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대도시에 가려져 있던 지역의 자원에 가치를 부여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더해 특색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것은 물론, 지역에서의 활동 자체를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인구 344만명, 제조업·광업이 40%에 달하는 산업도시 경상남도에서는 2010년대 기계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조선업이 침체하면서 지역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위기를 맞았다. 도내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고 타 지역 청년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다. 이에 경남도는 2020년을 청년특별도로 선언하고, 이 정책의 일환으로 ‘2020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경남도 ‘2020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팀들이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여한 모습./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경남도 ‘2020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팀들이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여한 모습./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을 주관하는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8월 공모를 통해 사업에 참여할 이들을 모집했다. 만 34세 미만 예비창업자나 창업 7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모집해 ‘청년이 살기 좋은 경상남도’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9월 사업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팀별 발표평가를 통해 우수한 5개 팀을 선정했다.

경남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로컬 크리에이터 5개 기업을 소개한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신메뉴를 개발하거나 도내 관광자원과 공유 서비스를 연결하고,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등 의미 있는 시도에 나섰다. 


# 통영 잉여 수산물로 간편식 생산하는 ㈜웰피쉬

경남 통영 지역의 잉여 수산물을 활용해 가정간편식을 개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웰피쉬’./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경남 통영 지역의 잉여 수산물을 활용해 가정간편식을 개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웰피쉬’./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섭취량이 58.4㎏으로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먹는 국가다. 그러나 국내 수산물은 대외적인 수출입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다양한 어종의 재고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잉여 수산물 발생으로 어민들의 소득 불안정이 초래되는 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웰피쉬(대표 정여울)’는 통영 지역에 재고로 쌓인 수산물을 활용해 가정간편식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장어덮밥 밀키트, 장어 숙취해소제 등 제품을 만들어 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을 꾀한다. 어민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지원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는 국내 수산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특정 수산물을 선정한 뒤 어민과 주민들로 구성된 푸드 크리에이터와 함께 상품을 기획하고, 현지 식품공장과 협약을 통해 제품을 제조한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 온·오프라인 매장에 유통하고, 해외수출까지 진행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현재 바닷장어로 만든 ‘팔팔환’의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며, 내년 중국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 김해 특산물 장군차로 더치커피 만든 공감컴퍼니

김해 특산물인 장군차와 원두를 블랜딩해 더치커피를 개발한 로컬 크리에이터 ‘공감컴퍼니’./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김해 특산물인 장군차와 원두를 블랜딩해 더치커피를 개발한 로컬 크리에이터 ‘공감컴퍼니’./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흔히 국내 ‘차(茶)’ 특산지라고 하면 보성이나 하동 등을 떠올린다. 경남 김해에서도 고대국가인 가야시대 때부터 ‘장군차’를 재배해 현재에도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장군차는 ‘올해의 명차’ ‘국제 명차’ 등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낮은 인지도와 판매처 부족 등으로 재배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공감컴퍼니(대표 윤민형)’는 김해 특산물인 장군차를 활용해 다양한 가공제품을 만들어 매출과 인지도를 높이는 기업이다. 이들은 장군차와 원두를 블랜딩한 ‘가야G 더치커피’를 개발하고, 장군차 오일을 추출하거나 잎을 활용해 향초, 방향제, 디퓨저 등 공예품을 생산한다.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가야G’ 로고 및 캐릭터를 개발했으며, 더치커피 시제품을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향후 김해 지역에 장군차를 활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한편, 네이버·쿠팡·위메프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 판매도 확대한다는 목표다. 내년 하반기에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도 있다.

# 경남 특산물로 블렌딩티 개발하는 오르코

경남 지역 특산품인 허브·꽃잎·과일·곡물 등의 재료를 사용해 블렌딩티를 개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오르코’./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경남 지역 특산품인 허브·꽃잎·과일·곡물 등의 재료를 사용해 블렌딩티를 개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오르코’./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그래, 시대가 바뀌었는데 티(TEA)면 어때?” 최근 한 광고에서는 커피 말고 차(茶)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커피 중심의 시장에서 여러 가지 맛과 향을 가진 차 메뉴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차 시장은 꽃차나 녹차, 보리차 등 한정적 재료를 사용해 단일한 맛과 향에 머물렀으며, 다소 ‘오래된(old)’ 이미지로 대중화하지 못하고 있다.

