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경제에 대한 공격이 거세다. 공과 과를 합리적으로 논의하기보다는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서 아쉽다. 사회적경제는 정부나 시장 한쪽만의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등장했다. 저성장 시대에 그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로운넷>은 긴급진단 시리즈를 통해 사회적경제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안겨준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아이쿱생협의 'NO 플라스틱 약속 캠페인 in 원주' 행사가 26일 원주시 중앙로 문화의 거리에서 진행됐다.  원주아이쿱생협은 앞으로 3주동안 원주지역 200여개 단체에 재생 가능한 종이팩으로 만든 '기픈물' 330ml 50만개를 배부할 예정이다./사진=김선기 강원 주재기자
지난 8월 26일, 원주시 중앙로 문화의 거리에서 아이쿱생협의 'NO 플라스틱 약속 캠페인 in 원주' 행사가 진행됐다./사진=김선기 강원 주재기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일상에 가장 깊이 스며든 사회적경제 조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 먹을거리와 생활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을 전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협은 먹거리를 비롯해 생활의 필요를 해결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비영리 법인이다. 법인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협은 조합원이 출자해 함께 운영한다. 최소금액 이상의 출자금을 납입하면 각 지역 매장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생협은 조합원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자체 품질인증 규정을 둬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하고있다. 조합원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싶은 소비자와 안정적 소득을 올리고 싶은 생산자를 연결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중간 유통과정을 없앤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농산물을 공급받고 판매한다. 가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논의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적정가격에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구할 수 있게 됐고, 생산자는 안정적 판로를 확보할 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속 성장 두드러진 생협...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 구매 강점”

한살림 가락매장 이지현 팀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매장을 찾은 조합원에게 제품 시식을 권하며 '상생마켓'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살림과 두레생협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함께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상생마켓'을 열었다. 사진은 한살림 가락매장 전경.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기후위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생협이 주목받았다.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수 있다는 점이 특장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최대 공급량을 초과할 정도로 온·오프라인 주문량이 폭주했다.

실제 국내 3대 생협(아이쿱생협, 한살림, 두레생협)은 매출액 및 조합원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매출액의 경우, 아이쿱이 5921억원(2019년)에서 6616억원(2020년)으로 증가해 1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살림은 4214억원에서 659억원 늘어 지난해 기준 4873억원(상승률 16%)을 기록했다. 두레생협 매출액 역시 2019년 1192억 원에서 지난해 1443억원(상승률 21%)까지 성장했다.

국내 최대 생협인 한살림의 조합원은 지난해 말 기준, 74만2561명까지 늘어났다. 이는 2019년 대비 약 7% 증가한 수치다. 아이쿱 역시 2019년 대비 3% 늘어난 30만2561명을 기록해 30만 고지를 넘어섰다. 두레생협의 조합원 증가율은 9%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올해부터 22만8410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게 됐다. 

김형미 상지대 교수는 “대기업이나 대형 유통업체가 하지 않았던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고, 친환경 농업을 지지해 지금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는 생협의 역할이 컸다”면서 “오랜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위한 경제산업의 시스템을 구축해냈다”고 평가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진심’인 생협... 지역 문화 바꿔간다!

두레생협 제로 웨이스트 매장 중 한 곳인 서울 마포구 성산동소재 울림두레생협,/출처=두레생협
두레생협 제로 웨이스트 매장 중 한 곳인 서울 마포구 성산동소재 울림두레생협,/출처=두레생협

실제 생협은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나의 건강 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도 지키기 위해서다. 각 지역에서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해 조합원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아이쿱생협은 ‘나와 이웃과 지구의 치유와 힐링’이라는 사명을 정하고, 올해 ‘No 플라스틱 캠페인’을 통해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누적 참여자는 14만명에 달한다. 혼합플라스틱 기술을 개발해 온 ‘지구야 고마워 공방’에서는 복잡한 재활용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하나의 혼합 플라스틱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한살림은 지난해 12월, 기후위기대응팀을 신설하고, ▲온실가스 감축 ▲자원순환 강화 ▲생활실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는 식단을 계획해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 구입하고, 먹을 만큼만 요리해 음식물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의미에서 ‘남.음.제로(남은 음식물 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두레생협은 자원순환운동을 통해 지역생협 및 조합원의 참여를 독려한다. 공동행동을 위해 1000여 명의 기후위기 활동가를 양성했고, 생활재 포장지 개선, 종이팩 재활용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포장재, 비닐, 일회용 유통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도 13곳을 운영 중에 있다.

“생협법 개정·공제사업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

토론회 참석자가 생협법 개정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지난해 11월 18일, ‘생협의 자립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입법 토론회’ 참석자가 생협법 개정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생협은 최근 공동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 개정 및 공제사업 시행을 과제로 내걸고 있다. 생협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쿱생협·한살림·두레생협·대학생협·행복중심생협 등 5개 생협연합회는 ▲생협의 정체성 강화 조항 정비 ▲비조합원의 사업이용 기준 정비 ▲생협 운영의 자율성 및 정관자치 확대 등이 담긴 생협 제도 개선과제를 제안했고, 현재 입법발의까지 완료된 상태다. 생협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국회의원이 나눠 함께 발의해 이목을 끌었다. 

공제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공동으로 재산을 준비해두는 제도다. 과거 향약·두레·계와 비슷한 개념이다. 보험과 비슷하나, 공제는 비영리로 운영되는데다 자신이 참여자이자 수혜자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날 영등포 아이쿱생협 신길센터에서는 생협 시행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민형배 민주당 의원, 이정문 민주당 의원, 김정희 아이쿱생협 회장, 조완석 한살림연합 대표, 안인숙 행복중심연합회장, 배진교 정의당 의원./출처=아이쿱생협
지난 8일, 아이쿱생협은 생협 시행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주최했다. (왼쪽부터) 민형배 민주당 의원, 이정문 민주당 의원, 김정희 아이쿱생협 회장, 조완석 한살림연합 대표, 안인숙 행복중심연합회장, 배진교 정의당 의원./출처=아이쿱생협

2010년 생협법의 개정으로 생협 공제사업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현재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은 지난 9일, “생협 공제는 조합원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상호부조와 비영리에 기반한 공제를 통해 실현해 보자는 취지에서 진행하려는 것”이라며 “30년간 축적한 신뢰와 공제사업을 하기위해 준비해온 역량을 믿고 생협 공제사업을 조속히 실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정위에 촉구했다.

김형미 상지대 교수는 “생협 공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생협은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중심으로 조합원에게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조성하는데 기여하는 과정에서 노하우와 신뢰가 축적돼있다”면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제사업의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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