단행동의 영향력을 좌우한다.

포스터=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 캡처
포스터=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 캡처

앞서 대전협이 지난 5일 전국 수련병원 140여곳 소속 전공의 1만여 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2%가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면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대전협의 요청에 따라 총파업 참여 찬반 투표를 진행한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총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총파업 참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병원은 전공의 대표가 없어 대전협의 요청에 따라 지난 6일부터 임상과별, 교실별(의대 내 연구·교육·진료를 하는 조직단위)로 파업 참여 여부를 논의해왔다. '빅5'의 전공의 규모는 각 500명 안팎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2000명은 너무 지나쳤다”며 “의료인력 수급추계 위원회 등을 설치해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가 9일 오전 10시 조규홍 본부장 주재로 제4차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가 9일 오전 10시 조규홍 본부장 주재로 제4차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오는 15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9일 강경파에 가까운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의대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한 데 이어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비대위원장 선출을 맡겨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료계의 비상사태로, 협회장도 유고인 상태에서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면서 "특히 의료계 미래인 의대생과 전공의 보호는 의협 회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설 연휴가 끝나고 바로 비대위 발대식을 가질 방침이다. 오는 17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지 말라"면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모두 응급 의료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알렸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초래한 응급의료 재난사태 위기단계를 맞이해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이번 재난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국에서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자발적인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관계당국은 지난 수십년 간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도 없이 응급의료현장을 지켜온 의료진들에게, 격려와 칭찬 대신 강력한 제재정책들로 일관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뺑뺑이'라는 악의적인 보도로 응급의료인들을 비난하고, 낙수효과 운운하며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빼앗아 버렸다"며 "응급의료는 언급조차 없는 필수의료 말살 패키지, 건보재정 탕진 정책에 이르러서는 미래의 희망마저 어둡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 전문의의 이탈은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이다. 비대위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사직하는 이유는 오만하고 무지한 정부의 잘못된 응급의료 정책 때문"이라며 "더 이상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이탈이 가시화되면 상급병원의 최종치료 수행능력은 떨어지게 되고 응급의료의 파행은 불가피하다"며 "지금도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응급의료인들의 탈진과 소모는 추가적인 사직과 이탈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 발표를 마친후 나서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 발표를 마친후 나서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 계획으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7일 서울 목동 학원에 의대 입시 관련 문구가 보이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대해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전날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식 통보했다. (사진=뉴시스)
의대정원 증원 계획으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7일 서울 목동 학원에 의대 입시 관련 문구가 보이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대해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전날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식 통보했다. (사진=뉴시스)

조규홍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은 12일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진심은 의심하지 말아 달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동참을 거듭 호소했다.

이날 복지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전날 복지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에서 "의대 정원 확대 관련해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중증과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큰 병원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업무와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이를 받아들여 왔다"고 했다.

이어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안고 있었던 해묵은 보건의료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로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체계를 개선해 수련기간 동안 본인의 역량과 자질을 더 잘 갈고 닦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일을 선택하신 전공의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존경과 감사, 격려만으로는 이 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삶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본인의 삶도 함께 찾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생명을 살리는 일은 항상 어려울 수 밖에 없지만, 적어도 더 많은 사람이 그 일에 함께 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고, 의료체계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며 "현장에서 가시적 변화를 빠르게 이뤄내기 위해 의료사고 안전망 등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2일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예고한 데 대해 "'밥그릇 지키기,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투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의대 정원의 확대는 우리 필수의료 분야를 지키고 지방의료의 공백을 막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그동안 의사 단체는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파업을 무기로 반대해 왔고, 이는 현재 의사 부족과 필수·지역의료 공백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실을 찾지 못하던 환자가 도중에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으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대란 소식은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며 "지역 주민들은 아픈 몸으로 도시 지역의 병원을 찾아가는 불편을 겪거나 서울 대형병원에 가기 위해 새벽이나 하루 전날 서울로 올라오는 등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협회가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또다시 파업으로 응수한다면 '밥그릇 지키기,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투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하기 전에 국민의 고통을 먼저 살펴주길 호소한다"며 "의료 개혁 완성과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 보장을 위한 의사 단체의 대승적 협력을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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