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업들에게 탄소배출량 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 -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지금까지 리스크만 얘기했는데. 사실 기회도 있다. 여기 계신 분들께서 기술을 가지고 생산과 소비를 바꾸는 활동을 이끌어내시면 된다” -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탄소중립에 있어서 위협요인들도 있지만 기회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 강윤지 ASEIC 전략사업팀장

“탄소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아코플레닝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탄소관리를 해야만 했다” - 홍경희 (주) 아코플레닝 상무이사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자, 탄소배출량 측정' 발제자들. 맨 왼쪽부터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홍경희 아코플레닝 상무, 강윤지 (재)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 팀장, 임대웅 BNZ 파트너스 대표/출처=소풍벤처스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자, 탄소배출량 측정' 발제자들. 맨 왼쪽부터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홍경희 아코플레닝 상무, 강윤지 (재)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 팀장, 임대웅 BNZ 파트너스 대표/출처=소풍벤처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임팩트 클라이밋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자, 탄소배출량 측정> 세미나가 열렸다.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가 기획한 이번 세미나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스타트업이 꼭 알아야 할 글로벌 기후공시 트렌드와 대응방안을 소개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의 발제로 문을 연 세미나는 ▲세션1. 글로벌 기후공시 트렌드(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세션2. 스타트업을 위한 탄소배출 관리방안(강지윤 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 ASEIC 전략사업팀장) ▲세션3. 스타트업의 탄소배출량 측정사례(홍경희 아코플레닝 상무) 등 3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엑셀러레이터(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탄소중립 전문가(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중소기업 성장지원 전문가(강지윤 ASEIC 전략사업팀장), 당사자 기업(홍경희 아코플레닝 상무) 등 저마다 역할은 달랐지만, 발제자들은 입을 모아 ‘탄소중립이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재무공시…화석연료 기반 산업 투자↓ 재생에너지 투자↑ 이끌 것

세션1. '글로벌 기후공시 트렌드' 발제를 맡은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는 ‘기후재무공시’에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및 시장진입 확대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화되는 재무공시 흐름 속에서 글로벌 대기업들과 금융회사들의 기후테크 회사에 대한 공급망 편입과 투자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임 대표는 기후재무공시가 지금보다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 대표는 기후재무공시 프레임워크 중 하나인 ‘TCFD(Task Force on Climate 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권고안’에 대해 전세계적인 지지세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2017년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발표한 TCFD 권고안은 2022년 6월 기준 3484개의 기관들이 지지를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금융회사 및 금융공기업, 정부기관 등이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올해 연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시 기준(S2) 역시 그 초안은 TCFD 권고안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TCFD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기업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와 기회는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것을 경영전략과 리스크 관리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그에 따른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

임 대표가 소개한 기후재무공시 강화의 또 다른 흐름은 바로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범위 확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 대기업들에게 2024년까지 자사와 협력 또는 투자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배출량까지 공시할 것을 의무화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당사자 기업은 물론이 해당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는 기업 또는 해당기업이 투자나 대출한 기업도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세션 1. 글로벌 기후공시 트렌드 발제에 나선 임대웅 BNZ 파트너스 대표
세션 1. 글로벌 기후공시 트렌드 발제에 나선 임대웅 BNZ 파트너스 대표

이에 따라 임 대표는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탄소 움직임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융회사가 자산 100억짜리 회사에 10억원을 대출해주면 해당 기업 탄소배출량의 10% 만큼 금융회사의 탄소배출량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금융회사 ING그룹은 2018년부터 발전・정유・시멘트・철강 등 5개의 탄소 다배출 업종에 대해 대출 비중을 축소해왔다. 국내의 신한금융그룹도 ‘제로카본 드라이브’를 발표하며, 고탄소 배출업체와 업종을 핀셋 관리하는 등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위험관리에만 그치지 않고 녹색금융에도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기후변화에 ESG에 30조,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50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DB는 2030년까지 100억 달러(약 136조 원), 모건스탠리와 HSBC는 모두 2030년까지 1000B$(약136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만 나선 것은 아니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2억톤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하겠다며 2026년까지 67.4조원을 전기차 배터리 설비와 수소・풍력・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의 ‘그린비즈니스’에 투입하기로 했다. POSCO홀딩스도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분야에서 41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겠다며 친환경 소재기업으로 전환을 발표했다.

임 대표는 이 같은 투자계획과 규모에 대해 “이 많은 자금을 투자할만한 기업이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표현하며 “우리 회사가 K-택소노미를 충족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기후테크 기업이라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택소노미는 녹색경제활동의 기준을 제공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으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및 운송, 이산화탄소의 포집・이송・처리 등 69개의 녹색경제활동을 담았다. K-택소노미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임 대표는 “지난번 국내 기후테크기업들을 스크리닝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잠깐만 봐도 100개가 넘었다”며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96kg vs 4kg…나이키가 파주의 중소기업을  선택한 이유

독보적인 기술로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망 진출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재생 가죽실 전문기업 (주)아코플레닝이다. 아코플레닝의 홍경희 상무는 3번째 세션 '스타트업의 탄소배출량 측정사례'의 발제자로 참여해 아코플레닝이 글로벌 대기업 나이키의 벤더사가 된 과정을 소개했다.