‘오르코(대표 문예슬)’는 창원시 용호동에 있는 가로수길에서 차 카페 ‘오르코 티 아뜰리에’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여러 가지 맛과 향을 가진 차를 소개하고, 다양한 과일·허브청·농축액 등을 섞어 만든 티 메뉴를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이들은 경남 지역 특산품인 허브·꽃잎·과일·곡물 등의 재료를 사용해 블렌딩티를 선보이고, 지역의 특색과 재료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북을 제작했다.

△창원 국화와 거창 사과, 지리산 벌꿀 등을 섞은 ‘국화 블렌딩티’ △거제 유자와 하동 녹차, 지리산 현미 등을 섞은 ‘거제 유자&하동 녹차 블렌딩티’ △남해 약쑥에 과일칩, 허브를 더한 ‘남해 약쑥 블랜딩티’ 등 3종을 개발하고, 차 패키지와 스토리북 등을 만들었다. 앞으로 지역 차 재배 업체, 국내 제조업체와 협업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온·오프라인 판로를 확대해 소비자층을 넓혀간다는 목표다.

# 둘레길 공정여행 안내하는 지리산 터줏대감

여행객이 지리산 둘레길 9코스를 즐길 수 있도록 자전거, 도시락 바구니 등을 대여해주는 로컬 크리에이터 ‘지리산 터줏대감’의 브랜드 ‘온다소풍’./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여행객이 지리산 둘레길 9코스를 즐길 수 있도록 자전거, 도시락 바구니 등을 대여해주는 로컬 크리에이터 ‘지리산 터줏대감’의 브랜드 ‘온다소풍’./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경남 산청은 여름철 계곡명소로, 주로 7~8월 피서철에만 관광객이 몰린다. 이곳에 위치한 지리산 둘레길 9코스(덕산↔위태)는 등산 난도가 낮아 산악인에게는 저평가를 받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9코스는 흔하지 않은 평지길이라 도보뿐만 아니라 자전거로도 남녀노소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리산 터줏대감(대표 이다혜)’은 지리산 둘레길에 대한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자원을 연계하는 등 ‘공정여행’ 방식을 제시하는 기업이다. ‘온다소풍’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9코스에서 온라인 자전거 대여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의 상품으로 구성한 소풍 바구니 세트를 개발해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산청 덕산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주고, 자전거로 편도 40분 걸리는 중태마을까지의 여정 등을 소개한다. 밤과 곶감, 꿀 등으로 만든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소풍 바구니를 기획해 지역 특산물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동시에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 내년 상반기 봄·여름 시즌을 겨냥한 디저트 시제품을 개발하고, 3월 자전거 예약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 버려지는 옷으로 예술작품 만드는 웨어에버

버려지는 옷을 예술 작품으로 업사이클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웨어에버’./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버려지는 옷을 예술 작품으로 업사이클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웨어에버’./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그동안 국내외 의류산업은 유행을 반영해 빠르게 만들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1년 중 생산되는 의류의 약 60%가 버려지는데, 생산할 때 나오는 합성 섬유는 토양을 오염시키고, 유통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대기를 어지럽힌다. 옷을 생산·소비·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해 지구 전체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웨어에버(대표 이병규)’는 버려지는 옷을 예술 작품으로 업사이클해 폐기 단계에서 매립과 소각을 감소시켜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폐의류에서 서로 다른 직물과 원단을 추출해 패턴을 재배치하고,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단 하나뿐인 패브릭 아트워크를 제작한다. 또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박스·신문지·포장재·잡지 등 폐지를 활용해 수제 다이어리 같은 정크저널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향후 예술 작품을 갤러리에 전시하거나 개인이나 기업에 판매·대여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국내외 신진 아티스트 및 지역 청년들과 협업해 다양한 프로젝트 및 전시를 진행하고, 이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크라우드펀딩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경남도 ‘2020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관련 교육 및 맞춤형 멘토링, 우수기업 방문 등 지원을 받았다./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경남도 ‘2020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관련 교육 및 맞춤형 멘토링, 우수기업 방문 등 지원을 받았다./사진제공=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경남도는 이들 5개팀을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 최대 3천만원을 비롯해 시제품 개발, 마케팅, 컨설팅, 디자인 등 맞춤형 지원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향후 이들을 센터의 보육기업으로 등록하고, 지원 프로그램 및 상시 멘토링 등을 연계해 2021년에도 후속 관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동형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내 우수한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 및 육성하고자 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성장 시스템을 구축해 창업 생태계를 확산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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