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년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역 (예비)창업자를 지원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정책’, 지역연계형 창업을 희망하는 서울시 거주 청년을 지원 ‘넥스트로컬’ 사업 등을 통해 지역 청년 기업을 지원한다. 민간에서는 ‘로컬라이즈 군산’ 프로젝트와 강원도 지역 창업 기업을 위한 ‘로컬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년은 새로운 시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기존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든다. 이를 통해 지역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지역 청년 기업을 이로운넷이 만났다.

“고향이요? 당연히 서천군 한산면이죠. 이제 여기가 제 고향이에요. 다른 곳이라고 하면 주민자치회 회장님한테 혼나요. 엄마, 아빠 미안해요!(웃음)”

충청남도 서천의 한적한 동네 한산면에 청년이 모이기 시작했다. 달랑 노트북 하나를 들고 와 머무르면서 한 달을 살기도 하고, 한산이 마음에 든다며 아예 터를 잡기도 한다. 1500년 전통의 한산모시를 만드는 장인에게 기술을 배우는 청년도 있고, 지역 전통주인 ‘소곡주’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삻기술학교 하반기 입학식 모습. 참석자들은 한산의 전통주 소곡주를 선물 받았다. /사진=삶기술학교 페이스북
삻기술학교 하반기 입학식 모습. 참석자들은 한산의 전통주 소곡주를 선물 받았다. /사진=삶기술학교 페이스북

자이엔트·삶기술학교의 시작

서천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이하 삶기술학교)가 만든 변화다. 서천삶기술학교는 자이엔트에서 시작됐다. 자이엔트는 천안 지역의 문학 동아리에서 발전해 지역 특화 자원을 발굴해 문화 콘텐츠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으로 2013년 탄생했다. 주로 천안에서 활동하던 자이엔트는 2017년 서천 한산모시축제의 청년문화기획단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한산면과 연을 맺었다. 이후 3년간 한산면을 오가면서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다 2019년 행정안전부의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당선돼 삶기술학교를 열었다. 

김혜진 자이엔트 콘텐츠 기획팀 팀장 겸 삶기술학교 공동체장(이하 김 공동체장)은 “지역 안에서도 인구 유출, 고령화 등으로 고민이 많았고, 우리와 같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또한 2017년 이후 지역에 방치된 빈집을 빌려 만들었던 '아트스테이 노란달팽이'를 통해 청년들이 주거를 해결하고,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덕분에 한산을 거점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삶기술 배우고 원하는 일 할 수 있는 곳

자이엔트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삶기술학교는 ‘삶기술’을 배우는 곳이다. 삶기술이란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술까지를 의미한다. 삶기술학교는 개인이 해보고 싶었던 일과 기술, 취미를 배우고 발전시켜 사업화 과정에 이르도록 도움을 준다. 주로 지역의 전통기술과 문화, 자원을 활용하고 청년이 가진 IT기술, 디자인 능력, 기획력 등을 결합한다. 

삶기술학교는 건축캠프를 통해 한산캠퍼스내의 새로운 공간을 재정비했다. 지역주민과 청년이모여 페인팅 작업을 함께하며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삶기술학교 페이스북
삶기술학교는 건축캠프를 통해 한산캠퍼스내의 새로운 공간을 재정비했다. 지역주민과 청년이모여 페인팅 작업을 함께하며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을 가졌다./사진=삶기술학교 페이스북

삶기술학교에서 활동하고 싶은 청년은 한달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삶기술학교가 마음에 든다면 정규입학을 통해 남을 수 있다. 한달살기가 가볍게 삶기술학교를 체험하고 매력을 느끼는 시간이라면, 정규입학 후에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프로젝트는 삶기술학교와 군청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보통 한달살기 후 정규입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이엔트는 삶기술학교를 통해 도시의 경쟁 구도, 취업난에 지친 청년 세대가 대안적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 공동체장은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이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보고, 실패하고, 성장할 수 있도롭 돕고 싶다”며 “나아가 이들이 지역에서 공동체를 이뤄 살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실험장 역할과 동시에 삶의 터전의 역할을 수행한다.

행복공동체 넘어 경제공동체, 지역 벤처생태계로

자이엔트는 계획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작년 ‘행복공동체’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올해는 ‘경제공동체’로 나아간다. 청년이 삶기술학교에 머무르며 대안적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판로가 오프라인으로 한정돼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소곡주 68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빈집재생하기, 반려동물, 독립출판, 웹드라마, 유튜브, 요가 등 10개의 주제가 있는 한달살기 도 인기다. 각 주제는 삶기술학교에 머무르는 청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요가하며 한달살기에 참여한 이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사진=삶기술학교 페이스북

디지털노마드를 사로잡기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이엔트는 최근 행정안전부의 스마트혁신타운 사업에 선정돼 한산면에 위치한 유림회관 인근에 ‘노마드언택트센터’를 짓고 광대역망을 구축한다. 김 공동체장은 “센터가 자연 한가운데 있어 쉬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센터가 완성되면 한산이 좀 더 매력적인 장소로서 디지털노마드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달살기, 노마드언택트 센터 등을 통해 청년이 유입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마을호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삶기술학교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부터 생활하면서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묶은 멥버십 등을 지원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살이큐레이션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첫 장소는 한산이다. 한산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쌓인 8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큐레이션 앱·웹에는 지역주민이 게시물을 작성하고 이용자는 알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비스는 한산에서 처음 시작되고 반응이 좋을 경우 전국으로 확대한다.

올해 목표가 ‘경제공동체’라면, 최종 목표는 지역 벤처생태계 조성이다. 자이엔트는 삶기술학교를 통해 지역에서도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된 사업들은 수익창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장지적으로보면 모두 벤처생태계를 만드는데 필요한 일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이 유입되고, 한산에 머무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벤처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지속 가능하다면 조그만한 한산이 지역 벤처생테계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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