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10년 생협법 개정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도 공제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생협 관리감독 주무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후속 시행령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아 12년째 생협 공제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주요 생협 주체들은 공제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며 빠른 시행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로운넷>은 생협 공제 시행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와 바람직한 추진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전문가 기고를 받아서 연속으로 게재한다.

공제(共濟)란 무엇일까?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최근 주변에서 공제(共濟)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뭔가 사람들이 다수 모여서 금전에 관한 일을 ‘우리끼리’ 도모하고자 할 때는 공제를 한 번쯤은 떠올리는데, 막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들어가면 막연하니, 해당업계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려는 것이겠다. 

공제가 이렇게 막연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공제(회 또는 조합)가 하는 일이 다양하고, 공제마다 “내 업무는 이게 공제이다”라고 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공제’란 무엇인가의 답은 그 다양성에 있다. 즉 다양한 사업들을 포괄하여 모두 ‘공제’라고 볼 수 있고, 어쩌면 공제는 이들 다양한 사업들이 분화되기 전 원시적 형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 공제란 ‘특정인들이 자조적 협동조직으로 모여, 신용, 보험, 보증, 예치, 공동구매, 공동사용, 경조사 위로 등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미래를 대비하는 공동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보통 보험의 측면에 치우쳐서 ‘공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부분인데, 이는 ‘공제’의 다양성, 원시성에 자연스럽게 기인한다고 볼 수 있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다. 

공제는 왜 필요한가?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수단은 국민연금 등 4대보험처럼 가장 바닥에서 모든 국민을 의무적으로 아우르는 것도 있고, 은행·보험회사 등에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나 적금처럼 개인의 선택에 따라 대비하는 것도 있다. 그 중에서 공제는 국민연금 등 기초 사회보장과 개인연금 등 선택적 보장 수단의 중간쯤에 위치해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도 모든 국민의 생활과 복지를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의 생활과 복지를 국가가 떠안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최하위 기초 사회보장과 최상위의 개인 임의 보장 사이에 두터운 사회안전망을 두는 것이 필요하고, 그 중간 역할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공제임은 이미 북유럽,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검증된 바 있다. 물론 형태는 다양하다. 다양한 보험과 실업보험을 함께 두루 보장하는 형태의 영국 공제조합, 실업보험이 주가 된 북유럽의 실업보험조합, 촘촘하고 두터운 일본의 공제조합(일본의 공제조직 개수는 1만개에 달한다) 등 공제조합의 형태와 역할은 다양해도, 두터운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많이 이용하는 생활협동조합도 공제조합의 한 형태인데, 특히 일본에서 발달한 사회안전망 구조이다.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은 전통이 깊다. 약 3000만명의 조합원이 양질의 식료품을 공동구매하거나 보험상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상호보험의 형태로 이용하고 있다. 참고로 이들 생활협동조합 공제가 보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매우 커서, 제도만 덩그러니 만들어져 있고, 아직 발걸음도 떼어보지 못한 한국과는 매우 비교되고 있다. 

이처럼 중간적 위치에서 두터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제조합은 그 역할에 맞게 국가에서도 혜택을 주고 있다. 이자소득세 면제 등 세제혜택을 주거나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자본금요건 등을 크게 완화하거나 요구하지 않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어 설립과 운영, 가입을 권장하고 있다. 

공제와 보험의 차이

일반공제사업 규제의 합리화방안(2011), 보험연구원 내용 정리.
일반공제사업 규제의 합리화방안(2011), 보험연구원 내용 정리.

공제는 정의에서 보듯, ‘자조적 협동조직’으로 보험, 신용, 보증 업무 또는 가볍게는 경조사 공동 대비, 공동구매 업무를 취급하는 것을 말하니, 일반 보험회사가 수행하는 보험 업무 개념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제와 보험은 어떻게 구분될까? 전통적으로는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제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이 구별된다. 필자가 보기에 무엇보다도 큰 차이는 소유 관계가 아닐까 한다. 보험을 영위하는 보험회사는 소유자와 이용자가 구분되는 반면, 공제를 운영하는 공제조직은 소유자와 이용자가 같아 ‘member ownership’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이다. 소유자와 이용자가 같아서 이용자 중심으로 공제 설계가 이뤄지며 모집 비용 등의 절감을 통해 공제료를 낮게 낮게 설정할 수 있어서 이용자에게 더 큰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기위해 정부, 민간의 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제조직이 우리나라에도 약 1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한국도 최근 탑다운식 공제조합에서 벗어나 민간에서 공제에 대한 자발적 움직임이 큰 것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 안전에 매우 고무적인데, 이런 민간 자율경제 확대, 성숙한 국민의식에 비례하여 정책당국의 국민에 대한 신뢰 크기도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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