아코플레닝의 재생 기술은 4가지 특징이 있다. ▲가죽폐기물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물을 쓰지 않는다 ▲화학처리를 하지 않는다 ▲반드시 재재생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버려지는 가죽폐기물을 주원료로 사용해 폐기물 발생량 감소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물과 화학처리를 하지 않아 폐수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홍경희 상무는 “동물보호를 이유로 파인애플 등을 가죽으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폐수를 발생시키고 염색 과정에서 탄소도 많이 배출한다”고 말하며 건식 재생 기술 방식의 장점을 소개했다.

세션 3. '스타트업의 탄소배출량 측정사례' 발제에 나선 홍경희 아코플레닝 상무
세션 3. 발제에 나선 홍경희 아코플레닝 상무

이 같은 기술능력 덕분에 아코플레닝의 재생 가죽실은 1kg당 4kg의 탄소를 배출하는 데 그친다고 설명했다. 홍경희 상무는 “천연가죽 1평방 미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96kg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메리트가 큰 편”이라며 “여러분들도 우리 회사의 제품・서비스가 탄소배출량 감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어필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공급망을 포함해 자사 탄소발자국의 70%가 원자재에서 발생했던 나이키가 아코플레닝을 찾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2030년까지 전세계 공급망 탄소배출량의 30% 감축계획을 세우고 있던 나이키는 아코플레닝에 전 과정 평가(LCA) 데이터를 요청했다고 한다. LCA 데이터는 제품의 생산부터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탄소배출량(Carbon Footprint, 탄소발자국)이 얼마나 되는지를 수치화한 자료다. 나이키만 탄소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디다스와 도요타, 볼보와 같은 (예비)고객사들도 에너지 사용량 절감활동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온실가스 감축활동 등에 대해 세부적이고 구체적 데이터를 요구한다고 한다.

아코플레닝은 본격적으로 탄소배출량 인증을 받기로 결정하고 스웨덴 환경연구소 산하 환경인증 기관인 INTERNATIONAL EPD(이하 EPD)의 인증절차에 돌입했다.

EPD 인증 획득절차는 총 6단계로 이루어졌다. ▲작성지침 및 PCR(Product Category Rules, 해당 제품에 어떤 지침을 적용할 것인지 결정) 분석 ▲시스템 경계 및 수집범위 설정 ▲데이터 수집 ▲데이터 적합성 검증 ▲환경영향분석 ▲EPD 보고서 작성으로 구성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위와 같이 재생 가죽실 1kg 당 4kg의 탄소배출량 인증서를 획득했고 이는 아코플레닝의 주요한 경쟁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측정은 누가・어떻게 해야하나

문제는 탄소배출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일이었다. 두번째 세션인 '스타트업을 위한 탄소배출 관리방안'의 발제자로 나선 강지윤 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ASEIC) 전략사업팀장은 “탄소배출을 기회의 요인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제조건은 결국 탄소 저감량을 어떻게 정량화 할 것인가, 그리고 계산한 저감량이 객관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을 소개했다. ASEIC가 발행한 중소기업용 ‘탄소배출관리 가이드라인’의 일부로서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방법론 등을 안내해 수집부터 배출량 산정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온실가스 인벤토리란 기업 또는 조직의 온실가스 배출원별 배출량을 목록화한 것으로 기업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모든 온실가스를 파악・기록・산정・보고하는 일련의 온실가스 관리체계를 말한다.

세션 2. '스타트업을 위한 탄소배출 관리방안' 발제에 나선 강윤지 ASEIC 전략사업팀장
세션 2. 발제에 나선 강윤지 ASEIC 전략사업팀장

아코플레닝의 EPD 인증절차로 보면 2단계(시스템 경계 및 수집범위 설정)와 3단계(데이터 수집)에 해당하는 과정을 체계화시킨 것이다.

▲시스템 경계 설정 ▲배출원 카테고리 분류 ▲배출원별 활동자료 수집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인벤토리 구축 완료 등 5단계로 과정 중 핵심은 자료 수집과 배출량 산정 단계다.

먼저 수집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연료용 계측기를 설치해 일일 운영 일지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연료 공급처에서 발행하는 영수증에 표기된 연료 사용량을 기록・관리하는 방식이다. 아코플레닝 역시 원재료와 부재료 투입량 등 측정방식을 통해 수집하기도 하고 상수도 요금고지서, 전기요금고지서 등 구매량을 통해 배출량을 측정 관리했다.  

측정한 자료에 기반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것도 쉽다. ASEIC은 엑셀형태의 배출량 산정툴을 제공해 누구나 쉽게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담당자들이 배출원 정보에 배출시설명과 연료명, 사용량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배출량이 계산되는 방식이다. 아코플레닝 역시 해당 툴을 이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상무는 “아코플레닝은 생산직까지 포함해 전체 인원이 32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경영 담당 임원을 지정해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다”며 “탄소배출량 측정은 어렵지 않다. 시작이 어렵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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