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도를 1.5도만 상승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대기 중 탄소도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IPCC WG1 6차 평가보고서 일부-

물론 아직은 꿈의 기술이다. 유가영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너무 절박하다보니”라는 말로 탄소 제거 기술 소개의 배경을 밝혔다. 유가영 교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작 탄소 배출 저감을 향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폐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 27, 이하 COP27) 이야기다.

기후과학연구소 버클리어스(Berkeley Earth)의 로버트 로데(Robert Rode)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에서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기후위기의 원인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화석연료의 퇴출에 대해서는 지난 COP26과 비교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사무총장은 이번 COP27에 대해 의미 있는 전진을 내딛었다고 호평하면서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COP27로 정리하는 기후이슈/제공=소풍벤처스
COP27로 정리하는 기후이슈/제공=소풍벤처스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정리한 ‘COP27로 정리하는 기후이슈’가 열렸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번 세미나는 소풍벤처스가 11월을 맞아 준비한 임팩트 클라이밋 세미나다. 직전 폐막한 COP27의 주요 이슈를 짚어보고 탄소 제거 기술 동향을 들여다봤다. 윤신영 얼룩소 에디터와 유가영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윤신영 에디터가 COP27 주요 이슈를, 유가영 교수가 탄소 제거 기술 동향 등을 정리했다.

모든 화석연료 폐기 못해 아쉬워...‘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합의 및 메탄 감축 서약은 다행

전문가들은 탄소배출 저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이번 COP27이 직전 COP26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는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에 대해서 단계적 폐기를 촉구했다.

올해 COP27에서는 이보다 강화된 탄소배출 저감노력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윤신영 에디터는 “전체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축소 요구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선진국 및 군소도서국 협상그룹(AOSIS) 등에서 2025년 이전까지 전 세계 배출량 정점 달성을 촉구하고 직전 글래스고 기후합의 보다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잘 안 됐다. 윤 에디터는 “초안(단계)부터 단 한 번도 올라가지 못하고 작년과 비슷하게 종료됐다”며 아쉬워했다.

발제 중인 윤신영 얼룩소 에디터/제공=소풍벤처스
발제 중인 윤신영 얼룩소 에디터/제공=소풍벤처스

물론 아쉬움만 남는 회의는 아니었다.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이후 30년 만에 당사국 총회 정식의제로 채택되고 합의됐다. 메탄감축에 서약한 국가가 늘었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서 150여개국이 메탄감축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신영 에디터는 “메탄은 지난해 역대 최고 배출량을 기록하며 (탄소배출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번 총회에서 메탄서약에 참가국이 늘어난 것은 성과로 뽑아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감축 작업프로그램 운영 ▲전지구적 적응 목표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 설립 ▲‘산티아고 네트워크’ 제도화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고위 장관급 라운드테이블 개최 등에 합의했다.

갈 길 먼 탄소 배출...대기 중 탄소 잡아서 해결해볼까?

이처럼 국제사회가 탄소배출 저감을 두고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가운데 대기 중의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유가영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탄소 제거 기술(Carbon Dioxide Removal, CDR) 6가지를 소개했다. 유가영 교수는 이를 ▲생물학적 CDR ▲화학적 CDR ▲지구공학적 CDR로 분류했다.

현재 2050 탄소중립 감축 경로에서 주목받는 기술은 조림 사업(생물학적 CDR)과 BECCS(Bioenergy with carbon capture and storage, 지구공학적 CDR)이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조림사업과 BECCS가 탄소 제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림 사업은 쉽게 말해 나무를 심는 사업이다. 신규조림이 있고 과거 나무를 심었던 곳에 다시 심는 재조림 사업이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의 군집이 증가할수록 대기 중 이산화탄소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러 CDR 중에 비용이 가장 낮다. 조림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REDD+(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가 있다. 유가영 교수는 “REDD는 산림을 벌채하고 황폐화시킴으로써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라며 “여기에 +가 붙은 것은 산림을 적극적으로 가꾸고 경영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산림청은 캄보디아와 미얀마, 라오스 등지에서 REDD+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제 중인 유가영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제공=소풍벤처스
발제 중인 유가영 경희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제공=소풍벤처스

BECCS는 바이오에너지 공장 굴뚝에서 탄소를 포집해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유가영 교수는 “바이오에너지 자체가 탄소중립이다. 여기에 바이오에너지 공장에서 배출된 탄소를 포집·저장(지하)하면 탄소순배출 0 상태에 -(마이너스)를 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일리노이주 디케이터라는 도시에서 BECCS가 실제로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탄소를 토양에 저장해 대기중으로 배출되지 못하도록 막는 ‘토양 탄소 저장 기술’과 암석과 반응하게 해 탄소가 토양으로 들어오게 하는 ‘EW(Enhanced rock Weathering)’, 흡습재를 이용해 공기 중 탄소를 직접 잡아내는 DAC(Direct Air Capture)등이 소개됐다. 모두 기술적 성숙도가 높지 않은 초기 단계의 기술이다.

유가영 교수는 CDR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경계했다. 유 교수는 “탄소 저감 기술은 탄소 배출 저감의 보조적인 수단”이라며 “배출을 저감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소개된 기술들은 너무 절박한 나머지 초기 단계에 있는 기술들까지 끌어다 모은 것”이라며 “CDR이 가져올 장기적인 부작용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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