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려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며, 원전 확대 정책은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공정사회포럼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유가시대,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연속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양이원영·민형배·김용민·정필모·최강욱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일부 언론에서 고유가 문제를 다룰 때 ‘기름값 부담이 커 서민이 힘들다’ 정도에 그친다”며 “에너지 체제를 어떻게 바꾸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에너지 동향을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화석 연료 비용은 커지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러시아가 수출하는 LNG와 석유의 양을 줄이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며 “석탄 자체가 채굴량이 줄고 기후위기로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계속 오를 예정이므로, 전쟁이 끝난다고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사무처장은 EU가 지난 5월 내놓은 ‘RePower EU(리파워 EU)’를 소개했다. 리파워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 에너지로부터 완전한 자립을 이루기 위해 EU 집행위 차원에서 발표한 15가지 전략 패키지다. 건물·산업·전력 등 3가지 부문으로 나눴으며, ‘유럽에서의 재생 에너지 보급 및 설비 생산을 위한 모든 조치 시행’, ‘옥상 태양광 및 기존 건물 태양광 설치 의무화, 자가용 태양광 극대화’,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 개선을 위해 기존 전력 시장 규제의 완전한 전환’ 등의 조치를 담았다.

그는 지난 정부가 탄소중립 로드맵을 마련하고 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비전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구체적인 이행방안 설정이 미흡했고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 이슈에 매몰돼 소모적 갈등만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새정부의 경우 고유가에 대응할 방법으로 유류세 인하 대책 등은 내놨지만, 장기적이고 새로운 비전을 그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사무처장은 또한, 탄소중립 방안으로 원자력 발전 확대에 힘을 쏟아붓다 재생 에너지를 놓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고도 경고했다. 이를 위해서 원전 등 대규모 발전설비 중심 중앙집중형 발전에서 재생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규모 발전설비 중심 분산 발전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20일 국회 공정사회포럼 연속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 중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20일 국회 공정사회포럼 연속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 중이다.

전력 판매시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전력 공급도 일종의 상품 또는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며 "판매시장을 열어야 재생 에너지가 진입할 길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시장은 한전의 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모두 한전이 사들인 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판매시장이 개방되면 장기적으로 한전의 역할은 망을 깔고 제도를 바꾸는 데 그치면 된다. 이 본부장은 “판매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자 스스로 태양광 같은 소규모 친환경 발전설비를 활용해 전력시장 또는 이웃 간 전력 거래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며, 이는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전력 시장 개방이 ‘한국전력의 민영화’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이다. 그는 “전력망을 까는 일은 국가가 도맡아 하고, 민간은 판매시장에서 경쟁한다는 의미”라며 “이동통신 시장을 정부가 독점하지 않는 이유도 민간 기업 간 경쟁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상품 차별화의 시도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 부문에서도 판매시장이 개방됐을 때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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