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난입한지 이제 벌써 1년이 넘었다. 작년 중반까지만해도 소셜벤처, 사회적 경제의 많은 조직들이 잘 견뎌 냈다. 서로를 돕기 위한 활동도 있었고, 정부의 지원 정책도 있었다. 그런데 연말이 되고 다시 새해가 되니 몇몇 기업들이 어려움에 사업을 중단하게 되는 사례가 생긴다. 1년이라는 시간은 창업자가 ‘동기’와 ‘열심히’만으로 버티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 시간임이 분명하다.

좀 더 나은 지원책이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그러나 가장 슬픈 것은 이 어려움이 우리를 우리의 일에만 매몰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고단하고 힘들 때에도 서로를 찾고 협력을 통해 극복할 방법이 남아있는데 이 동력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좋다지만 다른 이들의 상품을 무분별하게 베끼기 시작하고, 다른 이들의 말을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도 당당하다. 최선이 아닌 것을 과도하게 칭찬하고 부끄러운 일에도 눈을 감는다. 다들 절박한 이유가 있기는 하다. 자신의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사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를 종결짓기에는 우리가 그간 외쳐 온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주장이 너무 값싸지지 않을까?

이런 당위의 관점에서도 협력은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경쟁력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각 조직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거나 규모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보가 가능한 경쟁력이 다수일리 만무하다. 때문에 시장 속에 나가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이 더 옳을 수 있다. 나아가 우리가 하는 일들의 대부분의 사회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접근은 더욱 중요하다. 하나의 문제가 그 국부에 대한 표적 치료로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이에 연결된 다양한 사회적 연결 맥락 속에서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거의 한 해에 걸쳐서 롯데케미칼과 여러 소셜벤처 및 전문조직과 협업하여 페트 수거부터 재생해 적절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까지 진행하는 ‘프로젝트 루프’라는 일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페트가 잘 재생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특정 어떤 부분이 심각한 병목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가치사슬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하나의 조직이 열심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조직들이 협력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이런 맥락에서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는 최근 한 다른 투자사 합병을 추진하게 되었고, 또 다른 투자기관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였다. 이 결정의 이면에는 급변하는 사회 문제의 양상과 급격히 성장하는 글로벌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에서 제대로 된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다. 서로가 원하는 세부 사항은 다소 다를 수 있으나 큰 맥락은 동일하기 때문에 이런 협력이 가능해진다. 물론 협력은 다소의 불편함을 동반할 수 있다. 소통에 드는 비용이 증가하고 그 전과는 달리 모든 부분이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한 열심보다 몫이 작다는 불만이 생기는 일도 발생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와 닮은 조직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지지 못한 특성과 모양을 가진 조직과 함께 말이다. 그래야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갈 수 있다. 오히려 코로나19와 그 과정이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 선 우리에게 협력의 계기를 강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멈추지 말고 협력에서 기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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