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콘텐츠 개발과 기후환경 문제 해결.’ 서울 서대문구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는 2가지 이슈를 주제로 사회적경제기업, 지역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열린 ‘2021 서대문 스타트업 비전 포럼’은 지역에 대한 이해 및 관심과 함께 기후환경에 대응하는 아이디어, 기업가 정신을 갖추려는 창업자들을 위해 기획됐다. 행사는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개최됐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서대문구청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생중계됐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18일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열린 ‘2021 서대문 스타트업 비전 포럼’에 참석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출처=서대문구 유튜브 화면 갈무리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18일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열린 ‘2021 서대문 스타트업 비전 포럼’에 참석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출처=서대문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서대문구는 명지대‧연세대‧이화여대 등 대학이 9개나 있고 청년의 수가 많다는 지역적 특징이 있다.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지하고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스타트업 공간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팬데믹, 기후변화 등 위기 속에 지역 청년들의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남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앞에서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할 스타트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인-예술가-주민 협업해 머물고 싶은 동네로 

먼저 세션1은 ‘로컬 얼라이언스: 우리는 같이 일한다’를 주제로 지역에서 일하는 4개 단체 대표들이 활동 내용을 공유했다. ‘로컬 얼라이언스(Local Alliance)’란 지역에서 다양한 주체들과 동맹‧연합을 맺고 활동에 시너지를 내는 것을 말한다.  

‘2021 서대문 스타트업 비전 포럼’ 세션1 ‘로컬 얼라이언스: 우리는 같이 일한다’에 참여한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 송민지 온동네협동조합 이사장, 김장연호 아이공 이사장,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장, 최동윤 YHD LAB 공동대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왼쪽부터)./출처=서대문구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1 서대문 스타트업 비전 포럼’ 세션1 ‘로컬 얼라이언스: 우리는 같이 일한다’에 참여한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 송민지 온동네협동조합 이사장, 김장연호 아이공 이사장,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장, 최동윤 YHD LAB 공동대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왼쪽부터)./출처=서대문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서울 영등포구를 기반으로 한 ‘온동네협동조합’은 소상공인, 로컬크리에이터 등 38명을 주축으로 만들었다. 2018년 모임을 시작으로 이듬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고양이축제 ‘선유랑괭이랑’을 열어 스탬프투어, 플리마켓, 일일클래스, 사진전 등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는 강아지축제 ‘선유랑댕댕이랑’에서 반려견 놀이터 개장, 유기견 입양 캠페인 등을 이어갔다. 송민지 이사장은 “동네 골목골목을 알려 사람들이 머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은 서대문구 일대에서 동네 상가를 작은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마을가게 미술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코로나19로 전시회를 갈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주민들이 일상 속 산책을 통해 지역을 탐구하고, 마을가게를 거닐며 공공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지난 12~1월 행사를 진행했다. 김연호 이사장은 “남가좌동에는 문화시설이 부족해 주민들이 늘 예술에 목말라했다”며 “예술가-상가-주민을 매개해 공공예술의 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항로프로젝트는 동네 양조장과 함께 '개항로맥주'를 개발했으며, 지역 상인과 협업해 상품을 디자인하고 홍보하는 등 '지역성'을 담는 것에 주력했다./출처=서대문구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개항로프로젝트는 동네 양조장과 함께 '개항로맥주'를 개발했으며, 지역 상인과 협업해 상품을 디자인하고 홍보하는 등 '지역성'을 담는 것에 주력했다./출처=서대문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인천 중구 구도심의 빈 공간 14개를 매입해 식당, 카페 등으로 재탄생시킨 ‘개항로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최근 동네 양조장과 협업해 지역 술인 ‘개항로맥주’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성을 담기 위해 동네 목간판 장인이 쓴 글씨로 상품을 디자인하고, 페인트가게 사장님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창길 대장은 “협업에서 중요한 건 누군가 밑지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한다”며 “양쪽 모두 이득이 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주택가의 빈 곳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생하는 ‘YHD LAB’의 사례도 공유됐다. 팝업스토어, 워킹라운지, 카페 등을 운영하고, 한 공간을 시간대마다 다른 용도로 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현재는 국내 공예‧디자인 작가 브랜드 16개의 작품을 릴레이로 소개·판매하는 중이다. 최동윤 대표는 “애플, HP 등 혁신기업이 탄생한 미국의 팔로알토처럼, 연희동이 다양한 창업자들이 모이고 지자체와 협력하는 지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탄소중립 도시’ 선언한 서대문구의 다양한 실험

이어진 세션2에서는 ‘그린뉴딜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서대문구의 정책과 현장에서 경험을 발표했다. 서대문은 ‘탄소중립 친환경 에너지전환 선도 도시’를 목표로 △노후건물의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하고 △친환경 전기‧수소차 전환을 장려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고 △생활폐기물‧일회용품을 줄이고 △녹지공간을 확대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환경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7대 전략을 세웠다. 

정연경 서대문구 구정연구단장은 “그린뉴딜 정책의 성공적 실현을 위해 지역사회 문제를 창의적 상품‧서비스로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지역사회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체들과 협력이 필요하며, 민관 협치 시스템 등을 마련해 각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틀팩토리는 소비자가 직접 가져온 용기에 물건을 판매하는 동네 가게와의 협업을 통해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라는 경험을 제공한다./출처=서대문구 유튜브 화면 갈무리
보틀팩토리는 소비자가 직접 가져온 용기에 물건을 판매하는 동네 가게와의 협업을 통해 일회용품 없는 장보기라는 경험을 제공한다./출처=서대문구 유튜브 화면 갈무리

마지막으로 연희동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보틀팩토리의 실천 사례가 소개됐다. 보틀팩토리는 일회용컵, 빨대가 없는 카페를 운영하고, 기부받은 텀블러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소비자들이 직접 용기를 가져와 동네 가게에서 장을 보는 ‘채우장’, 지역 내 60개 상점과 협력해 한달 동안 쓰레기 없이 상품을 판매하는 ‘유어보틀위크’ 등을 운영했다.

정다운 대표는 “일상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경험하고, 지역경제와 작은가게를 활성화하며, 신선한 재료를 낭비 없이 구입하고, 지역사회에 정이 생기는 등 성과가 있었다”며 “완벽한 솔루션보다 작은 목표를 세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역 내 많은 주체들과 협력해 더 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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