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최근 사회적경제에 대한 공격이 거세다. 공과 과를 합리적으로 논의하기보다는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서 아쉽다. 사회적경제는 정부나 시장 한쪽만의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등장했다. 저성장 시대에 그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로운넷>은 긴급진단 시리즈를 통해 사회적경제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안겨준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협동조합은 1주 1표가 아닌 1인 1표로 운영된다. 조합원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의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는 조직형태를 가졌다. 생산자·소비자·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로 협동조합의 구성이 가능하다. 구성원의 필요 충족과 사회에서 발생한 문제해결을 당사자들이 모여 풀어나간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사회복지사가 연대해 정신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모아사회적협동조합 ▲본사·소비자·점주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운영을 하는 베러댄와플 협동조합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모여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농협, 수협, 신협, 생협 등도 농업, 수산업, 신용, 먹거리 등의 분야에서 문제해결과 공생을 고민하는 협동조합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성공사례가 많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의 협동조합들은 해고 없이 위기를 넘겼다. 또한 스위스의 Coop Suisse 협동조합은 까르푸 매장을 인수하고 고용승계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제18대 국회에서 협동조합을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대안적 경제모델로 주목하며 여야의 합의로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5인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11조에 따라 정부는 3년마다 협동조합과 관련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안성의료사협은 지난해 10월 28일, 신사옥 신축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신사옥에는 의원, 약국, 주간보호센터, 조합원 활동공간으로 구성된다./출처=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안성의료사협은 지난해 10월 28일, 신사옥 신축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신사옥에는 의원, 약국, 주간보호센터, 조합원 활동공간으로 구성된다./출처=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우리의 문제는 협동조합으로 우리가 끝까지 해결

사회문제는 복잡해진다. 정부가 담당해야할 범위가 넓어지는 한편 세분화된다. 협동조합은 구석구석 닿기 힘든 정부의 역할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해결하려고 움직인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의식을 공유한 당사자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방안을 만든다. 

사회취약계층은 비용, 서비스, 거리 등이 고려된 적정진료를 받기 힘들다. 지역사회 구성원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로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됐다. 1994년 설립 이후 안성농민의원, 새봄치과의원 등 총 6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 조합원들은 인사위원회, 경영위원회, 이용위원회, 건강마을위원회, 교육홍보위원회 등 5개 위원회에 참여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안성의료사협은 조합원들에게 적정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도 만들었다. 항생제 처방률, 주사제 처방률 등을 관리하고 전체 환자 의료비 중 보험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통합돌봄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급여 지급, 수수료 비율 등 노동처우 개선을 위한 대응이 어렵다. 번역협동조합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2013년 5월 통·번역 프리랜서와 기술자문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했다. 통·번역 중개과정을 간소화해 조합원에게는 정당한 몫을, 이용자에게는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50여 명의 조합원들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13개 언어를 통·번역한다.

번역협동조합은 사무실이 없다. 필요 시에만 모인다. 주로 카페를 활용하거나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운영하는 공간을 빌린다. 절약한 비용은 인건비 및 협동조합 운영비로 사용한다. 또한 조합원들에게 정당한 몫의 번역비를 제공하는데 주력한다.

돌봄, 의료, 먹거리, 노동 등 협동조합이 다룰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사회문제가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당사자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일자리위원회 사회적경제전문위원회(2021년 5월 20일)
출처=일자리위원회 사회적경제전문위원회(2021년 5월 20일)

양적, 질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협동조합

협동조합은 코로나19로 성장세가 둔화된 시기임에도 꾸준한 성장의 지표를 보였다. 설립건수로 보이는 양적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성장으로 볼 수 있는 매출액, 고용자 수 등이 이전 회차 실태조사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2020년 발표된 4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말 사업자등록이 완료된 협동조합은 1만 1612개다. 평균 자산(1.4억원→2.3억원), 출자금(4700만원→5700만원), 매출액(2.7억원→3.7억원)이 3차 실태조사(2016년 말)보다 증가했다. 또한 사업을 운영중(과세신고 또는 고용보험 가입실적 존재)인 협동조합은 7050개로, 역시 3차 실태조사(5100개) 대비 38.2% 증가했다. 

고용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성장세다. 총 피고용자수(임금근로자+유급형 임원)는 3만 1335명으로, 3차 조사(2만 409명) 대비 53.5% 증가했다. 월평균 임금도 131.3만원에서 158.2만원으로 증가했다. 취약계층 고용인원 역시 7662명에서 1만 1243명으로 늘었다.

출처=기획재정부
출처=기획재정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물품기부, 현금기부, 자원봉사, 공간제공 등으로 지역사회 재투자 활동을 진행한다. 이는 262억원(3차 조사: 234.8억원)으로 추정되며, 조합당 평균 899만 원(3차 조사: 881만 원)이다. 설립 4년 이상 조합의 재투자 금액은 평균 1087만원으로 설립 3년 이하 조합의 평균 713만원과 비교해 설립 기간이 4년을 넘은 협동조합의 재투자 활동이 활발히 이뤄짐을 알 수 있다.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창립총회가 2019년 4월 25일 진행됐다./출처=전국협동조합협의회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창립총회가 2019년 4월 25일 진행됐다./출처=전국협동조합협의회

비즈니스 모델 및 질적성장에 집중해 나가야

5인 이상만 모이면 설립이 가능한 요건 때문에 '허수가 많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법인등기 완료를 기준으로 한 1만 3016개의 협동조합 중 5966개가 미운영 중이다. 미운영 사유는 사업자 미등록(23.5%)과 사업중단(28.5%)이다. 사전교육강화와 금융조달 애로 해소 및 규모화 등을 통해 성장 궤도에 진입시키는게 필요하다.

기본법 시행 10주년을 앞두고 질적성장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해산절차의 복잡함으로 인한 해산신고 미이행을 방지하기 위해 20년 3월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으로 해산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했다. 개정 후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협동조합 해산·청산절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협동조합협의회(회장 김상현)도 ▲질적성장 ▲비즈니스 모델 분석 ▲광역·지역연대 강화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해 움직인다. 협동조합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비즈니스 포럼과 정체성 포럼을 올해 하반기에 진행 할 예정이다. 

김윤권 사무총장은 "비즈니스 생태계라는 개념이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설명하자면 협동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촉진하고 발굴하는 것"이라며 "개별 협동조합이 풀어내기 힘든 문제들을 조합원 간 협동,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해 풀어내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협동조합협의회(상임대표 박강태)는 ▲협동조합 정책 제안 ▲자원 수집 및 중계 ▲법제도 개선 ▲정책 파트너로서의 대표성 확보 등을 위해 지난 2019년 만들어졌다. 또한 '협동경제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1군(생애주기 서비스), 2군(먹거리 등), 3군(성공모델), 4군(성장모델)으로 협동조합 모델을 조사·분류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종 및 동종 협력사업 기획 등 자생적인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박강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는 "프로젝트를 통해 협동조합의 성공률을 높이고 규모화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고자 한다"며 "당사자간 교류와 협력으로 협동조합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