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년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역 (예비)창업자를 지원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정책’, 지역연계형 창업을 희망하는 서울시 거주 청년을 지원 ‘넥스트로컬’ 사업 등을 통해 지역 청년 기업을 지원한다. 민간에서는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와 강원도 지역 창업 기업을 위한 ‘로컬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년은 새로운 시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기존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든다. 이를 통해 지역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지역 청년 기업을 이로운넷이 만났다.

장례문화가 변하고 있다. 매장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화장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매장을 위해 장지를 준비하고 이를 지속해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커졌고, 조상을 모시는 방법에 대한 생각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넘어가면서 국토 공동묘지화, 산림훼손, 후속 관리 문제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봤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납골당은 또 다른 공동묘지화를 가져왔다. 시간이 흘러 납골당에 방치된 유골도 적지 않다. 매장문화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유익 바다해양장 대표의 진행으로 해양장을 치루고 있는 모습. 조 대표는 해양장 사업을 위해 장례지도사 교육을 받았다./사진=바다해양장
조유익 바다해양장 대표의 진행으로 해양장을 치루고 있는 모습. 조 대표는 해양장 사업을 위해 장례지도사 교육을 받았다./사진=바다해양장

새로운 장례문화 '해양장'

이를 대체할 새로운 장례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해양장이다. 해양장은 시신을 화장해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장사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해양장의 장점 때문이다. 해양장은 수목장, 매장, 화장(납골당) 등 다른 방법보다 친환경적이다. 유골을 바다에 뿌리기 때문에 별도의 땅이나 관리도 필요 없다. 유골을 바다에 뿌리면 바다가 오염 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2012년 정부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법적으로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의 해양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도 내려졌다.

부산에서 해양장 사업을 하는 조유익 바다해양장 대표는 해양장이 향후 장례문화의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지인은 통해 유골을 화장하고 바다에 뿌리는 ‘산골(散骨)’ 수요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또한 방치된 유골을 보며 새로운 장례문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가족문화가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방식으로 조상을 모시는 것에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변했듯이 화장에서 해양장으로 장례문화가 변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해양장 사업성 있어...합리적 가격에 서비스 제공

조 대표는 2018년부터 사업을 준비해 2020년 시작했다. 조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우선 기존 장례문화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바다해양장을 찾았다. 또한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바다와 관련된 일을 했거나, 바다로 돌아가길 원한 고인이 많았다. 장기간 납골당에 유골을 모시다 유골을 반출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바다해양장은 8월부터 현재까지 약 50건 이상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업 초기임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과다. 지금까지는 조 대표 혼자 일 해왔지만, 수요가 충분해 항해사, 장례지도사 등 추가 전문 인력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런 성과는 합리적인 가격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다해양장은 약 30만~50만원의 가격으로 해양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수목장, 납골당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또한 명절이나 기일 등에 제공하는 바다성묘 이용 금액도 1인당 3만원 수준이다.

인식·날씨 등 약점 있지만 극복할 것

바다성묘는 기존의 성묘와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해양장을 진행한 후에는 GPS를 기록해 바다성묘를 진행할 수 있는데, 바다성묘를 통해 후손들은 조상을 추모함과 동시에 치유를 받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를 장례와 레저의 결합으로 표현한다. 

“기존 성묘는 엄숙한 분위기가 있는데, 바다성묘를 찾는 분들은 부담감을 떨치고 나온다. 힐링이다. 캠코더를 가져와 바다를 찍기도 하고, 바닷바람을 쐬면서 나들이 하는 기분을 느끼시기도 한다. 지금은 낯설지만 훗날에는 장례와 레저가 결합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 대표는 앞으로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인식개선을 꼽는다. 해양장이라는 문화, 장례와 레저가 결합하는 일을 누군가는 문제 삼을 수 있다. 낯설기도 하고, 전통적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해양장은 회사가 소유한 요트를 통해 해양장을 진행한다./사진= 바다해양장
바다해양장은 회사가 소유한 요트를 통해 해양장을 진행한다./사진= 바다해양장

다만 기존 문화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받을 필요는 없다. 최근 차례(제사)상에 피자와 치킨 바나나 등 생전에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예전이라면 난리가 났겠지만, 요즘은 존중받는 분위기다. 해양장, 성묘가 즐거운 나들이가 되는 일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친환경·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해양장 사업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날씨다. 우선 바람이 많이 불면 해양장을 진행하기 어렵다. 유골을 바다에 뿌려야 하는데 유골이 바람에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도 문제다. 유독 태풍이 자주 왔던 이번 해에는 약 2주간 해양장을 할 수 없었다. 

바다해양장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다에서 사용 가능한 생분해성 유골함 개발이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3D 프린터를 활용해 개발 단계에 있다. 법적인 문제를 확인하고 문제가 없으면 늦어도 내년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후에는 바람이 많이 불 때 유골을 뿌리는 대신 유골함과 함께 유골을 바다로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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